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동기부여가 원동력이 된다.
교육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서류작성이 마치 연애편지를 쓰는 것처럼 설렜다. 애인의 답장을 기다리듯 결과를 기다렸고, 마침내 교육 참가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받았을 때는 원하는 학교에 입학 통지서를 받은 것처럼 기뻤다.
교육은 매주 화요일, 목요일 2시부터 6시까지 총10번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 나는 아픈 아버지의 보호자로서가 아니라 나로 살아가는 시간이었다.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게 이렇게 숨통이 트이는 일인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교육의 정식명칭은 쇼핑몰창업과정. 지금도 그렇지만 몇 년 전에도 여전히 온라인 쇼핑몰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직업이자 부업이었다. 나 역시 시간과 장소의 구애없이 일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 워라벨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이라 생각했다.
교육장에는 창업을하고자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가업을 잇고있는 수강생부터 공방운영을 하는 수강생, 손재주많은 대학생, 이미 여러곳에서 창업자금을 받은 예비 창업자,자신의 제품을 만들고자하는 미대생까지 재주많고 개성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있었다.
내가 환자 보호자로 너무 오래 있었던 걸까? 자기소개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드는 느낌이었다. 전업주부, 경단녀인 내가 그냥 취미로 들어보기에는 너무나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열정 덕분이었을까?
나는 10번의 수업에 단 한 번도 지각도 안 하고 빠지지도 않았다. 수업이 좋기도 했지만 예쁘게 꾸미고 어디 나간다는 그 사실만으로 좋았던 것 같다. 10번의 수업에는 사진, 디자인, 홈페이지, 상세페이지 등 온라인 쇼핑몰에 필요한 교육내용 뿐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내용들도 꽤 많이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좋아하는 나에게 지루할 틈이 없는 재미있는 수업이었다.
수업이 마무리될 무렵 마지막 미션이 있다고 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것. 태어나서 사업계획서를 써본 기억이 없는 내겐 꽤 당황스러운 미션이었다. 예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는 주로 업무가 인허가, 통번역이어서 제안서, 사업계획서를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잘하든 못하든 우선 해보지 뭐,
그렇게 나는 첫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나갔다.
회사에서 프로젝트 마감하듯이 사업계획서를 몇 번이나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피칭 대회를 연다고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교육을 진행했던 곳이 교육을 위탁을 받아 진행하면서 해당 기관에 증빙이나 보여줄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같았다.
무대 앞에서서 내 사업계획서를 설명하고 설득해야한다니! 모의 투자대회같은 피칭대회라니! 추워지기 시작했던 11월 초 겨울 날씨처럼 내 마음도 서늘하고 움츠러들었다.
‘마지막이니까’
‘이제 뭐 볼일 있겠어?’
‘당당한 아줌마를 보여줘야지!’
‘못하면 어때 그냥 일단 부딪혀 보는거지 뭐!’
‘혹시 알아 내 사업계획서가 괜찮을지?’
준비하는 짧은 시간에 별별 생각을 다하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큰 무대에서 조명을 받으며 혼자 덩그러니 서있으려니 여간 떨리는게 아니였다.
같이 수업을 받았던 동기들의 시선은 나와 나의 사업계획서를 띄운 큰 화면을 향해 있었다.
사실 너무 긴장해서 뭐라고 이야기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건 발표를 마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을 때 막힘없이 답변을 했고 심사위원분들의 옅게 미소를 띈 긍정적인 표정과 고개를 끄덕였던 장면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모든 수강생의 발표와 질의응답이 마치고 시상이 진행되었다.
결과는 2등!
심지어 상금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2등했다고, 상금받았다고,얼마나 자랑했는지 모른다.
지금보면 한참 부족한 나의 첫 사업계획서, 첫 피칭에도
2등이라는 결과 덕분에 나는 열정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