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진리
시설경비업 본사에서는 일하는 경비지도사라면 이권(利權)을 멀리하고 사심(私心)을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지난 연휴 때 드라마를 보면서 쉬다가 부끄러운 과거를 떠올렸습니다. 경비 현장을 관리하며 회사와 고객사의 소통 채널을 담당하던 저는 오래전에 경비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았습니다. 이유와 배경이 있다고 해도 정당한 일은 아니었기에 저에게는 숨기고 싶은 과거입니다.
저는 명절 연휴 때면 영화관에 가거나 신문의 편성표로 특선영화를 찾아보던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지난 설 때는 OTT 서비스로 볼만한 프로그램을 찾다가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봤습니다. 야구 영화 ‘머니볼’을 재밌게 봤던 생각이 나서 ‘스토브리그’를 시청하던 저는 돈을 받고 선수를 선발하는 스카우트 팀장의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봤습니다. 그 장면에서 과거의 제 모습이 떠올라서 감정이 복잡해졌습니다.
장애인의 고용 촉진과 직업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는 1991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2024년 기준 민간기업 3.1%, 공공기관 3.8%의 의무 고용률이 적용되며, 불이행 시 고용부담금이 부과됩니다. 시설경비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며, 당시 저는 고용부담금을 내는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고용부담금을 줄이려는 사업주는 경비원 채용이 있을 때마다 경증 장애인을 우선 채용하도록 현장관리자를 압박했습니다. 회사의 방침에 따라야 했던 저는 과거에 인연이 있던 경비원을 수소문해서 현장에 배치했습니다. 회사의 필요에 따라 경증 장애인을 채용한 것인데, 오히려 그 경비원은 저에게 현금 10만 원을 건네며 일자리를 구해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고객사 담당자는 제가 채용한 경비원이 실수를 저질러서 자신이 난처하게 됐다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현장을 방문해서 사정을 살펴보니 민원을 처리하려면 저에게 돈을 건넨 그 경비원을 당장 징계해야 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을 실감하며 가슴을 졸이던 저는 고객사 담당자와 경비원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느라 애먹었습니다.
만약 제가 채용을 조건으로 먼저 사례금을 요구했다면, 그 경비원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 경비원은 조건부로 근로계약 기간을 채운 후 현장을 떠났습니다.
은퇴 후 재취업하려는 구직자에게 경비 일자리는 좋은 기회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서비스 포털인 ‘고용 24’에 경비원 1명을 채용한다는 구인 신청서를 올리면 많은 지원자가 몰립니다. 일자리가 절실한 구직자는 유료 직업소개소를 이용하기도 하고, 경비회사 담당자에서 금품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경비지도사는 구직자의 사정이 안타까워서 경비원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 고객과 회사의 사업을 위해 경비원을 채용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을 명심하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역량을 인정받고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