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작별하기
“많이 좋아졌네요. 이제 OO약을 두 알로 줄여보죠.”
지난 진료에서 선생님은 내가 먹는 약 중 한 가지 약을 절반의 용량으로 줄여주셨다.
전 직장에서 고생한 일 때문에 생긴 우울과 불안을 치료하기 위해 지금껏 총 세 개의 병원을 다녔다.
그중 이번 주치의 선생님은 내가 낫는 것에 맞춰 약을 빨리 줄여주시는 편이었다.
이전 병원에서 6알 중 5알 반으로 줄이는데 6개월이 걸린 반면, 여기서는 다닌 지 석 달 만에 용량이 3분의 1 가량 줄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 내가 괜찮았다고 답하면 반색하며 즉시 투약에 반영해주셨다.
그것에 취했던 모양이다. 나는 지난 한 달간 두 알씩 먹기로 한 약을 한 알씩 먹고 말았다.
두 알이란 걸 깜빡해 그런 것인데, 깨달았던 때에는 ‘이 정도 먹어도 괜찮네?’ 하는 생각이 들어 한 알로 유지했다.
이 이야기를 하자, 늘 약을 줄이는 것에 긍정적이었던 주치의 선생님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셨다.
“차나씨. 약을 가장 빨리 끊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나는 가만히 선생님을 바라봤다.
“약을 잘 먹는 거예요. 정확히 먹고 나야 줄일 수도 있는 거예요. 마음대로 먹으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선생님은 조금 화가 난 듯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차나씨는 일 년 넘게 주치의와 치열하게 약을 줄여왔죠. 그런데 여기서 투약이 흔들리면 다시 줄여가는데 이삼 년이 훅 지나갈 수도 있어요.”
언제나 이삼 분 내로 끝이 났던 면담이 별안간 길어졌다. 뜻밖에 선생님께 혼이 난 나는 연신 고개만 끄덕였다.
“나은 후에 갑자기 증상이 올라온다면 정확히 약을 먹어 왔어야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약을 얼마큼 먹고 빨리 끊자’라는 판단이 가능한거예요.”
“약을 줄이는 건 천천히 아주 조금씩 해야 해요. 그러니 정확히 먹기, 아시겠죠?”
약속하겠다는 내 말에 마침내 선생님이 조금 웃으셨다.
하루아침에 찾아온 우울증. 작별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다니 참 어렵다.
아니, 하루아침은 아니었다. 조금씩 힘든 감정이 더해졌는데 나는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직장생활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어’와 같은 말로 다친 마음을 가벼이 여겼다.
그 대가는 의외로 컸다.
마음을 낫게 하는 데는 생각보다 더 섬세함이 요구되는 것 같다.
내가 할 일은 이제 마음이 다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기. 그리고 만약 마음이 다친다면 그 환경을 빠르게 벗어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