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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Jun 17. 2022

전 애인 같은 전 회사

회식을 했다. 거나하게 마셨지만 막차를 탄 후에 정신은 오히려 또렷해졌다. 왠지 모를 추억에 젖어서 옛날 노래를 들었다. 그것도 이별 노래가 당겨서 한참을 들었다.


전 회사는 마치 전 애인과 같다. 함께 보낸 시간이 어쩌면 그렇게 안 잊히는지.


전 회사에 비하면 완벽하게 새롭고 좋은 인연을 만났다고 생각하지만 불쑥불쑥 찾아오는 기억은 어쩌지 못 한다.


까맣게 잊혀지면 좋으련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속 깊이 자리한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이따금 존재감을 내비치며 지난 일들이 떠오르게 한다.


얼마큼 사랑했듯 결국 전 애인과 헤어진 것처럼, 전 회사에는 좋은 점도, 그보다 큰 나쁜 점도 있었고 결국은 나와 결별했다.

새로운 회사에 다니면서도 가끔은 좋았던 점이, 가끔 조금 더 자주 나빴던 점이 떠오른다. 잊히지도 않고 시시때때로 떠오르는 기억이란, 때론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환경과 업무, 그리고 사람들. 아마도 바로 잊히진 않더라도 이렇게 점점 희미해져 가겠지.


좋았던 기억도 나빴던 기억도 있지만 중요한 건 절대로 그때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걸. 만약 원한 대도 돌아갈 수 없는 과거다.


과제는 현재의 인연에 충실하는 거겠지. 전 애인과의 기억을 묻듯 마음속 깊이 묻어둬야겠다.


좋았던 기억은 고맙고 나빴던 기억은 몹시 밉다.


어찌 됐건 우리 이제 다시는 만나지 말자. 부디 내 곁에 있을 때 보단 좋아졌길 바라. 새로운 인연에겐 나한테 한 것처럼 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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