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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리 Sep 23. 2018

"원래 안태워주는 건데 태워드리는 거예요"

서울의 택시와 우버에 대한 생각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고 새벽 세시가 되어가는 시간, 택시를 타기 위해 신논현역 앞에 섰다. 술에 살짝 취한 상태였지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는 아니었다. 카카오 택시로 택시를 부르려다가 그냥 손을 들고 잠깐 서있기로 했다. 몇 대가 그냥 승차거부를 하며 지나가기도 했지만, 잠깐 서있으니 택시가 곧바로 잡혔다. 한국에서 오랜만에 타는 택시인 데다가, 뉴스에서, 혹은 친구들이 "강남에서 새벽에 택시 진짜 잘 안 잡혀"라고 말하는 건 죄다 거짓이구만- 하고 목적지를 외치며 올라탔다.


택시 기사님께서는 나보고 어느 길로 가냐고 물었다. 나는 서울에서 산지 얼마 되지 않는 데다가, 차가 없기 때문에 어디가 빠르고 어디가 느린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기사님께서 알아서 가달라고 했다. 그러니 돌아오는 말.


원래 안태워주는 건데 태워드리는 거예요. 강남이면 더 좋은 장소도 많은데.

원래 안태워주는 건데 태워드리는 거예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잠이 깼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이 강남에서 조금 덜 멀다고 불평하는 건가? 더 장거리 손님을 확보하지 못해서? 나는 왜 손님으로 이런 소리를 들어야 되지? 처음부터 말했으면 됐지 않나? 내가 알아서 가달라고 해서 짜증이 났나?


그 한마디 말이 너무 기분이 나빠서 택시기사가 무슨말을 해도 대꾸없이 가만히 있었고, 집앞에 도착해 계산을 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택시를 내리는 도중에 본 "서울택시" 의 전화번호. "불편이 느껴지면 연락해서 택시비를 보상받으라" 라고 되어있지만 고작 만원 남짓한 돈을 더 받아내기위해 이런저런 수고를 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느껴진 불편에서 다른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방에서 살때는, 택시들을 보고 우버가 필요없다고 생각할만큼 택시아저씨들이 친절했다. 승차거부를 당한경험이 전혀 기억이 나지않을정도로 드물거나 없었고, 그덕에 우버를 칭송하는 테크업계 종사자들에게 강한 의문을 품기도 했다. (무려 나 또한 테크업계의 종사자였다!)


그런데 최근들어 서울에 살게되면서 겪었던 택시들의 승차거부와 불친절함에 치를 떨며 우버나 풀러스같은 업체의 승승장구만을 바라게되었다. 다른나라같은 경우에는 택시비가 비싸니까 우버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성공을 하겠지만, 대한민국의 택시비는 전체적인 한국의 경제력으로 봤을때는 매우 저렴한 축에 속하기에, 조금 더 비싸더라도 친절한 서비스를 받고 싶었다. 내돈내고 내가 택시를 타는데 왜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택시업계는 과연 정상적일까?


분명 택시업계도 택시업계들만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 사정이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줘서는 안된다. 사납금이 비싸면 사납금을 조정하고, 택시비가 올랐으면 올랐지 택시를 타는 것 자체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면 사람들은 택시대신 다른 대체제를 찾을것이다. 가성비보다 가심비가 중요한 시대다. 택시업계는 과연 이점을 인지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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