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초등학생이 되고, 나는 창업가가 되었다.
"대표님! 이번에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이라는 정부 지원 사업이 있는데 대표님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 많으시니 대표님이랑 잘 맞을 것 같아요. 이번에 사업 설명회 하는데 한 번 가서 들어보세요."
지난번, 온라인 창업 과정에서 만났던 한 대표님이 자신은 이미 사전 선발되었다며 한 정부 지원 사업 설명회를 추천해 주셨다.
단체 대화방에도 알려주셔서 여자 대표님들 네 분과 시간을 맞춰서 들으러 갔다.
얼추 들어보니 사회적기업가가 되고 싶은 창업가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선정이 되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뿐 아니라 지원금이 있어서 실질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많았다.
온라인 창업 과정을 마치며 처음 작성해 본 사업계획서로 2등까지 하고 보니 조금의 자신감이 생겼다.
수업 중에 배운 내용들을 떠올리며 사업계획서를 다시 수정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은 힘들게 뭘 하는 거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가, 오랜만에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응원을 하기도 했다.
노트북을 펼쳐서 사업계획서를 수정하고 자료를 찾고 있으니 이미 사업가가 된 느낌까지 들었다.
우리 부부는 한 화장품 회사에서 만났다.
당시 남편은 화장품 연구와 제조를 담당하고 있었고, 나는 국내외 영업파트 업무를 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집엔 늘 다양한 화장품들이 있었다.
개발 테스트하는 테스트품부터 시장 조사를 위해 구매한 것들, 그리고 내가 사용하는 것들까지
화장대는 늘 각종 화장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딸아이가 3살쯤 되니 이 화장품들이 아이에게 장난감이 되어있었다.
바르고 노는 것뿐 아니라 자꾸만 어린이집 친구들, 선생님들께 가져다주고 가져오기를 반복했었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이 화장품을 써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로 마트에서 파는 어린이 화장품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시판되는 아이용 화장품을 살펴본 결과, 남편은 자기가 직접 만들어 주겠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내 딸아이를 위해 만들어 주던 화장품,
단가를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성분만을 생각하고 만든 화장품
나는 이 화장품을 가지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정부 지원사업에서 지원금 받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사업계획서 수십 개 썼는데 하나 붙었어요.'
'처음엔 그냥 경험이라 생각해요'
'여러 번 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길 거예요'
정부 지원사업과 관련해서 다양한 말들과 강의를 들었던 터라서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마감 날짜에 맞춰서 지원하고도 설마 하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기다리다 보니 살짝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헛물을 켜는 건 아닐지 생각도 들고, 그러다 다시 기대하곤 했다.
그렇게 발표날이 다가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조회했는데
어머나! 웬걸!
1차 선발 대상자에 떡 하니 내 이름이 있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