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줬으면 하는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 속에 쌓아 놓는다.
언제 가도 늘 한적한, 빈자리가 대부분인 영화관이 있다.
'애관극장'이라고 동인천에 있는 터줏대감 같은 곳인데, 이곳만 보면 왠지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그도 그럴 게 내가 초등학생 때만 하더라도 영화 보는 곳이라면 딱 두 군데였다.
애관극장과 CGV 인천이 바로 그것이다.
보통은 애관극장이었고, 좀 더 크고 좋은 시설에서 보고 싶으면 CGV가 있는 구월동으로 향했다.
구월동까지 가는 길이 실상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어릴 때는 버스 타고 어딜 가는 것 자체가
큰 마음먹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하나의 임무처럼 느껴져서 보통은 애관극장으로 향했다.
동인천역에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도착하는 영화관은 외관부터 나 '영화관이다!'하고 존재감을 위시한다.
상영하는 영화와 테이프 모양의 인테리어, 대문짝만 하게 박혀 있는 애관극장 글자.
애관극장이 위치한 골목은 유동인구가 아주 많다고 볼 순 없지만, 그렇다고 유입이 아예 없지는 않다.
애초에 동인천, 신포동 자체가 주말엔 특히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하고 영화관 근처의 카페나 식당들도
웬만큼 장사가 되는 편이다. 그러나 애관극장은 평일이나 주말, 그리고 오전, 오후, 요일과 시간을
어떻게 정해도 내부엔 빈자리가 텅텅이다. 물론 주말엔 상대적으로 많다.
텐트폴 영화가 개봉하는 주말이면 그래도 20-30명까진 본 적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북적이고 시끌시끌한 영화관을 기억하는 입장으로선 수십 명의 관객은 그저 아쉽기만 하다.
계단을 하나 올라가면 직원이 직접 티켓 발권을 도와줬던 매표소가 있다.
철거되지 않은 공간은 창구를 가려 놓았고, 거기엔 키오스크를 이용해 달라는 메시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실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안쪽의 포스터와 팸플릿이 비치된 공간은 몇 년 전 영화의 것들이 즐비하다.
서너 명의 직원 분들이 상영관 입장 및 퇴장과 청소, 스낵 코너에서 근무 중인데
올 때마다 드는 생각은 팝콘과 콜라의 소비 기한이 지나기 전에 팔려야 할 텐데,,라는 노파심 섞인 걱정이다.
이곳을 지나면 예스러운 공간들이 몇 나온다.
원래는 오락실도 있었는데, 어느새부턴가 없어졌다.
그곳은 그냥 대기실? 비슷한 공간으로 대체된 듯한데
더는 무언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심히 자연스러운 감상이다.
나 같은 경우 상업영화는 웬만하면 애관극장에서 본다.
작은 영화관이지 사실 독립,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아니라
마음만큼 자주 오게 되는 곳은 아니지만, 최근에 <좀비딸>은 그래도 애관극장에서 봤다.
사실 이곳에서 CGV나 메가박스 같은 음질과 관람 환경을 원하는 건 아니다.
당연히 그곳들보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볼 만하다. 영화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면에선 주류 영화관보다 나은 것도 있는 게 다른 사람이 옆자리에 앉을 확률이 거의 없다.
한적해서 손과 발을 이리저리 편하게 뻗을 수 있고, 짐이 있어도 빈자리에 놓으면 그만이다..!!
특히 한적한 시간대로 골라가면 전세 낸 것처럼 혼자 상영관을 독차지할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그래서 가는 것이다.
아직 사라지기엔 조금 이르다는 게 단골 관객인 나의 결론이다.

------------------------------------------------------------------------------------------------------------------
이런 생각을 영화관에 갈 때마다 하던 찰나, 소설 한 권을 읽었다.
<캐스팅>이라는 여러 작가의 단편소설을 엮은 소설집이었는데, 영화관이 주제였다.
소설을 읽는 내내 애관극장이 떠올랐기에 이 글을 끄적일 때 소설도 같이 곁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한 편의 소설이 애관극장을 떠올리게 했는데 조예은 작가의 이름을 보고 빼든 소설집이었지만
여기서 언급하고 싶은 건 박서련 작가의 <안녕, 장수극장>이다.
장수극장이라는 아마도 픽션일 공간은 작중 주인공의 아버지의 이름을 딴 영화관이다.
마치 애관극장처럼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둘씩 끊기고 결국 폐업을 맞이한다.
폐업은 결국 막지 못하지만, 극장을 사랑하고 추억이 서려 있는 시민들의 영상을 보며
주인공과 아버지는 애증의 공간인 영화관을 간직하고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참 여러모로 애관극장을 연상하게 하는데, 차이점이라 하면 도시의 규모가 다르다는 것?
동인천은 구도심이긴 하지만, 어쨌든 주말만 되면 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루니까,
장수극장보다는 형편이 좀 나은 편이다.
그러나, 장수극장이 그 작은 도시에서 많은 이들의 각별한 기억과 추억이 서려 있음에도
결국 폐업을 맞이한 이유는 완전히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미 한 바탕 웃거나, 울거나 웃은 영화를 또 보고 웃거나 울진 않는 것처럼
영화관이 이미 그들의 삶 속, 한 페이지를 멋지게 장식해 버렸기에 더는 차지할 시간과 공간이 없는 것이다.
소설엔 OTT의 존재가 등장하지 않지만, 현실에선 산업 자체가 밀리고 있는 형국이기에
끝을 맞이한다는 그 결말이 어쩐지 픽션 같지가 않았다.
사실 당장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애관극장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완전히 해소된 듯한
장수극장이 조금이라도 더 남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읽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의 말에서 언급된 것처럼 욕심이 지우는 공간도 있지만 새로운 작용이 일어나듯이
'극장'이라는 개념, 허구의 무엇을 모두가 같은 공간 속에서 한 방향을 바라보는 개념적 존재는
또 무언가가 대체할 것이라는 점이 나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사실 오늘 이런 글을 쓴 이유는 최근에 분석하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가 없었기 때문이다.
구애받지 않고 이런저런 글을 쓰는 것도 브런치를 운영하는 재미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이 글이 단지 대타는 아니고, 진심이 듬뿍 묻은 글임은 장담한다.
그저 남아 있어서, 사라지지 않아서 위안이 되는 공간들이 있다.
애관극장이 그렇고, 영화관이 그렇다.
조금 더 그 자리에 있어달라, 한 번이라도 더 가서 기억 속에 남겨 놓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