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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달선생 Jan 17. 2024

전국의 운전면허학원 사장님들께

안녕하세요, 사장님들. 새해 인사부터 받으셔요. 2024년 갑진년 새해에도 사장님들의 가정과 사업장에 값진 일들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오늘 사장님들께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자동차가 다니고 있는 모든 곳이 사장님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하루 중 적게는 1시간 30분, 많게는 5시간 이상을 도로 위에서 보내는 운전자입니다. 운전면허는 2017년에 취득했고, 운전은 2020년이 되어서야 시작을 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운전면허 취득과 동시에 운전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자동차와 운전에 관해 알고 있는 지식들과 제가 하는 운전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면허증이 있지만 운전대를 잡지 못했을 때도, 출퇴근 때문에 무섭지만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아야 했을 때도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정말 너무 무지막지하게 대박 어마무시하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습니다.


그래서 오늘 사장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운전 학원에서 필기, 실기, 주행을 수강생에게 직접적으로 가르치시는 분은 강사님들이지만, 전체적인 커리큘럼을 짜는 것은 사장님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은 사업장에 계신 사장님들이시라면 여기까지만 읽고 밀린 카톡에 답장을 하러 가셔도 서운해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학원의 커리큘럼을 사장님께서 총괄하고 계시다면, 따뜻한 커피 한 모금 들이키시고 끝까지 읽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벌써 8년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때와 같은 커리큘럼으로 운전을 가르쳐주는지는 몰라서, 일단은 제가 운전면허학원에서 배운 것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필기시험을 위한 수업이 있긴 했지만 모두 다 형식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출문제집에 나오는 문제들과 문제집의 앞뒤로 빽빽하게 나와있는 도로 표지판들을 눈이 빠지게 들여다본 덕분에 필기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실기 수업과 주행 수업에서는 뭔갈 배우긴 했습니다. 실기 수업에서는 시동 켜는 법, 전진과 후진을 하는 법, 깜빡이를 켜는 법, 기본적인 좌회전과 우회전을 하는 법, 시동을 끄는 법을 배웠고요. 주행 수업에서는 앞 차와의 간격을 두어야 한다는 것, 차선을 바꿀 때 핸들을 확 꺾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사이드 미러로 뒤에서 차가 오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 도로 위에도 교통 표식들이 있다는 것, 운전을 할 때 신호등과 여러 가지 교통 표식들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는 것, 유턴을 하는 때와 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덕분에 운전 무지랭이가 아닌 초보자라는 타이틀을 내걸 수 있었지요.


서두가 길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진짜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장님들이 지루해지지 않으시도록 부탁드릴 것들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려고 합니다.


첫 번째 부분은 제가 운전면허를 따는 동안 내내 궁금해서 만나는 강사님들마다 질문을 드렸음에도 학원 종강일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1)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깜빡이는 언제부터 켜면 좋은지 (2) 우회전을 할 때 바로 옆 왼쪽 차선을 넘지 않는 동시에 오른쪽에 있는 보도블록 위에서 올라가지 않을 수 있는 법 (3) 차선 변경을 할 때는 짧은 사선을 확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긴 사선을 천천히 그리면서 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두 번째 부분은 제가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 궁금해서 찾아본 것들과 몰라서 당황했던 것들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1) 전조등을 어느 때에 사용하면 좋은지 (2) 클락션은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시도 때도 없이 화풀이용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요...ㅜㅜ) (3) 주유를 하는 법 (4) 다양한 공간에서 주차를 하는 법(변칙이 아니라 규칙을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5) 비가 올 때나 차 안과 밖의 온도가 달라서 창문이 뿌옇게 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6) 눈이 많이 올 때는 (5)번에서 쓰는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 (7) 안개가 심하게 낀 날엔 안개등을 켜야 안전하다는 것과 안개등을 키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부분은 5년째 운전을 해 오는 동안 '설마 이것도 모르는 건가?' 싶을 정도로 기본적인 것이지만 운전자들이 몰라서 못 지키거나 알지만 안 지키기도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1) 신호등이 주황색일 때는 자동차가 멈춰 서야 한다는 것 (2) 횡단보도 앞에서는 무.조.건. 한 번 멈춰 서야 한다는 것(횡단보도에 사람이 서 있는데도 쌩쌩 지나가는 자동차를 많이 봐 왔는데요. 놀랍게도 자동차 안에 개가 아닌 사람이 타고 있더라고요;;;)  (3) 안개등은 안개가 심하게 끼어 있어서 앞을 보기가 어려울 때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 (4) 자기의 편의만 생각해서 도로 한가운데에 주정차를 해놓으면 안 된다는 것(전조등과 시동을 켜두면서 기름을 쓸 것이 아니라 주차장에 주차를 하자는 거죠. 아시잖아요.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라는 거.) 이 부분도 강조해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가 아니라 꼭 알려주셔야 해요.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여기까지에요. 혹...혹시 부탁을 받으신 것이 생각보다 많아서 당황하셨을까요? 그런데요 사장님. 제일 위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사장님의 학원을 통해서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된 운전자분들이 좁게는 사장님의 사업장이 있는 동네에서부터 넓게는 대한민국 전역으로 운전을 하고 계시잖아요. 한 번 잘 배워두면 곳곳에 있는 무법지대들이 안전지대로 조금씩이라도 변하지 않을까요. 선배 운전자들이 조금씩이라도 초보 운전자들에게 너그러워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사장님들께 먼저 걸어보려고요. 오늘의 편지를 한 번 읽고 말 이전 수강생의 단순 후기가 아니라 사장님들께도 좋은 기회를 만들어 드릴 수 있는 의미 있는 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편지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눈이 왔어요. 눈길 운전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 한국에서 5년째 운전을 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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