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내리지 않고 비가 내렸다

글·사진 이루다

by 이루다
IMG_0581.jpg 일본 교토, 2025


“Merry Christmas!"

내 인사에 환하게 웃는다.

웃으니 얼굴이 달라 보인다.

거의 매일 보는 식당 직원이다.

웃는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물론 일하면서 꼭 미소를 지을 필요는 없지만.

때론 육체노동보다 감정노동이 더 힘들 수 있다.


‘왜 이 사람이 내게 이러지?’

또 다른 직원은 크리스마스 인사에 당황하는 표정이다.

남에게 피해나 불편을 주는 것을 꺼리는 만큼, 타인과 크고 작든 감정과 관심의 공유를 꺼리는 곳, 일본이다.

IMG_1084.jpeg 일본 교토, 2025


성탄절, 이곳에 눈은 내리지 않고 비가 내렸다.

대신 ‘정’(靜)이 내게 왔다.

정해서 ‘동’(動)하고 비로소 ‘성’(成)할 수 있다.

나사렛 예수가 태어난 그날은 오늘날처럼 소란스러웠을까.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외쳤지만, 인간 예수는 결국 죽음으로 세상을 이기고 지금도 살아 있다.


고요한 가운데 내려앉으면, 몸이 그 뜻을 따르고, 결국 뜻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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