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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테 클래식 Mar 09. 2024

나도 아미입니다만?!

지뉴 작가님의 <나는 아미입니다>를 읽고


처음 브런치에서 지뉴 작가의 글을 읽고 그녀의 사유와 그것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쓴 글이 좋았다. 작가의 이야기들을 읽고 곰곰이 생각에 잠긴 적도 많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일까? 그러던 중 작가가 <나는 아미입니다>라는 책을 독립 출판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독립출판?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한 단어를 듣고 나는 팝업 행사 진행 중이라는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불행하게도 그 서점에서는 아직 팝업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 책을 구하지 못했다. 작가님께 직접 물어봤다. 혹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냐고. 영풍문고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가 가능하단다.


1.   세상의 모두 덕후들에게


시작하는 글: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덕질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나는 아미입니다 머리말>


<나는 아미입니다, 김진유>


이런 우여곡절 끝에 어제 <나는 아이입니다>가 내 손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친한 친구의 편지를 읽듯 단숨에 그 책일 읽어버렸다.


나는 BTS 덕후는 아니지만 취미가 많은 아저씨이다. 한때 교회 오빠였다. 찬양팀 리더를 오래 했다. 옛날에는 기타 배울 수 있는 학원이나 강의가 없어서 독학으로 배웠다. 실력이 좋을 리가 없다. 그래서 기타를 잘 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나중에 실용음악 학원도 다녔다. 어쩌다 보니 집에 기타가 종류별(일렉기타, 베이스기타, 클래식기타, 통기타)로 4대가 있다. 그동안 스쳐 지나간 기타도 꽤 있다. 한 7~8대 정도 사용했던 것 같다. 한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카메라와 각종 렌즈를 사느라 많은 돈을 들였다. 필름 카메라, 디지털카메라, 최신 기종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덕질 중이다. 무엇보다 나는 책 덕후이다. 좋은 책이 있으면 장소를 불문하고 그 책을 가지고야 만다. 요즘은 온라인 서점에 웬만한 책들은 다 있다. 너무 편하다. 그러나 가끔 해외 원서들이나 절판된 책들을 만난다. 이럴 때 나는 이상한 고집이 생긴다. 구할 수 없는 책들을 구하고 싶은 욕망 같은 것이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더 이상 아무도 읽을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나만 알고, 나만 읽을 수 있는 책 그것을 지금 나는 욕망하고 있는 것이다. 내 책장에는 지금은 돌아가신 작가들의 이름 없는 책들이 몇 권 있다. 나는 그분들을 내 정신적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그 책들을 읽으며 다짐한다. 언젠가 그분들을 생각의 지평에 이르고, 나아가 그 지평을 넘어서는 책을 쓰고야 말겠다고.


<예술제본공방>


그리고 최근에 예술제본 공방에 다니고 있다. 책을 읽다 못해 만드는 중이다. 책에 미쳤다. 완전! 내가 쓸 첫 번째 책 몇 권은 내 손수 만들고 싶어서 예술 제본을 배우기 시작했다. 가치 있는 글을 가치 있는 소재로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2.   돈이 많은 집안 VS 책이 가득한 집안


그래서일까? 지뉴 작가의 책의 등장인물 중에서 수진에게 특히 관심이 갔다. 수진은 대대로 치과의사 집안의 남편 상훈과 결혼했다. 집안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시어머니는 평범한 집안의 수진과의 결혼에 심하게 반대했다. 수진과 상훈 사이에 유주가 생긴 이후 그들은 결혼할 수 있었다. 내 생각에 수진의 평범한 부모님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문학 교사이고,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어려서부터 수진은 문학 책을 접하며 자랐다. 집안은 항상 책으로 가득했고 수집은 이 세상에 책 냄새만큼 향기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수진은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접하며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봤다.


“만약 악마가 내게 와서 유혹을 한다면. 많은 돈과 많은 책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단 조건이 있다. 많은 돈을 선택하면 평생 책은 읽을 수 없다. 반대로 책을 선택하면 평생 부자도 될 수 없다. 그러면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책을 선택할 것이다. 그만큼 나는 책에 진심이다.”


작품 속에서 나는 내 상상의 이야기와 비슷한 삶의 여정을 목격했다. 수진은 결혼하기 전까지 책을 읽으며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최대한 현실 세계에 성실히 임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하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그녀는 책과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되었다. 책 읽으며 이야기 속에 빠져 살던 옛날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현실 육아는 힘들고 공허하기만 했었다. 열정이 사그라들고 무기력해진 그녀는 마치 낙엽처럼 메말라 갔다.


3. 작가의 글쓰기


이 작품은 고교 동창들이 중년에 BTS 덕후라는 매개로 다시 만나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자유롭고 주체적이며 창조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인간들의 성장을 다룬 소설이다.


인간은 일상적인 삶 속에서 끊임없이 불안하고 괴뇌하고 절망하는 나약한 존재이다. 개인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감옥’ 같은 현실은 어쩌면 인간 존재의 조건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런 삶을 관찰 탐구하고 인식하고자 노력했다. 동시에 그 배후에 숨겨진 이해할 수 없는 삶의 고뇌들을 덕질이라는 도구를 통해 작품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힘들고 때로는 부조리하고 이상한 현실 세계 속에서 상실된 자신의 고유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BTS를 통해 또 그들을 함께 좋아하는 친구들을 통해 주인공들은 삶의 공포로부터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그들은 고독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 무엇보다 자신이 대면하고 있는 ‘불만족스러운 세계’를 ‘'소녀 시절의 순수함과 나비의 꿈과 진정한 자기에로의 착륙’ 같은 순수한 세계로 고양시키려 했다.


이렇듯 작가의 글쓰기와 주인공들의 덕질은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수단이 되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자기를 사랑하는 존재(Love yourself)로 키워냈다. 이것른 삶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는 구원의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원했던 삶은 돈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는 일상적인 욕망의 삶이 아니라 꿈과 환상 상상과 정신과 영혼을 양식으로 하고 있는 의미 있는 덕질의 삶이었던 것이다.


4.   인생의 화영연화를 꿈꾸다


전업주부 수진, 중소기업 과장 혜진, 고교 영어교사 혜정 이 셋은 BTS 함께 향유하며, 모임을 갖고, 여행을 하며 각자 조심씩 삶의 활력을 찾아 나간다.


혜정은 수업 중에도 밥을 먹다가도 BTS 콘서트를 떠올렸다. 마치 짝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듯 공연들을 상상하는 것은 그녀에게 열정과 흥분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다만 무미건조한 일상의 극명한 대조 속에 그녀는 한숨짓는 일이 많아졌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던 혜정의 딸 다영도 가을 무렵 미술학원 다니기 시작했다. 미대 진학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림을 그리는 동안 다영은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오롯이 그림 속에 자신을 맡긴 채 자신이 그리는 그림이 자신을 위로해 주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수진은 지나온 생활을 되돌아봤다.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를 키우며 죽을 같던 시간들을 버텨왔다. 10년이 넘는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며 마치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수진은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혜진은 회사 근처에 있는 영어학원 기초회화 반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그녀가 하고 싶었던 타투이스트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의미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이다. 이것은 각자의 가장 푸릇푸릇하고 아름다웠던 리즈 시절을 상징한다. 그러나 화양연화는 단순한 어떤 과거의 시점이 아니라 각 개인의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값진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로 보는 것이 옳다.


우리는 저마다의 소중한 추억들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이것은 단순한 단어를 넘어 우리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더 값지게 만들어 주는 멋진 표현이다. 소설 <나는 아미입니다>를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언제 행복하고, 언제 불행하다고 느낄까?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일까? 10대? 20대?



내가 아이돌이든 예술가든

뭐가 중요해?

새 기록은 자신과의 싸움이지

...

쭉 들이켜

창작의 고통

...

우린 두 번 태어나지.


<BTS '디오니소스' 가사 중에서>



나는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제우스의 빛에 시밀레가 타들어 가는 순간 그녀의 태에서 건져낸 디오니스소가 제우스의 무릎에 있다가 다시 태어났다던 BTS의 가사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것을 시작하기에 나쁜 시기란 없는 법이다. 지뉴 작가는 덕질을 통해 친구들이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는 듯한 기분을 표현해고 싶었던 것 같다. 같은 대상을 향한 부드러운 마음은 23년이라는 각자의 시간을 초월해 그들을 한데 묶어주는 끈끈한 연결의 고리가 되어 주었다.


6. 덕질: 부가 끊임없음을 확신하는 귀족


작가의 글쓰기는 강압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이기까지 한 현실 속에서 우리 각자가 자유롭고 주체적이고 개성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훌륭한 무기가 되어 준 것 같다. 우리는 읽기와 쓰기를 통해 부정적인 현실 세계를 관조할 수 있고 그 세계의 숨겨진 진실을 밝히며 나아가 우리 스스로의 상실된 정체성을 찾는 노력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자유로운 상상과 날카로운 사색, 직관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차갑고, 불행하고, 억압적인 현실 세계를 따뜻하고, 행복하고 자유로운 세계로 전환할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성실한 문학작품은 우리 심연에 숨어 있는 진실한 것들을 이끌어 내는 펌프와 같은 역할을 한다.



너의 마음속 깊은 어딘가

여전한 소년이 있어.

...

지금 난 마치 열세 살의 나처럼 뱉어.


<BTS, Yet To Come 가사 중에서>



나는 지뉴 작가의 글을 통해  마음속 어딘가 숨어 있을 소년을 찾아냈다. 그리고 나도 올해는  나만의 글쓰기를 엮은   권을 출간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깨어 글을 쓰는 이유이다. 나는  과정을 통해 기쁘고 행복한 감정을 경험한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잊는 순간이 주는 희열감은 이루 말할  없다. 그리하여 나는 현실과 , 의식과 무의식, 긍정과 부정, 진실과 허위의 경계를 오가며 열세 살의 어린아이로 되돌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쓰기에 진심인 지뉴 작가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까뮈의 반항하는 인간에 나오는 문구를 선물해 주고 싶다.



바다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태양은 아이들의 젖은 머리 위로 부드럽게 지고 있었다. 태양이 내리쬐는 광휘가 아이들의 파릇파릇한 몸을 즐거움으로 가득 채웠고 아이들은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며 화답했다. 마치 자신의 부가 끊임없음을 확신하는 귀족처럼 그들은 이 세계가 제공하는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여과 없이 빨아들였다.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었으며 그것이면 충분했다.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비하면 그들의 삶은 무의미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당시 그들이 가진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반항하는 인간, 알베르트 까뮈 중>



덕질은 체계와 집단이 요구하는 당위에서 한걸음 물러나는 일이다. 덕질은 온전한 자기를 대면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덕질은 타자의 욕망이 아니라 나의 욕망을 긍정하는 일이다. 덕질은 내가 내 삶의 주인공임을 확인하는 일이다. 내가 내 욕망을 긍정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것을 긍정해 주지 않는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무의미하다. 내가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것, 체계의 수행자가 아니라 나로 존재하는 것 그것만이 세상을 사는 이유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읽고 쓰는 덕질로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 나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지뉴 작가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나는 아미입니다>를 읽고 난 나의 소감이다.


신기하게도 지뉴 작가의 책 속에 나오는 BTS를 통해 장자, 쇼펜하우어, 니체, 까뮈, 헤르만 헤세 등의 애정하는 작가들의 사유를 만났다. 이렇게 보면 ‘나도 아미’인 걸까?


P.S 마음 따뜻한 글을 써 주신 지뉴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래도록 좋은 문우가 되어주시길 두 손 모아 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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