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 늦잠. 이건 나만의 공식인가?
우리 아이들은 주말에 더 일찍 일어난다. 더 알차게 놀기 위해서라나.
눈은 떴으나 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침대에 누워 아이들이 뭐 하고 있나 귀 기울여본다.
거실에서 주방으로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며 냉장고와 간식창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냉장고에도 어디에도 먹을 거 없다 어린이들아.
졸려도 엄마는 엄마인지라, 아이들이 배고파하는 걸 모르는척하고 잘 수는 없다.
흐물흐물 해파리처럼 거실로 미끄러져 나온다. 유튜브를 보고 있는 둘째의 다리를 베고 누우며 한탄하듯 작게 말했다.
"아, 나도 누가 차려주는 밥 먹고 싶다."
어차피 그래 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기에 했던 말인데, 첫째가 귀 쫑긋하며 반응한다.
"엄마, 오늘 내가 밥 차려줄게. 기다려봐. 절대 들어오지 마. 나 믿지?"
"어? 진짜? 그럼 엄마는 너무 고맙지~ 응 주방에 안 갈게~."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밥정도는 할 줄 아는 아이라 선뜻 믿고 맡겼다.
그리고 솔직히 맨밥에 김이라도 다른 사람이 해주는 걸 먹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이는 본인이 혼자 식구들의 밥상을 차려줬다는 뿌듯함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해서 주방 가까이도 못 오게 한다. 대신 폭풍 질문이 쏟아진다.
"엄마, 유부초밥 어디 있어? 우동은?"
"엄마, 유부 얼마나 짜야해?"
"엄마, 유부 이거 다해?"
"엄마, 밥 어디다 퍼?"
"엄마, 우동 어떤 냄비에 끓여?"
"엄마, 어묵 어디 있어?"
"엄마, 어묵 그냥 넣어? 잘라?"
이렇게 30초에 1번씩 질문할 거면 내가 하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믿고 맡겨보고 싶었다.
식사 준비가 마무리가 되어갈수록 질문은 줄어들었지만 움직임은 더 부산해졌다.
플레이팅에 진심인 아이라서 이 접시 저 접시 다 꺼내는 것 같다.
"자 다 됐어! 다 오세요!"
혹시 엉망이어도 폭풍 리액션을 해줘야지 마음먹고 식탁으로 갔는데 진심 가득 담긴 탄성이 나왔다.
"우와~! 대단해! 엄마 너무 좋다! 고마워~ 잘 먹을게."
요리에 흥미도 관심도 없는 남편의 폭풍 칭찬이 쏟아진다.
"우와, 이제 아빠보다 요리 더 잘하네! 아빠보다 훨씬 낫다"
둘째도 형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형아 고마워 잘 먹을게."
식구들이 엄치 손가락을 치켜세워주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우리들의 엄마인 것처럼 흐뭇해했다.
나는 우동이나 유부초밥은 대충 감으로 하는데, 초보 요리사는 제품 포장지에 나와있는 대로 정확히 계량하고 시간을 잰다. 그래서 그런지 우동의 간이며 면발의 익힘 정도가 기가 막힌다. 아, 나는 그동안 막 끓였구나 느껴질 정도로 맛있었다. 또, 나는 유부초밥에 밥을 최대한 많이 넣어 만드는데, 아이는 나보다는 유부에 밥을 적게 넣어 만들어서 그런지 유부와 밥의 조화가 아주 좋았다.
먹어보기 전 칭찬은 엄마의 밥 차리기 귀찮음을 대신해 줘서 고마운 마음이 컸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어서 진심으로 고마웠다. 또, 플레이팅에 진심인 아이답게 한 사람 한 사람 자리마다 정갈하게 앞접시와 숟가락 젓가락을 놓아주었다.
고마워 아들. 진짜 고마워. 언제 이렇게 식구들 밥을 해주는 커다란 어린이가 되었을까?
무언가 해보겠다는 도전하는 용기, 나 혼자 해내겠다는 의지, 엄마를 돕고 싶다는 예쁜 마음 모두모두 고마워.
그리고 무엇보다, 참 맛있게 잘 만들었네.
그래서 말인데, 매주 주말 아침에 한 번 정도는 부탁 좀 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