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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로 키우는 내 아이의 회복탄력성

아동 발달에서 운동의 뇌과학적 중요성

by 아레테 클래식

요즘 초등학생 딸과 농구를 하고 있다. 운동이나 바깥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가 더 오래 앉아 있고, 더 적게 뛰어노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스마트폰, 디지털 학습, 그리고 과도한 학업 중심의 교육 환경때문에 아이들이 신체 활동을 줄이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이다. 그러나 최근의 뇌과학 연구는 운동이 단순한 체력 증진을 넘어서, 아동의 뇌 발달과 정서적 건강, 자기 조절 능력에 필수적인 요인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아이들의 뇌는 여전히 성장 중이며, 그 신경 회로는 경험과 자극에 의해 결정된다. 운동은 바로 그 성장의 핵심 자극이다.


1. 운동은 시냅스를 연결한다: 신경가소성과 BDNF


어린이의 뇌는 고도로 가소적이다. 이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즉 뇌가 외부 자극에 따라 구조와 기능을 재조직하는 능력이 극대화된 시기임을 뜻한다. 운동은 이러한 신경가소성을 강화하는 주요한 자극으로 작용하며, 특히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 신경영양인자)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BDNF는 시냅스 형성과 장기기억, 인지기능 발달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운동을 통해 그 분비가 뚜렷하게 증가한다” (Cotman & Berchtold, 2002).


이는 곧 운동이 학습 능력, 기억력,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직접적인 뇌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충분한 신체 활동이 없으면 뇌 발달의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2. 운동은 자기 조절을 훈련한다: 전전두엽과 실행기능


아동기의 중요한 발달 과제 중 하나는 자기 조절 능력이다. 이는 충동을 억제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목표 지향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러한 기능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성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전전두엽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달한다.


“신체 활동은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적 연결성을 강화하고,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의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Diamond, 2015).


특히 규칙적인 운동은 계획, 주의, 인내 등과 관련된 신경 회로를 자극하며, ADHD 아동의 집중력 향상에도 실질적 효과를 보인 바 있다 (Best, 2010).


3. 정서적 탄력성과 스트레스 조절: HPA 축과 감정 회로의 안정화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과도한 경쟁, 가정 내 긴장, 또래 관계의 어려움 등은 **아이의 스트레스 반응 체계(HPA axis)**를 자극한다. 운동은 이 스트레스 시스템을 건강하게 조율하는 비약물적 개입이다.


“운동은 코르티솔 반응을 조절하고, 감정 중추인 편도체(amygdala)와 전대상피질(ACC)의 상호작용을 개선하여,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을 높인다” (Hillman, Erickson & Kramer, 2008).


아동이 운동을 통해 반복적으로 ‘도전-성취’의 과정을 겪을 때, 뇌는 정서적 고통에 덜 민감하고 회복이 빠른 회로 구조로 바뀌며, 이는 성장기 정신 건강에 중요한 보호 인자가 된다.


4. 사회성 발달과 신경공감 회로의 자극


단체 운동이나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경쟁, 협동, 감정 조율, 역할 수행 등을 경험하며 사회적 기술을 연습한다. 이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 시스템과 관련된 회로를 자극하여,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능력(공감)을 키운다.


“신체 활동 중 공동의 목표를 수행하는 경험은 아동의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높이고, 사회적 뇌 회로의 발달을 촉진한다” (Voss et al., 2011).


이처럼 운동은 단지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정체성과 인간관계를 맺는 신경 기반을 형성하는 기회이다.


5. 운동 결핍과 뇌 발달 저해: 현대 아동의 위험


실제로 운동 부족은 아동의 뇌 발달과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하루 최소 60분 이상의 활발한 신체 활동이 학습 능력, 수면, 정서 안정, 사회성 발달에 모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권고하고 있다 (AAP, 2013).


하지만 현실에서는 운동 시간은 줄고, 스크린 시간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ADHD, 우울감, 자기 조절 결핍 등 다양한 신경·정서 발달 문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운동은 성장기의 뇌를 설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아동기 뇌는 끊임없이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설계되고 있다. 운동은 그 뇌에 생리적 안정, 정서적 탄력, 인지적 유연성, 사회적 공감이라는 핵심 요소를 새긴다. 단순한 체육 시간이 아니라, 신경 발달의 필수 영양분으로 운동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성장하는 뇌를 위한 생물학적 필수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와 농구하는 시간은 너무 소중하다. 아니 신성하다. 나와 또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며 험난한 세상을 이겨낼 힘을 키울 수 있기를.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이겨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참고문헌

1. Cotman, C. W., & Berchtold, N. C. (2002). Exercise: a behavioral intervention to enhance brain health and plasticity. Trends in Neurosciences, 25(6), 295–301.

2. Diamond, A. (2015). Effects of physical exercise on executive functions: Going beyond simply moving to moving with thought. Annals of Sports Medicine and Research.

3. Best, J. R. (2010). Effects of physical activity on children’s executive function: Contributions of experimental research on aerobic exercise. Developmental Review, 30(4), 331–351.

4. Hillman, C. H., Erickson, K. I., & Kramer, A. F. (2008). Be smart, exercise your heart: exercise effects on brain and cognition. Nature Reviews Neuroscience, 9(1), 58–65.

5. Voss, M. W., et al. (2011). The influence of aerobic fitness on cerebral white matter integrity and cognitive function in older adults: results of a one-year exercise intervention. Human Brain Mapping, 32(11), 1794–1807.

6.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2013). Active Healthy Living: Prevention of Childhood Obesity Through Increased Physical Activity. Pediatrics, 117(5), 1834-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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