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울에 태어났다. 그래서 그런 걸까. 덥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란 높은 온도와 그 온도까지 품어 버린 습도를 한껏 뽐내는 여름이면, 나는 여지없이 겨울왕국의 올라프처럼 녹아내리고 만다.
영화 속 올라프가 녹아내렸을 때 눈, 코, 입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기억한다면, 여름이 나에게 얼마나 힘든 계절인지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여름이 힘들다 못해 잔인한 계절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새벽 댓바람부터 우렁차게 울어마지 않는 매미들 때문이다. 여름이 한창인 8월, 매미에게는 제일 살아있는 시간인 반면 나에게는 제일 지쳐있는 시간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잠이 덜 깨 눈에 들어오는 건 없고 귀에 때려 박히는 매미 소리를 들을 때면 나는 매번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너는 매 순간을 살고 있는데, 나도 너처럼 치열해야 하겠는데, 나는 너무 지쳐서 침대에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고 있으니까.
작년 8월에도 매미는 한결같았다. 그러다 하루는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매미의 허물을 보았다. 등 쪽 가운데 부분은 쪼개져 있고 안은 비어 있는 껍질. 분명 재작년에는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엔 속이 비어버린 나 같았다.
곤충들이 허물을 벗는 것을 우화라고 하는데, 우화를 하는 장소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한다. 허물을 벗는 동안 천적들의 먹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에 나무뿌리 부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허물에서 나오던 중에 개미의 먹이가 된 매미를 본 적이 있다. 보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리 자연의 섭리라고는 하지만 주변으로 개미들이 하나둘 몰려들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매미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나도 허물을 벗고 있는 거라면, 허물을 벗는 데 성공하면 나도 다른 매매들처럼 저렇게 내 마음을 부르짖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앞으로 나에겐 몇 번의 우화가 더 남아 있을런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