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이별이 슬프지만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니까
오늘도 조식으로 시작하는 아침!
메추리알 장조림과 생선구이, 낙지호롱이, 깍두기, 멸치볶음, 시금치나물과 바지락조개국까지!
오늘은 성과 발표회가 있는 날이니
든든하게 먹으려고 이것저것 많이 담았다.
특히 낙지호롱이는 말만 들어봤지
순천에 와서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밥을 먹고 본 스테이두루 1층 통창.
8월 20일부터 9월 12일까지 매일같이 본 풍경인데
겨울에 왔을 때나 봄에 왔을 때는 어떨지 궁금하다.
다음엔 다른 계절에 와봐야지.
24일 동안 조금씩 짐이 많아져 챙겨야 할 짐이 한가득이다.
다행히 동생들이 데리러 오기로 해서 짐이 많아도 괜찮은데
아무래도 한달살기를 하려면 20인치 캐리어는 작은 감이 있다.
좀 더 큰 캐리어를 사야할까..?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다음 한 달 살기를 준비하기 위해 캐리어를 구매했다고 한다)
순천에 왔던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러 모였던 '장천 노랑극장'
희주님께서 성과 발표회에 앞서 짧은 발표를 하시며,
가장 첫날 찍었던 사진을 공유해주셨다.
그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다른 멤버들과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한 어색한 사이였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한 달 살기가 종료를 앞두고 있다니.
이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았다.
이번 한달살기를 계획하게 된 이유와
초대 주간은 어떤 이유에서 기획하게 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음으로는 멤버들의 성과 발표회 시작.
성과 발표회는, 우리 10명이 차례대로 본인의 아카이빙과 초대 주간에 대한 소감을 발표하는 것이었는데,
왼쪽부터 차례대로 단상 위로 올라가 발표를 했다.
나는 왼쪽에서 두 번째로 앉아 두 번째로 발표하게 되었다.
나의 아카이빙을 일부 공개하자면 이렇다.
아카이빙의 제목을 "한 달 동안 바라본 풍경과 얼굴들"로 지었는데,
"얼굴들"에는 내가 진행한 3명의 인터뷰와 작가 나레이션에 대한 내용을,
"풍경들"에는 내가 순천에서 마주한 풍경들을 정리하여 담았다.
동천, 순천만습지, 순천만정원, 선암사 등 눈과 마음에 담는 것만으로는 아쉬워 사진으로도 기록해둔 몇 가지 풍경을 멤버들에게 소개했고,
마지막 피날레로는 한 달 동안 함께한 멤버들의 사진을 넣었다.
성과 발표회를 간략하게 끝낸 다음 향한 곳은 '포비 스튜디오'
로컬앤컴퍼니 대표님 특강을 들을 때 방문했던 곳인데,
여기서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사진 작가는 희주님.
우리는 각양각색의 포즈로 사진을 찍었고,
쉼 없이 웃고 떠드느라 아침을 먹은 기억이 후루룩 휘발되어버렸다.
그 말의 뜻은?
점심을 먹을 때가 되었다는 듯.
화창한 날씨에 기막힌 풍경을 보며 몇 번의 감탄 끝에 도착한 오늘의 점심은
순천에서 점심 먹으러 '광양'까지 오는 사람이 있다?
우리요.
희주님께서 꼭 먹어야 하는 국밥이 있다며 우리를 안내한 것인데,
극찬에 걸맞게 국밥이 정말 실하고 맛있었다.
건더기만 건져먹어도 배가 불러서 다 못 먹을 정도의 양이었다.
고기는 실하고, 순대는 두툼했으며, 국물은 끝내줘요
경상도는 순대를 쌈장에 찍어먹는데,
전라도는 순대를 초장에 찍어먹는다고 한다.
전라도에 왔으니 전라도 방식으로 순대를 먹어봐야겠지.
희주님이 순대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추천하신 조합은,
들깨와 초장을 한데 섞어 소스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순대를 푹 찍어 부추와 함께 곁들여 먹는 것이라 한다.
과연 맛잘알답게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한 맛이었다.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전 아주 잠깐,
광양에서 본 귀여운 몇 가지 장면들.
어여쁜 꽃과 그 꽃을 지키고픈 주인.
두 마리의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있던 작은 소품샵까지.
광양에서 오십분 가량을 달려 도착한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넓게 펼쳐진 차밭이 인상적인 하동의 '매암제다원'
올해 초, 동생들이랑 하동의 '다원'을 방문한 적 있었는데
거기보다 열 배는 넓은 차밭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었다.
산이고, 차나무가 많은 곳이라 모기가 어찌나 독한지
물리고 나면 간지러운 게 아니라 아플 정도였는데
그 점만 아니라면 휴식 장소로 정말 최적의 공간이었다.
판매 중인 음료는
홍차와 녹차, 쑥차와 국화차, 몇 가지의 간식.
커피러버인 나는 잠을 깨기 위해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면 좋겠다 싶었지만
커피를 팔지 않는다는 사실.
녹차에도 카페인이 있다 하여 그나마 카페인이 제일 강한 '세작 녹차' 아이스를 골랐다.
다들 녹차나 홍차를 한 잔씩 부여받은 뒤엔 자유시간.
나는 테이블 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다가가
가방에 챙겨온 트릿을 건넸고
그 고양이들이 맛있게 트릿을 먹는 걸 지켜보는 잠깐 사이
모기의 만찬이 되어 10곳이 넘게 부어올랐다.
그래도 괜찮아.. ^^ 고양이들이 맛있게 먹었으니까...
모기에 잔뜩 뜯기고는 실내로 들어와 필사도 하고,
책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는데
나랑 결이 제일 잘 맞는 남원 친구와 룸메 당근이가 실내로 들어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셋이 앉아 있노라니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하나씩 붙였다며
우리도 붙이라며 스티커를 들고온 예은이.
나는 고양이 러버답게 고양이를 붙였고,
남원 친구 현지와 당근이 경진이도 캐릭터를 하나씩 골라 손등에 붙였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폴라로이드 사진은, 예은이의 선물이다.
멤버 10명에게 모두 단체샷을 찍어 선물하려는 생각으로 챙겨왔다는 카메라.
누구는 스튜디오에서, 또 누구는 숙소에서, 또 누구는 차밭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는 채광이 좋은 차밭에서 찍는 것을 선택했다.
사진을 갖는 사람이 가운데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게 사진의 포인트이다.
그 다음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식자재 마트!
앞서 말했듯이 호균님이 운전하는 차량과 희주님이 운전하는 차가 있어
10명의 멤버는 그때그때 탑승하는 차량이 다른데
난 이번에 희주님의 차를 타 함께 장을 보러 왔다.
펜션에서 빠질 수 없는 라면과 쌈장, 음료 등
한보따리 장을 보고 나니 금액은 20만원.
20만 원어치 장을 보고 도착한 오늘의 숙소는 순천만습지 앞에 위치한 '순천만들마루펜션'이다.
굿바이 트립에서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실컷 놀고 싶었는데,
스테이두루는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편이라 우리가 마음껏 떠들 수 있는 곳으로 숙소를 정한 것이었다.
들마루펜션에는 작은 방도 있었지만,
우리는 최대 10명까지 수용 가능한 가장 큰 방을 예약했다.
복층인데다가 방도 2개나 있어
어디에서나 이불을 깔고 잘 수 있다는 사실~
대학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으로 들뜨기 시작했다.
앨빈은 밖에서 고기를 굽고
몇 명은 숙소에 가서 물을 가져오고
또 누군가는 상추와 마늘을 씻으며
고기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당근이가 다가와 옆 가게에 고양이가 있단느 사실을 슬며시 알려주었다.
엇 고양이다! 하고 반가운 마음도 잠시.
왜 이렇게 익숙하지? 생각했던 곳이
동생들과 식사를 했던 바로 그 식당이었다.
저번에 동생들과 꼬막정식을 맛있게 먹었던 곳이네,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어 동생에게 보내주자
안 그래도 옆에 있는 펜션이 궁금했었는데
하필 거기에 갔냐며 동생도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고기 파티 시작!
바람이 많이 부는 저녁이었으나
그 덕에 덥지 않아 바베큐를 하기 딱이었다.
처음엔 앨빈이 굽던 고기를,
나중엔 희주님이 굽기 시작하셨는데
역시 맛잘알.
고기가 어찌나 맛있는지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것 같이 느껴졌다.
맛있는 고기를 먹을 때 빼먹을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술~!
누구는 막걸리를 마시고, 누구는 맥주를 마시며 쉴 새 없이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는데,
고기 냄새를 맡고 온 듯한 고양이가 나타났다.
옆집에 살던 고양이와는 생김새가 달랐는데,
이 굶었던 모양인지 비쩍 말라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이미 배가 불러 싸늘히 식어가고 있던 고기를 두 점 집어 고양이와 나눠먹었다.
1차는 이쯤 마무리하고,
실내로 들어온 우리는 팀을 나누어 게임을 시작했다.
팀장은 앨빈과 예은으로,
가위바위보를 통해서 팀을 나누었고
나는 앨빈 팀이 되었다.
첫번째 게임은 '음료 쟁탈전'이었는데,
가위바위보에서 진 우리는 거의 모든 술과 음료를 뺏기었지만
두번째 게임인 '스낵 쟁탈전'에서 이겨 아주 사소한 안주를 획득했다.
앨빈은 어차피 저 팀은 술을 다 마시지도 못할 거라며
우리가 얻은 스낵이 훨씬 더 좋은 거라며 우리를 달랬다.
처음에는 머쓱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우리는
게임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게 게임에 임하며
별 거 아닌 것도 열을 올려 지켜냈다.
(이게 바로 펜션의 맛이니까)
그 다음 게임은 "몸으로 말해요"
서로의 스케치북에 영화와 동물을 적고,
그걸 돌아가면서 몸으로 설명하는 게임이었다.
우리 팀은 너무 어려운 영화는 적지 말자며 난이도를 조절했는데
상대팀은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를 적어서 빈축을 샀다.
이거 하나도 못 맞출 수도 있겠는데.. 싶었던 찰나
남원 친구 현지가 '아파트' 게임을 연상하는 동작을 했고
그 동작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유추해낸 내가 1문제를 맞춰서
겨우 1문제를 맞출 수 있었다.
우리는 비교적 쉬운 문제를 냈는데,
거의 초반에 나온 "한산 : 용의 출현"이라는 문제를 패스하지 않고계속 마추려고 하는 바람에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
게임이 끝난 뒤에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끊임 없이 먹고 마셨다.
무서운 이야기도 나누고, 각자의 썰도 풀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3시.
해 뜰때까지 잘 생각하지 말라던 내가
숙취로 속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자
얼른 자자고 말했고,
다른 사람들도 못 이기는 척 기절하듯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