<직장에 다니며 글 쓴 지 3년... 나는 왜 쓸까?>

임경선 작가의 책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을 읽고

by FM경비지도사

직장에 다니며 글 쓴 지 3년... 나는 왜 쓸까? - 오마이뉴스


직장에 다니며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년째 접어든 필자는 임경선 작가의 새 책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2026년 1월 출간)을 읽다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깨달았다. 지난달에 출간된 이 책은 '1장 글쓰기의 본질, 2장 글쓰기의 고민, 3장 글쓰기의 경험, 4장 작가로 사는 인생'으로 구성되었다.


"10대 시절 마냥 행복했던 이들은 훗날 글을 쓰지 않을 것 같다. 각자의 방식으로 부대끼거나 상처 입거나 힘겹게 보낸 사람들이 나중에 자라서 작가가 되는 것, 지금 우리를 쓰게 만드는 대부분의 이유는 예민했던 10대에 그 뿌리가 있지 않을까?" - 37p


37페이지를 읽다가 원 없이 놀았던 필자의 10대 시절을 떠올렸다.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 없는 나는 왜 쓰는가? 회사에 다니며 3년째 글을 쓰는 필자는 무엇 때문에 쓰는가 생각했다. 필자는 출세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때문에 글을 쓰고 있었다.

IE003583221_STD.jpg <책표지>

74년에 태어난 필자는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다. 어린 시절은 한국의 고도 성장기였고, 오랜 기간 기회의 문이 곁에 있었지만, 그게 기회인 줄도 몰랐다. 두 살 많은 형이 서울대학교에 가는 걸 지켜보면서도 공짜로 과외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필자는 서점과 도서관을 맴돌았지만, 공부를 잘 하면 뭐가 좋은지, 공부 머리가 있는지 없는지 관심이 없었다. 학벌이 없어도 기회가 많던 그 시절, 97년 2월에 제대한 필자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었는지는 30대 중반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그 시절에 대한 후회가 깊이 스며들었고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에 불을 붙였다.

저자는 글의 소재로 가장 유용한 경험은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필자는 깊이 있는 글은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행인지 불행인지 갈피를 못 잡았다. 작가의 말대로 어둠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뼈마디에 무엇을 새겨 본 경험이 필자에겐 없다.


저자는 강렬한 고통이 생각을 깊게 만든다고 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필자는 글의 깊이는 잘 모르겠지만 나만의 글은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 고통을 알아봐 줘'가 글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글을 쓰는 일'에 담긴 저자의 솔직한 문장을 읽을 때는 故 정아은 작가의 책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이 떠올랐다. '예술을 창작하는 것과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매우 효율적인 방해 요인'이라는 저자의 인용구는 남자인 내가 함부로 이해한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아이를 키우는 저자가 지역 도시로 강연을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집에서 가출하고 싶어서였다.


20년 경력의 저술업자인 저자는 글이라는 것은 너무나 확실한 요물이라고 말하며, 문장을 쓰는 행위에는 지독한 마력이 있다고 책의 서문에서 말한다. 책의 서문에 낚인 필자는 책을 단숨에 읽었고 글쓰기에는 성공도 영광도 없지만, 분명 망해도 상관없다고 느끼게 해주는 정직한 기쁨이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임경선 작가의 새 책은 글쓰기라는 부조리한 세계에 매료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솔직하고 담백하며 간결한 문장으로 가득한 이 책의 표지는 독특하다. 도서관에서 예약 대출로 빌렸지만, 책장의 한 귀퉁이에 소장하고 싶어서 새 책을 주문했다. 20년 경력의 저술업자가 풀어놓은 문장들이 3년 차 시민기자인 필자에게 화살처럼 날아와서 꽂혔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9명의 작가가 사랑한 이름, 여전히 유효한 그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