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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가발전 Apr 12. 2023

참관 수업 첫 등교날

참관 수업 첫 등교날


 5시 5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한국에서도 5시쯤 일어나긴 했지만 여름 시드니는 서머타임으로 한국보다 2시간 빠른 3시 50분이라 피곤하긴 했다. 오늘은 첫 아이의 학교 등교날이라 아침 준비에 도시락 그리고 간식까지 준비해야 해서 바쁘다. 샤워부터 하고 창밖을 보니 도로가 출근하는 차로 활기차다. 한국보다 밝은 새벽에 여기가 시드니라는 현실이 느껴진다. 


 잠자기 전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둔 쌀을 꺼내 밥을 짓기 시작했다. 물은 쌀보다 조금 더 넣어 센 불에 올려 두었다. 가스 화력이 한국과 달라서 첫날 밥 지을 때 측정해 보니 대략 15분 센 불에 끓이고 15분 약불로 뜸을 들이면 될 것 같아서 핸드폰 알람을 15분으로 맞추고 짜장 볶음밥을 만들기 위해 감자와 양파 재료를 다듬었다. 재료를 다듬고 고기를 볶을 때쯤 15분이 되어 약불로 바꾸고 다시 핸드폰 알람을 맞추고 볶음밥을 마무리했다. AiaBnB 호스트가 준비해 준 달걀을 이용하여 계란 프라이로 볶음밥을 완성하고 도시락을 준비했다. 간식으로는 시리얼 바와 복숭아를 넣어주었다. 

첫날 도시락과 간식


 벌써 시간이 7시 10분이 넘어가 아이를 깨우기 시작했는데 평소에 8시쯤에 일어나던 아이는 일어날 줄을 모른다. 


 “일어나라!”

 “조금만 더 자고~~”

 “오늘 첫날이라 조금 일찍 가야 해. 일어나!”

 “싫은데~~”


 흔들어 아이를 깨우고 식탁으로 업어서 이동시켰다. 학교까지 30분 정도 걸어가야 하고 초행길을 감안하면 늦어도 7시 50분에는 출발해야 8시 30분에 학교에 도착할 수 있을 텐데, 아침밥 먹이고 가방 챙기고 씻기려니 마음이 바쁘다. 다행히 첫날이라 아이도 생각보다는 빠르게 움직인다. 도시락 싸고 남은 볶음밥을 먹이고 제시간에 맞춰 학교로 출발했다. 

 학교 가는 길 첫 등교라 긴장이 될 법도 한데 아이는 걱정도 없고 즐겁기만 하다. 시드니의 하늘도 얼마나 깨끗한지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예쁘다. 

학교 가는 길

 등굣길 내내 아이가 얘기를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아이와 대화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둘이 있어도 아이는 얘기보다는 혼자 다른 일을 했는데 걸어서 학교 가는 것이 기적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같이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렌트를 하지 않고 걸어서 학교를 가기로 했던 것인데 첫날부터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첫날이라 걷고 또 걷고 언제 도착하냐는 아이의 질문 주기가 빨라질 때쯤 학교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가서 아이를 등록하고 학교 생활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받은 후 교복 티셔츠를 받은 후 교실로 아이를 보내고 학교를 나왔다. 어린 줄로만 생각했는데 별 어려움 없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보니 아이가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도보로 집으로 돌아와서 집안을 대충 치우고 마트에 가서 식재료와 과일을 사고 돌아와 기본 밑반찬 장조림을 만들었다. 첫날이라 일의 순서가 정해지지 않아서인지 한 가지 일을 마무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아이를 데리러 학교로 출발할 시간이 금방 다가왔지만 반찬 없을 때 먹을 밑반찬을 하나 준비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장조림과 점심식사

 집에 오는 길에 아이를 불평을 잠재울 간식과 차가운 물을 챙겨서 밖에 나오니 오전과는 완전히 다른 뜨거운 햇살이 눈 부시다. 걸어서 학교를 다니니 아이와 친해지는 것이 좋기는 한데 오후 뜨거운 햇볕아래 걸어가려니 썬 글라스와 모자를 썼어도 더워서 힘들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지. 기다릴 아이를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며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는 아침과 다름없이 기분이 좋은 것을 보니 안심도 되고 대견스럽다. 학교 주변 공원에서 아이에게 간식과 물을 먹이고 하루 있었던 일을 물어봤다. 첫 번째 호주 아이와 친해진 얘기부터 영어 수업이 생각보다 여유가 있다는 설명 그리고 한국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얘기까지 아이는 하루 있었던 일을 술술 풀어준다. 한국 애들이 있을 것은 예상했지만 구체적인 숫자를 들으니 영어보다 한국말을 쓸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웠다. 다른 한국 부모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아이가 호주에서 문화 차이로 인한 어려움 없이 적응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하루를 마무리하면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가 문제없었다는 것을 알고 나자 벌써부터 내일 도시락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걱정된다.

시드니 동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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