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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리 Feb 26. 2018

함부로 말 놓지 않기.

반말과 존댓말 그 사이

살면서 항상 원칙으로 두고 살고자 노력하는 것중에 하나가 (노력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한번씩 실수할때도 많다.) "함부로 말 놓지 않기" 이다. 한국어에는 왜 반말과 존댓말의 개념이 있어서 이렇게 노력을 하고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보다 나이가 적다고, 사회적인 계급(예를들면 직장에서의 직급, 혹은 선/후배 관계)이 나보다 낮다고 함부로 말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래서 누가 말을 놓으라고 먼저 말해줘도 나는 말을 쉽게 놓지 않는다. 아니 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그래서 술자리에서도 동갑이든 후배이든 두손으로 따르고 두손으로 받는다.)


여행을 하다가도, 혹은 사회생활을 하다가도 누군가가 함부로 반말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보통 아래와 같은 경우가 있다.
1. 무턱대고 나이가 어려 보여(혹은 사회적 계급이 낮아보여) 반말하는 사람
2. 나이(혹은 사회적 계급)를 듣고 바로 반말을 시작하는 사람
3. 나이(혹은 사회적 계급)를 듣고 바로 "말 편하게 해도 돼요?" 하는 사람


여행중에 만난 어르신들 중에서는 왠만해서 1번의 사례같은 경우는 잘 없었다. 


오히려 나보다 나이가 애매하게 높은 30대 초반이나 20대 후반의 여행자가 가끔 그런적이 있었고, 회사를 다닐때에도, 일과 관련해서 메신저를 걸었는데 상대방이 메신저에 나타나는 내 직급만 보고 바로 반말을 하던 타 부서 사람도 꽤 많았다. 

여행출발 초반엔 그냥 사회에 적응해서 그런지 그러려니 하고 들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왜 반말하세요?" 라고 따지기도 했다. 나는 그게 정말 싫었기 때문에.


다니던 회사의 상무님이 그래도 꽤 존경할만한 분이었는데, 상무님께 일과 관련된 (주로 결재관련) 메신저를 보내면 항상 존댓말로 대답해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그게 맞다고 생각이 든다. (우리 부서 사람들도 친해지기 전까지는 함부로 반말하신분들도 없었다.)

2번의 경우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그랬는데, 나는 이것도 잘못 됐다고 본다. 나이가 어리다고 하대해도 (한국어가 존댓말과 반말로 나뉘어 있어서 그렇겠지만) 된다는 법은 없다. 

3번의 경우엔 많은 사람들이 범하는 실수라고 생각이 드는데, 예전엔 이건 괜찮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이것도 잘못됐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이유는 나이 어린 사람이 "아니요" 라고 대답을 할리 없다.
그래서 요즘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저렇게 말하는 사람보고 대답한다. "아니요" 혹은 "아니라고 대답해도 되나요?"

소심했던 나는 좀더 악해지고 있다.

나이(혹은 사회적인 계급)로 남위에 올라서려는 사람은 내세울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만을 내세운다고 생각을 한다. 존중은 남이 해주는 거지 자신이 받으려고 하는게 아니다. 남이 배려를 해준다면 그걸로 고마워 하면 되는 것이지 그걸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된다. 실력과 나이와 계급이 일치되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살아온 경험상 불일치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나보다 어린데 나보다 개발 잘하는 사람은 넘쳐나며, 나보다 어린데 글 잘쓰는 사람도 넘쳐나는 세상이다. 나이가 어리건, 나이가 많건 배울게 많은 세상이다. 사람은 이래서 겸손을 겸비해야한다. 뭔가 말이 엇나간것 같지만. 여튼 존중은 남이 해주는거고, 존중받기 위해선 내가 잘해야 되는거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 그 실수를 한번 범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앞으로도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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