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스스로 강제성 부여하기
어떤 업무나 일들을 진행할 때 가장 진행에 도움을 주는 마법과도 같은 촉매제가 있다. 바로 마감이라는 촉매제인데, 이 마감이라는 존재는 우리의 인생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감이라는 존재가 없다면 일들의 끝이 보이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필요악인 존재중의 하나라고 생각이 든다.
갑자기 왜 마감이라는 단어를 꺼내었냐면, 요즘 1주에 1 글을 쓰지 않으면 벌칙을 받는 내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나고 난 뒤, 표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욕망은 한도 끝도 없이 생겨났지만, 글쓰기 자체가 습관이 되지 않아 고민이었다. 또 언젠간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아마추어 작가로서, 글을 쓰는 습관이나, 글 실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이 생각대로 전부 행동할 수 있으면 그게 사람이던가, 나는 그 정도의 사람이 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글쓰기를 어떻게 습관화시킬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마감이라는 촉매제를 넣어 스스로 강제성을 부여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Todo list를 지원하는 앱을 썼다. Wunderlist라는 앱을 썼는데 이 앱은 내가 설정한 할 일이 마감기한 몇 시간 전까지 완료되지 않으면 메일을 자동적으로 보내주는 기능을 했다. 즉 앱의 기본적인 알람 기능과 더불어 메일로도 알려주니 습관을 잘 지킬 수 있을까 기대를 했지만....
Todo list 에 쌓아두어도 삶이나 돈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는 일이 아니다 보니 강제성이 부족해서 잘 되지 않았다. 첫 주 정도는 무난하게 글을 썼으나 두 번째 주부터는 바쁘다는 핑계로 앱을 쳐다도 보지 않았고, 메일이 오더라도 읽지 않은 상태로 뒀다. 이렇게 몇 주가 지나고 심각성을 깨달은 나는 조금 더 나은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을 해보면, 내가 밤에 야근을 해서라도 끝내는 일들은 주로 직접적인 돈과 관련된 일이고 (예를 들면 회사 업무)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 업무는 기한 내에 다 끝내기는 했으니까, 실제로 돈과 연결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다른 데서 칼럼 연재를 의뢰받는다거나, 어딘가에 연재하고 돈을 받는 수준의 사람은 아니므로 쉽게 시작하기는 힘들기에, 불가능이라 여겨졌다.
그렇다고 포기를 할 수는 없었다. 내가 꿈꾸고자 하는 언젠가의 출간을 위해서는 글을 잘 쓰지 않는 습관을 고칠 필요가 있기에,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와중에 회사의 Editor A와 글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마침 둘 다 브런치를 운영하고 있고 브런치에 대해서 공감대가 오가던 와중에 1주 1 글쓰기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이 제안을 받았을 때는 부담스러워서 거절을 했다. 1주에 1 글을 어떻게 쓰냐며, 아직은 내가 그런 식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가볍게 받아들였다. 그러고 몇 주가 지난 후 나의 게으름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았고, 오히려 프로페셔널인 에디터와 내기를 하는 게 나의 발전에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역(?) 제안을 했다.
1주 1 글 쓰기 합시다!
1주 1 글 쓰기를 하기로 했으니, 벌칙을 어떤 벌칙으로 할지를 정해야 했다. 처음엔 커피나 밥 한 끼 정도를 생각했으나,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나는 남에게 밥을 사거나 커피를 사는 것을 전혀 아까워하지는 않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커피나 밥을 산다는 행위가 돈을 잃는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들기 때문에 나에게 큰 페널티가 되지는 않았다. 대신 둘 다 집밥 파임을 감안하여, 마켓 컬리에서 식재료를 사주는 것으로 정했다. 마켓 컬리 배송비가 15,000원 이상부터 무료이므로 사실상 거의 15,000원 이상이 드는 일이고, 가격도 따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쓰지 않으면 꽤나 큰 강제성이 부여될 것 같았다.
이 예상은 단번에 들어맞았고, 월요일 09:00 AM으로 정한 마감을 한 달 동안 칼같이 지켰다. 상대방은 프로페셔널 에디터이고,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개발자이기 때문에 솔직히 이 내기에서 한 번이라도 이길 자신도 없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도 안 했다. 다만 최소한 잃지는 말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금방 흐지부지 될 줄 알았다는 Editor A의 말, 그러나 흐지부지하게 만들 생각은 없다. 강제성 부여가 어느 정도 성공을 한 셈이다.
지금도 Editor A는 일주일에 글을 두 개도 쓴다. 역시 현업에서 일하는 에디터다. 하지만 나에겐 아직 1주 1개도 버거운 상태. 그렇지만 나도 본받아서 1주 2개, 3개, 그리고 매일 글쓰기를 생활화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출간도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을 위하여. 그러기 위해 오늘도 월요일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마감을 한다.
삶을 살다 보면 가끔 삶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돈이 없는 상태에서 재취업이라던가, 혹은 지금처럼 습관을 만들기 위한 일이라던가. 미리미리 알아서 습관화시킬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아직까지 나는 그런 인재는 못된 것 같으니, 이렇게 강제성을 부여해서라도 습관화시켜야겠다. 오늘도 내 삶을 해킹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