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믈렛이 제일 쉬웠어요

by 이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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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 자격증 과정을 시작 한 이후

K는 매일 집에 들어올 때면 곧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를 비롯한

세상 모든 전업주부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아무래도 저러다 죽겠다 싶었다.

그러면서도 그만 둘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으니

나로서야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이게 될 리가 있겠어? 라면서

한식실기 시험을 보러갔었고

실격은 당하지 않았으니 그걸로 만족한다고 해 놓고는

이 주 후에 합격통지서를 톡으로 보내왔다.

워낙 표정 변화가 없는 사람이지만

안도하는 한 편, 그러면 그렇지 하는 예의 도도한(?) 표정이 숨겨지지는 않았다.

투덜거리면서도 합격과 동시에 양식 조리사 시험 접수를 했다고 했다.

양식에서는 오믈렛이 자주 과제로 나온다고 한다.


오믈렛을 처음 배우던 날

다른 사람들은 뜻대로 되지 않아 헤매고 있는 와중에

K는 완벽한 모양으로 첫 작품을 완성했다.

강사, 수강생 모두 놀라서 어디서 해 본 거 아니냐고 까지 하더란다.

실제로 집에 가지고 온 오믈렛은

매끈하게 만들어진 양 끝이 뾰족한 럭비공 모양이었다.

나도 놀랐다.

계란말이 하나를 해도 울퉁불퉁, 때로는 태우거나 너덜너덜하게 만들기 일쑤였는데

K가 한 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했다.

이 후로 아침식사 때에도 주말 점심에도

그리고 교육장에서 시간 날 때마다 오믈렛을 만들어 왔다.

달걀요리라면 일단 마음이 넉넉해지는 나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만든 것을 줄 때마다 입버릇처럼 매번 토씨가 붙는다.


“이건 잘 못 된 거야. 치즈를 빼먹었어.”

“이건 잘 안 된 거야. 기포가 너무 많아.”

“이게 처음처럼 잘 안되네? 모양이 흐트러졌어.”

“한 번 잘라봐, 속이 안 익었을지도 몰라.”


그러거나 말거나 달걀 이즈 뭔들?

나는 그저 고맙게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K의 오믈렛은 다시 처음 했던 것처럼 모양이 잡혀갔다.


“양식은 시험 보지 말까봐.”


갑자기 자신감이 떨어진 말에 내가 멀뚱히 쳐다봤다.


“뭘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 아무 것도 모르겠는데.”

“오믈렛 잘하잖아.”

“과제가 두 가지인데 그거만 해서는 안 되지.”


지난 금요일

비대면 수업을 하느라 방 안에 있는 동안

K도 재택 수업을 하느라 밖에서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수업이 끝나고 거실로 나오니

양 끝이 뾰족하고 통통한 오믈렛이 테이블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대기 아까울 정도였지만

어쩔 수 없이 한 쪽 끝을 떼어내니

체다치즈가 적당하게 녹아 흘러내린 모양이 제법 그럴듯했다.


“오믈렛 선수네. 타고 났네 타고 났어.”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모양 잡느라 엄청 쩔쩔매더라?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으응?......”


하여튼 잘난 척은.

혹여 양식실기에 합격하고 소감을 물으면

수능만점자 단골 인터뷰 내용처럼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 대신


“아, 뭐... 오믈렛이 제일 쉬웠어요.”


라며 어깨를 으쓱 할지도 모르겠다.

어깨를 으쓱 하기 위해

K는 금방 쓰러질 것 같은 모양이 되도록

매일 새로운 메뉴에 도전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잘난척이면 어떻고 도도함이면 또 어떤가.

그 또한 곧 쓰러질 것 같을 때까지 스스로 연습하고 연습한 결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