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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숙 Sep 13. 2024

나 스타벅스에서 일해


영어강사 다윈이 스타벅스 채용에 지원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떨어졌다며, 이유가 뭔지 아냐고 물었다.

별로 궁금하지 않았지만 왜 떨어졌냐고 물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라고 말했다.

의외였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라거나 경험이 없어서 라고 했다면 이해가 쉬웠을 텐데

카페에서 일한다고해서 꼭 커피를 좋아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면서 다윈은 내가 커피도 좋아하고 스타벅스에 자주 간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는 듯 다시 물었다.


“너는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싶은 거지? 맞지?”


그 때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 그렇게 당연한 얘기를 하느냐고 했었는지, 

그들이 나이 많은 아줌마를 채용할 리가 없지 않느냐고 했었는지,

채용이 된 들 내가 빠릿빠릿하게 그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는지.



지난 주부터 구 일동안 제주도에서 지내고 돌아왔다.

일본어 짝꿍은 잘 놀다 오라고 했고 K는 공항버스 터미널에서 좋은 여행 하고 오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상 논 것도 여행도 아닌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 곳에서의 일상은 집에서보다 더 단순하고 단조로웠다.

학교에 다닐 때에는 아침에 눈을 뜨기가 죽을만큼 힘들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집에서나 밖에서나 여섯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진다.

하여 씨리얼과 바나나 한 개로 아침을 먹고 일곱시쯤 바닷가 언덕을 너머 산책을 한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는 보따리 챙겨 스타벅스에 간다.

제주도에 있는 스타벅스에 다 가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 본 중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여덟시 언저리에 그 곳에 가면 신기하게도 그 시간에 이미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늘 있다.

내가 자주 앉는 구석 자리는 비어있다.

최대한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동그란 테이블 두 개가 붙어 있는 것을 굳이 한 개만 떼어 구석으로 밀어 놓고 그 자리에 앉아서 보따리를 펼치고 음료와 컵과일 그리고 점심으로 먹을 데우지 않은 베이글을 미리 주문한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신기하게도 카페에서는 집중이 잘 된다.

가끔 아이가 뛰어다닐 때도 있고 새된 소리를 지를 때도 있다.

더러는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한 가운데 테이블에 모여 앉아 될수록 큰 목소리로 일정 상의를 하기도 하고, 모처럼 부모님 모시고 온 가족 여행객은 연로하신 부모님에게 의견 전달을 하느라 목청을 높이기도 한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느낌에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시계를 보지 않아도 열두 시에서 한 시쯤 됐다는 걸 알 수 있다.

하루에 글을 두 편이나 쓸 때도 있고 오래전 썼던 글을 다시 꺼내보기도 한다.

뭐라고 써야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바다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기도 한다.

가끔은 소설을 보기도 하다가 세 시가 되면 주섬주섬 짐을 싸서 숙소로 돌아간다.

하루종일 말을 할 일이 없을 때도 많다.

그렇게 한 달쯤 더 지내도 좋을 것 같았다. 


소설 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에서 한 작가는 스타벅스에서 일한다고 했다.

소설만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으니 투잡을 뛴다는 말로 읽혔다. 

계속 읽다보니 카페에 가서 소설을 쓴다는 말이었다.

소설가이니 소설을 쓰는 것이 곧 일이었던 거다.

그 말이 어쩐지 멋있어 보였다.

집 근처에도 약 십오 분 거리에 스타벅스가 있지만 

제주에서처럼 그 곳에 매일 출근을 하는 건 잘 안 된다.

스타벅스 직원은 될 수 없겠지만 글을 쓰러는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글 쓰는 것이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좋은 글을 잘 쓸 수 있을 때 얘기다. 

언젠가 나도


“나 스타벅스에서 일해.”


라고 말하는 날이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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