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 시대와 맞아 떨어진 리얼리즘 드라마
이야기 창작자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이후로
정확히는 글을 지속적으로 쓰겠노라고 다짐했던 이후로
예전에 인상 깊게 봤던 작품들을 다시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냥 보는 건 아니고
여러가지를 뜯어 해체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곁들여서 말이다.
다만, 그냥 감상하는 건 공부가 안 되니까
마지막화까지 보고 나면 문서에 길지 않은 분량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그렇게 자주 보는 건 아니고
막상 시작해도 완결까지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
문서가 쌓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쌓인 문서들을 브런치에 옮기기 위해 다시 들여다 보는데
넣기만 하고 다시 열어보질 않으니
글들에서 어느새 먼지가 풀풀 나는 듯했다.
먼지를 털어내며 조금 민망하기도 한 그 글들을
간결하게 정리해서 하나씩 한 번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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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꺼낸 작품은 <D.P>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데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의 최전성기의 시작 같은 작품으로 여긴다.
최초의 글로벌 성공작은 김은희 작가의 <킹덤>이었지만
<D.P> 이후 <오징어게임>, <지옥>으로 연결되는 라인업은 훌륭했다.
군무이탈 체포조, 일명 '디피'의 시선을 따라 탈영병을 쫓는 이야기.
그러나 액션무비에서 그치지 않는 이야기는
더 깊고, 아프게 군이라는 조직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그러나,
완성도와 흥행은 별개임이 명백하다.
깊은 이야기가 높은 시청자 수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기에
창작자들은 매번 고민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D.P>는 완성도와 흥행, 두 가지 모두 좋은 성적을 받았다.
군을 배경으로 한 여러 이야기 중 <D.P>가 가진 장점,
왜 호평이 이어졌는지 한 번 뜯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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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과잉된 동정 없는 담담한 고백
<D.P>는 한국 군대가 배경이고, 우리나라 남자 중 대다수는 군복무를 마친다.
이 작품이 해외라면 몰라도 국내에서 좋은 비평을 얻기 위해선
최대한 자연스럽고 담백한 리얼리즘이 필요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드라마는 이를 훌륭하게 해냈다.
연출을 이야기하기 앞서, 작중 시기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2014년, 임병장과 윤일병 사건으로 부조리 타파와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기다
드라마의 배경부터 작품의 의도가 어느정도 드러나는 셈이다.
병영 내 부조리가 판치더라도 협객은 등장하지 않는다.
판타지가 개입하지 않은 리얼리즘이다.
나는 이것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드라마가 조석봉의 고통을 다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최대 피해자이며 후반부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누가 봐도 그는 동정 받아 마땅하지만 드라마는 조석봉을 감정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여기서 포장은 어떤 미사여구나 그에게 연민의 감정이 틈입할 수 있는
장면 혹은 대사를 넣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조석봉은 통제되지 않는 복수를 행하고
한호열과 안준호는 그를 설득하고 잡으려 한다.
여기에 그들의 관계나 옛 이야기는 끼어들지 않는다.
가해자가 되어버린 피해자, 피해자가 되어버린 가해자, 그들을 쫓는 이들
일련의 순간들을 드라마는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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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고, 그렇기에 흥행해야 한다.
작품의 의미가 어떻고, 사회적 의의가 어떻든 간에
대중적인 플랫폼에 게시되는 드라마라면 흥행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D.P>가 대중성을 잡은 방법은 다른 게 아니라
'주인공의 활극을 보여주자.'였다.
리얼리즘이라면서 이게 무슨소리인가 싶겠다만
드라마는 공간의 대조로 이 양가의 분위기를 모두 사로잡는 것에 성공한다.
작중 공간은 크게 두 가지다.
군대 안, 군대 밖이다.
군대 안은 정말 숨 막히다. 조명부터 DI까지 그들의 연출은
호사스러운 장치 없이도 인물을 압박하는 공간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군대 밖은 다채롭고 활기차다.
뭐, 군인이 부대 밖에서 신나는 거야 당연하지만
군무이탈 체포조인 두 주인공이 밖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어쩐지 액션활극과 유사하다.
부산과 인천 등 여러 지역을 오가는 로케이션은
로드무비처럼 역동적이고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영리한 기획개발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정서와 흐름을 조절함과 동시에
리얼리즘과 대중성을 모두 함유할 수 있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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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그대로고 피해는 반복된다.
드라마는 잔인한 순환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주제의식을 잃지 않고 가져가는 것이 현실 고발 드라마의 진면목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D.P>의 원작자 김보통 작가는 인터뷰 중 이런 말을 했다.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군대는 분명 이전보다 나아졌다.
나아진 군대에서 복무했기에 변화를 체감할 순 없었지만
보고 들은 게 적지 않기에 분명히 개선된 환경에서 복무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고통 받고 있다.
예전과 같은 무분별한 방치까진 아니지만
폐쇄적인 군대에서 잊을 만하면 새어 나오는 사건들만 봐도
외면 받고 있는 피해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드라마는 사이다가 아닌 잔인한 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고스란히'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드라마엔 가해자가 처벌 받는 자연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으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장면도 사실상 없다.
조석봉이 자신에게 총을 당기면서까지 행하려 했던 것이
과연 복수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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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시즌 1에서 개선점을 찾자면 크게 두 가지였다.
주인공들의 배경 서사 부족과 극적 연출을 위한 고증 오류.
사실 주인공들을 더 풍부하게 알 수 있는 대목들은 일부러 빠졌다고 느꼈다.
그래야 이야기와 그 안의 현실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그러나, 시즌2이니만큼 새로운 서사가 풀어질 것이라 상상했다.
그들의 가치관과 트라우마, 군 내부의 새로운 갈등이 맞물리며
한호열과 안준호가 시청자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시리즈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실상 결과물은 너무나도 아쉬웠다.
캐릭터의 다른 면이 구체화되지도 못했고
다른 인물들과 무리한 사건 전개가 끼어들면서
주인공 두 명은 과장된 액션과 감정 표출이 아니면
이야기에 존재감을 나타낼 수 없었다.
시즌3가 나온다면 시즌1을 자가복제해도 좋으니
시즌 1의 반응을 찬찬히 다시 살펴 보고 긍정적인 지점을 확실히 반영하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