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마주한 친절, 그리고 낯선 풍경
아이슬란드 공항에 도착했다. 아이슬란드 공항은 작고 아담한 공항이었다. 새벽 다섯 시에 공항에 내려 공항에서 잠깐 카페에 들러 휴식을 취하는데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야, 한국 너무 추워, 넌 어디냐?"
"아이슬란드"
"거기도 엄청 춥겠네?
"아니.. 생각보다는 안 추워, 한국보다 따뜻한 것 같은데?"
그러곤 날씨 앱을 켰다.
실제로 한국보다는 아이슬란드가 더 따뜻했다. "북대서양 난류"덕에 한국보다 온난한 겨울이 유지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춥지 않은 온도에 다행이라고 느꼈다. 장기여행 중에는 방한에 신경 쓰기가 힘이 드니까. 뉴욕에서 받았던 Fred형의 옷 덕에 좀 더 따뜻하게 아이슬란드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공항에서 슬슬 시내로 나가려는데 아이슬란드 공항에서 시내까지 나가는 공항 버스비가 2만 7천 원이나 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까지 택시비가 약 3만 원 나오는 걸로 기억하는데 이건 좀 너무하다 싶었다. 그렇다고 직행버스 아닌 대체수단이 없었다. LA도 직행버스 10달러, 좀 돌아가고 환승하면 1.75달러에 갈 수 있었고 뉴욕도 직행버스 16달러, 좀 돌아가고 환승하면 6달러에 갈 수 있었는데 여긴 대체수단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렌트 동행들이 오는 저녁까지 기다리기는 힘이 들었다. 공항 버스비가 너무 아까워서 내면 지는 거다 생각하고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결심했다.
히치 하이킹하는데 손가락 잘려나가는 줄 알았다. 손이 시려서 손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다 3분 만에 차가 잡혔다. 생각보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나를 태워준 친구는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일하는 친구였는데, 케플라비크 공항에 오늘 사람이 너무 많아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간다며, 본인이 늦게 일하지만 않았어도 태우지 못했을 거라며, 나를 Lucky guy라고 했다. 2 시간 넘게 야근해서 너무 오래 일했다는데, 한국에서 14시간씩 일하던 때를 생각해보니 참 우리나라 문화가 좀 잘못되었다 싶었다. 언제쯤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친구는 나를 본인의 집에서 가까운 버스 터미널에 내려주었다. 그리고 이 버스를 타면 4천 원이면 시내까지 갈 수 있다고 했는데, 터미널 들어가 보니 모르는 언어들의 향연에 정신을 잃었다. 도저히 어떻게 타는지 모르겠어서 히치하이킹을 한번 더했다.
어쩌면, 아이슬란드어를 공부하지 못한 무지가 부른 히치하이킹이라고 할 수 있겠다. 히치하이킹을 하는데 더 이상은 무섭고 두렵지가 않다. 세계여행을 하며 쌓인 거라고는 요리실력, 그리고 없어진 겁 혹은 자신감. 내가 뭐라고 사람들이 태워줄 거라 생각을 하는가 했지만, 결국 잘 태워준다. 히치하이킹에 성공한 후 히치하이킹을 시도한 곳으로부터 차로 10분만 가면 숙소가 있었고, 숙소에 들어가기 전 근처의 Bonus라는 브랜드의 마트에서 저녁용 식재료를 사서 체크인했다.
숙소에 들어와 동행들을 위한 저녁을 미리 만들어 두었다. 메뉴는 경상도식 쇠고기 뭇국. 유럽 현지에 무와 콩나물이 없으나 뉴욕에서 무를 가지고 들어왔다. 유럽에는 무가 없는 걸 알고 있기에. 유럽은 예전 로마 시절에 무를 먹으면 천한 사람이라고 무 재배를 금지하곤 했다고 한다. 어쨌든 오랜만에 소고기 국을 만들어 뒀다.
숙소에 동행들이 도착하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오로라가 레이캬비크 등대 근처에 뜬다는 소식을 듣고 오로라 헌팅을 나갔다. 숙소로부터 차로 20분쯤 갔을까, 레이캬비크 등대에 도착했다.
바닷가 근처라서 그런지 살이 어는듯한 추위가 들이닥쳤다. 판공초에서 느껴봤던 그 추위와 비슷했다. 오로라를 찾았으나 오로라는 보이지 않았다. 상심을 하고 차 안에서 쉬며 동행의 고프로를 이용해서 장노출 촬영을 했다. 한참이 지나고 고프로를 확인한 순간,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오로라는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어쩌면 낯선 풍경이라 오로라라고 인식하지 못한 게 아닐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여행하고 있는데, 정작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면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장기간의 여행으로 그 생각이 조금 옅어진듯 했다. 낯선 곳에서 맞이한 낯선 풍경에 우리는 그저 하나의 점에 불과했다. 우리는 오늘 오로라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