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한달살기 in 장천 (마지막화)

22. 잘 있어, 순천. 잘 지내, 다들

by 이양고

1. 만남은 길고 이별은 짧으니까


오늘은 24일간 머물렀던 스테이두루에서 체크아웃 하는 날.


아쉬운 마음만큼 늘어난 짐도 싸야하고, 마지막 조식을 먹기 위해

술로 반질반질해진 얼굴로 부랴부랴 짐을 챙겨 스테이두루로 왔다.



마지막 날의 조식.

포도와 토마토, 바나나와 같은 과일로 속을 편하게 해준 다음,

뜨끈한 만둣국 드링킹.

새벽까지 먹었던 술이 이제야 내려가는 느낌이다.



만둣국으로 엉망이 된 속을 달래고 있자니

이어서 나온 김밥과 스테이두루의 시그니처 음식.

(분명히 어머님께서 저 잎이 뭔지 말씀해주신 것 같은데,

술김에 들어서 기억이 나질 않고...)


예전엔 물만 먹어도 숙취가 좀 가시는 느낌을 받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새벽까지 버티는 힘은 줄어들고

속을 든든히 해야만 해장이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다들 하나같이 띵띵 부은 얼굴로 1층에 내려온 이유는?

롤링페이퍼를 쓰기 위해서.


11시에 체크아웃이라 11시에 모여 쓰기로 했지만,

다음 일정이 있는 서울 친구 예은이에게 메모를 쓰기 위해 그보다 앞서 1층에 앉았다.




폴라로이드를 안 찍은 앨빈과 호균님까지 야무지게 폴라로이드를 남기고.

모두의 인사를 받으며 예은이는 먼저 떠났다.



남은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롤링페이퍼를 쓰고 있자니 어찌나 눈물이 나오는지.


술이 다 깬 건 분명한데,

한달 가까이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하던 사람들을 내일부터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 혼자 눈물을 줄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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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훌쩍거리는데 아무도 울지 않아 머쓱한 마음도 잠시,

정이 들었던 멤버들에게 고마웠던 것, 미안했던 것을

글로써 남기고 있자니 또 다시 눈물 줄줄.


아유 주책 맞게 웬 눈물이냐... 하면서도 멈추질 않고 ㅠ


나만 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롤링페이퍼를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금 더 여유롭게 멤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었지만

짐이 많은 나를 위해 동생들이 이미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고,

더는 어영부영 앉아있을 수가 없어 멤버들에게 인사를 하며 먼저 자리를 떴다.







동생들과 온 곳은 순두부찌개가 맛있었던 산정골.

뼈찜이 맛있다고 추천을 해주셔서 뼈찜을 시켜보았는데

내 입맛엔 순두부가 좀 더 맛있었다.


물론 뼈찜도 맛있는데,

매운 걸 못 먹는 막내 입엔 약간 매웠다고 한다.





점심을 한 우리가 온 곳은 '와온해변'

순천에 온 첫날 멤버들과 함께 찾은 곳이었는데

수미상관으로 마지막에 오고 싶어 동생들과 다시 찾은 곳이었다.


멤버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며 퉁퉁 부은 눈으로 와온 해변을 보고 있자니

순천 한달살이가 스쳐 지나가면서 마음이 촉촉해졌다는 건 안 비밀..






순천 한달살기를 마치며.

매일 같이 브런치에 글을 남겨서 마지막 화를 쓰면서 1화부터 찬찬히 내용을 확인했다.


첫날에 느꼈던 감상과 마지막 날 느꼈던 감상이 휘몰아치며 순천에 있는 동안 내내 평화로웠던 마음이 다시금 되새겨졌다.


사실 순천 한달살기 마지막 주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약간은 슬퍼졌는데, 순천을 떠난다는 사실도 슬펐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 수 없을 거라는 걸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집에 있는 동안에는 내내 마음이 바빴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 그 무엇도 하기 싫어 마음이 내내 울상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순천에 온 날부터 나는 내내 아카이빙을 준비했고, 순천 일상을 브런치에 썼고,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술을 마시느라 바빠서 울상을 지을 시간조차 없었다.


이번 순천 한달살기의 테마는 '치유'였는데, 정말 말 그대로 늘 축축히 젖어있던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잘 말리고 가는 기분이다.


마음이 힘들 때, 또 어디론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다시 찾아와야겠다.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해주신 희주pd님

인솔자로서 늘 웃으며 우리와 함께 해주신 호균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리며.



순천 한달살기 In 장천.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