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딸>, 어땠나?

보통의 가족영화, 그래도 영화관에 갈 정도는 된다.

by 이유는 무엇일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주부터 흥행 기대작들이 연달아 개봉 중인 가운데,

<전지적 독자 시점>은 여전히 아쉬운 스코어를 남기고 있는 한편

<좀비딸>은 개봉일(7.30) 46만명이라는 관객수를 기록하며 올해 영화 중 개봉일 최고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흥행 청신호엔 여러가지 요인이 기가 막히게 맞물렸다고 보는데,


첫 번째,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실내 활동 비중이 늘어났다.

단지 나가지 않는 것에 더해 '휴식' '놀이'를 위한 공간을 영화관으로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두 번째, 문체부에서 발급한 할인권

문체부에서 7월 25일부터 6000원 할인권을 선착순으로 발급했다. 특히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보게 되면 2000원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소식과 겹쳐 그야말로 할인권은 문전성시.

CGV, 메가박스 등 대형 영화관 뿐 아니라 독립, 예술영화전용관, 작은영화관 등에서도 적용 가능하기에

관객 수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됐다.


세 번째, 인기 있는 원작의 존재와 진입 장벽이 낮은 장르

인기있는 원작은 초반 상승곡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 장르가 가족, 코미디 등 대중적인 장르라면 더더욱 말이다.

이 방면에서 판타지 세계관인 <전지적 독자 시점>과 달리 <좀비딸>은 분명 강점이 있다.


여기에 활발한 사전 마케팅 등 여러 요인이 몰려 초반 관객 평가만 준수하다면

손익분기점인 220만은 물론 400만, 500만도 기대해 볼 수 있는 포석이 마련되었다.


보통의 가족영화라고 먼저 던졌지만서도 얘깃거리는 있기 마련.

영화를 위한 감독과 제작사들의 선택, 그리고 이야기에 대해서 끄적여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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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영화 포스터.jpg


*이전작들을 반면교사 삼은 감독의 선택, <좀비딸>

<좀비딸>은 원작 구현도가 높으며, 현재 이것에 대한 호평이 꽤 많다.

그런데 높은 구현도가 사실 필수는 아니다.

원작을 해쳤다는 것에 원작의 팬들이 분노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고스란히 옮기는 게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필감성 감독은 '이번' 영화에선 원작에 충실함과 동시에

장르에도 영화의 타겟층에도 충실했다.

가족, 코미디 장르로서의 선을 지키고 신파 또한 살렸으며

수위가 높지도 않고 현실에서 어색할 법한 만화 특유의 유머들은 쳐냈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관객들이 영화의 티켓을 구매할 때 기대했던 점들을 충족시키는 데에 집중했으며

러닝타임에 최대한 완결성을 갖춘 이야기를 마련하는 것에 집중했다.


본인은 필감성 감독의 이러한 선택들이 이전작들에 대한 평가가 영향을 미쳤으리라,

혹은 감독 본인은 아니더라도 제작사나 투자사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인질>은 생각보다 하드보일드하고, 팝한 액션보다도 꽤나 무거운 톤이 이어지는 작품이었다.

<운수 오진 날>은 원작을 따르면서도 클리셰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이러한 전개는 분명 긍정적이나, 통쾌하고 스피디한 전개가 부족하여 상업적 성과에 걸림돌이 되었다.


<인질>과 <운수 오진 날>은 분명 준수한 완성도를 가진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두 작품 모두 흥행했다고 보긴 어렵다.

두 작품이 텐트폴 영화, 드라마로서 받은 기대엔 어긋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좀비딸>에선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고

분명한 성과를 거두고자 마음 먹은 게 아닐지, 그런 추측을 해본다.


원작과 달리 이정환이 생존하는 것도 그렇고

스케일을 키우기보단 가족애에 집중하여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 전달에 힘쓴 것도 그렇다.

또한, 갈등의 개수와 크기도 줄였다. 이문기와의 갈등도 축소되었고, 이장과의 갈등도 없어졌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선택들은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굳이 복잡하게, 어렵게 하지 않은 친절하고 따뜻한 전개가

위에서 언급한 여러 요인들이 차려 놓은 밥상을 먹음직스럽게 먹는 데에 성공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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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딸 훈련.png 출처 : NEW

*이미 충분히 따뜻한데, 이렇게까지?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 정말 보통의 가족영화다.

많이 맛봤던 가족, 코미디, 신파가 배합된 한국영화다.

그래서 이미 충분한데, 이렇게까지 신파로?

혹은 해피엔딩인 건 다행인데 이렇게 급진적으로?

여러 영화에서 보았던 풍경들, 그리고 들었던 생각들이 <좀비딸>에서도 여지 없이 나타난다.


우선 원작엔 없었던 '춤'의 요소

물론 춤이란 건 분명 소리 없는 언어이고,, 영화의 극적 연출에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나

이미 이야기 전개도 그렇고 캐릭터들도 아주 전형적인데

거기서 정환과 수아의 감정적 동화,

'기억이 있으면 좀비가 아니다'라는 핵심을 관객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방법까지

춤으로 전달하려 한 점이 아쉽다.


춤이 과다하게 사용되었다고 느낀 장면은 크게 두 가지

정환이 수아의 겨울 옷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갔다가 수아의 환상을 본 장면

그리고 영화의 엔딩

환상에서 수아와 얘기하는 정환은 춤을 가르치고,

엔딩에서 공연하는 수아를 주변인물들은 보고 환호하고 박수친다.

2000년대 이후 제작된 수많은 상업영화들(<과속스캔들>, <수상한 그녀> 등)

수많은 작품이 떠올랐으며, 여기에서 비롯된 기시감이 2시간 내내 들었다.


좀비딸 수아.jpg


영화는 크게 두 가지로 긴장감을 유지하고 조절하는데

수아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의 개발 정도

그리고 수아의 좀비 발병 발각 유무, 여기에 이은 추격


사실 아주 보편적인 플롯인데, 위에서 언급했듯 보편에서 벗어나는 선택은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다.

보편적인 게 완성도가 낮다는 걸 의미하진 않지만, 디테일에 다소 무심한 채로

안정적인 방향을 추구하면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게, 신약이 긴급 사용을 고민하는 시점까지 도달했는데

반드시 사살하라는 명령은 조금 의아하다.

물론, 좀비란 유례 없는 최악의 바이러스고, 주인공 일행은 명확히 범법자이지만

바로 사살이 아닌 격리 및 생포가 맞는 처사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렇게 의아한 전개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영화에서 이 전개는 결국 급진적인 해피엔딩을 위한 빌드업이었다.

정환이 총을 맞고 사망한 것이 아닌 코마 상태에 빠지고

알고 보니 정환에겐 좀비 중화항체가 있어 수아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수아는 돌아오고 수아의 공연 동영상을 들으며 정환은 의식을 되찾는다.


10분만에 여러가지가 해결되면서 해피엔딩이 되는 것

이를 위해 곳곳에 생긴 빈틈

직관적이면서도 견고한 이야기가 무엇일지,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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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딸 마무리.jpg


*영화의 여가적인 성격, 이러한 기획이 필요한 이유

앞서 흥행을 위한 몇 가지 요인이 기가 막히게 맞물렸다고 서술한 바 있다.

언급한 몇 가지들이 흥행에 청신호가 되는 이유는

영화는 여가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제작자들 입장에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기획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원작만 믿고 새롭게 창작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창작자의 새로운 시도와 가치관으로 칠해진 영화관도 좋지만

영화에 큰 흥미를 두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 찬 영화관도 아주 좋아한다.


가볍지만 따뜻하고, 누구와 같이 보아도 즐기고 상영이 끝나면 가볍게 얘기 나눌 수 있는 영화

나는 이런 이야기가 깊은 탐구심을 주지 못하더라도

영화관에 생기를 띨 수 있게 한다고 믿고 있으며, 이것이 아주 소중한 가치임을 알고 있다.


오늘이 개봉 2일차, 더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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