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을 Jun 20. 2024

집에서 하는 산후조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

자연출산과 남편의 출산휴가 [3-2]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려면 남편의 출산휴가는 필수다.

남편이 2주간 출산휴가를 내고 가사도우미와 산후도우미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집에서의 산후조리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셔도 남편이 없으면 산모가 자꾸 이것저것 신경쓰고 움직이게 된다.

아기 젖 주는 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일을 남편이 해야 하는데, 아기 젖 주는 일만으로도 산모는 힘들기 때문이다.

​가사도우미이자 산후도우미로서 나의 일과는 밥상 차리기, 설거지, 청소, 빨래, 쓰레기 버리기, 장보기, 아기 기저귀 갈기, 아기 목욕 시키기, 아기 배꼽 소독하기, 아기 수유 및 배변 체크, 아기 안아주기, 산모 좌욕 물 끓이기, 기타 심부름

또 밥상 차리기, 설거지, 청소, 빨래, 쓰레기 버리기, 장보기, 아기 기저귀 갈기, 아기 목욕 시키기, 아기 배꼽 소독하기, 아기 수유 및 배변 체크, 아기 안아주기, 산모 좌욕 물 끓이기, 기타 심부름

또 밥상 차리기, 설거지, 청소,... 가 계속 반복된다.

하루에 비는 시간이 10분도 없이 저 일을 다 하고 나면 행복한 피곤함이 물밀듯이 밀려 오며 정신없이 곯아떨어진다.



집에서 하는 산후조리는 남편의 역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산모와 남편이 힘을 합쳐서 잘 해낸다면 아기가 세상에 나온 첫 시간들을 엄마와 아빠가 온전히 함께해 줄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아기에게 엄마의 초유를 먹일 수 있고, 아기의 소변이 첫째 날과 둘째 날 요산으로 붉은기를 띠다가 차츰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대변이 첫째 날 검녹색이었다가 셋째 날 황녹색을 지나서 점점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매일매일 배변 때마다 보고 느낄 수 있다.


아기가 처음 눈 뜨는 순간을 볼 수 있고, 아기가 처음 혼자서 노는 순간을 볼 수 있고, 아기의 표정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점점 풍부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기가 엄마 젖을 빨면서 잠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첫째 날, 둘째 날 살짝 모자라던 젖 양이 차츰 늘어나서 아기의 짜증이 줄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기가 새벽 1시에 울면 아빠가 바로 토닥토닥 안아줄 수 있고, 태어난 지 8일째 되는 날 새벽 5시에 아기 기저귀를 갈다가 드디어 배꼽이 떨어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면 아기가 세상에 나온 첫 시간들을 엄마, 아빠가 24시간 온전히 함께해 줄 수 있고,

아기가 처음 태어나서 보여주는 모든 변화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엄마,아빠도 엄마,아빠가 되는 법을 아기와 함께 배우는 시간이다.

첫 일주일을 보냈을 뿐인데, 아기와 24시간 붙어 있다 보니, 이제 아기가 울기도 전에 '똥을 쌀 때가 되었다' 하고 기저귀를 보면 딱 맞추는 정도까지 되었다.

아내 역시 일주일을 보내고 보니 아기와 함께하는 첫 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 산후조리원에 갔으면 후회할 뻔했다고 한다.



나는 집에서 하는 산후조리가 무조건 좋고,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은 무조건 안 좋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집에서 하는 산후조리는 남편의 출산휴가가 전제되어야 하며, 제왕절개 등 산모의 상태에 따라서는 산후조리원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우리나라 출산문화처럼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이 정말 당연한 일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집에서 하는 산후조리도 얼마든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는 아기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때 24시간 옆에 있어주고 싶었고, 아기가 엄마,아빠에게 처음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배우고 싶었고, 산모가 힘들면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싶었다.


다른 도우미 손에 갓 태어난 아기를 맡기고 싶지 않았고, 서툴더라도 내가 아기를 전적으로 돌보는 것이 당연한 책임인 것 같았고, 그것이 자연출산하고 잘 맞았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몸은 좀 피곤하지만 집에서 하는 산후조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충만하게 느끼고 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을 그냥 하는 것과,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고 생각해 보고, 그런 다음에 '선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