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믿나요? 1화

운명은 어때요?

by 주홍빛옥상

조직검사를 해보자는 의사의 한마디는 그 상황에서 가능한 가장 나쁜 것을 상상케 다.

마치 "당신은 암일 거예요."라는 말을 듣기라도 한 거처럼..


다리가 휘청거리는 듯했지만 겉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조직검사, 마흔넷 그 둘은 영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아니니까.. 나는 두려움을 억누르려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딸이 조직검사를 받는 것도 아니고 엄마인 나.. 그것도 마흔넷의 첫 조직검사.. 부자연스러운 건 아니잖아..


병원 문을 열고 나와 차문을 닫고 운전석에 몸을 툭 떨어트리듯 앉고서야 부여잡았던 눈물샘이 터졌다. - 집을 나서 차를 타고 병원을 향했고, 조직검사 소견을 듣고 병원을 나서 차를 탔다. 집과 병원, 안과 밖을 이어주는 제2의 나만의 공간에 들어선 그제야 눈물도 멋대로다. 마흔넷의 나는 그랬다.-그러면서도 얼마나 우스운지, 누가 보면 암 선고라도 받은 거 마냥..


실컷 울고나 휴대전화를 켜 시간을 확인한 뒤 눈물을 쓱 닦고는 집으로 향했다.

손 많이 가는 남편, 그에 버금가는 하나뿐인 딸, 추정나이 세 살에 가족이 되어 이제 대략 살이 되었을 영원한 아기 같은 존재, 나의 성씨를 딴 반려견 이나무.. 혹시 모를 나의 부재가 그들에게 안겨줄 혼란과 혼곤의 상황들이 스쳐 지났다.

지켜야 할 것 투성인 엄마라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안위는 둘째, 셋째 아니 맨 마지막이겠지?


돌이켜보면 삶의 고비는 때마다 있어왔다. 결코 안락하기만 한 삶은 아니었다. 하지만 떠나보면 떠나온 보금자리의 안락함을 느끼듯이 삶의 고비를 지나고 나면 삶의 가치는 더욱더 분명해졌다.

가슴속 멍울은 내가 병원에 가기 전부터 존재해 왔고 그 병종도 정해져 있을 터인데.. 의사가 정하는 것도, 만든 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부여잡고 일상의 잔잔한 물결을 유지하려 애쓰기로 한다. 물 위를 유영하는 백조의 모습처럼 겉으로는 고요하고 우아하지만 수면 밑으로 감춰진 치열한 발놀림처럼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