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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왓유원트 May 29. 2023

이제는 칭찬을 먹고 살래요.

후회 중 = 혼나는 중

나는 후회를 많이 많이 하는 사람이다. 완벽주의 성향에 내성적인 성격까지 있어서 더욱 후회를 많이 한다.

매일 밤 내가 했던 행동들, 말들을 곱씹으며 후회하는 것이 루틴 아닌 루틴이다. 그중에서 특히 많이 후회하는 날은 누군가를 만나 내가 말을 많이 했던 날이다. 이런 날은 그날 밤 항상 후회를 한다. 방언 터지듯 뭔 말을 그렇게 많이 했나 싶다.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를 왜 그렇게 많이 드러냈을까? 그냥 듣기만 할 걸. 내 개인적인 얘기를 뭐라고 남들한테 공개했나.. 말이 너무 많았다. 등에 대한 후회이다. 평소에 사생활 얘기도 잘 안하면서 필 받으면 너무 솔직해지는 것이 탈인듯 싶다. 사생활을 어느정도 걸러서, 그리고 완전히 다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서 그마나 다행이다. 이성의 끈은 완전히 놓지는 않았나보다. 그리고 너무 수다쟁이가 되는 것을 늘 경계중이다.


아주 옛날 드라마인데.. 파리의 연인이라고... 거기서 박신양이 그러더라, "난 후회같은 거 잘 안하는 성격이라" ?!?! 어렸을 때 그말을 듣고, 그게 가능하다고? 했다. 얼마나 인상적인었던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후회를 안하고 살 수 있지? 그리고 박신양처럼 그게 가능한 인간도 있나 싶어 내가 덜 떨어진 인간처럼 느껴졌었다. 그리고 후회는 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마음 속에 박아놓았나보다.


그래도 이제는 내 자신에게 충분히 너그러울 수 있을 나이여서, 후회를 하더라도 '그래, 앞으로는 그러지말자.' 하고 이불킥 몇번에 잘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여전히 taboo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냥 덜 떨어진 인간까지는 아니고, 독하지가 못한 인간은 맞다고 생각할런다.


근데 어느날 후회를 하는 도중 문득, 나는 왜 나 스스로를 이렇게 혼내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한다 외치면서 정작 그러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후회는 말 그대로 후회만이 아니었고 자기반성을 동반한 '혼남'이었다. 다시말해 '후회 중'은 '혼나는 중'이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스스로 자존감이 높다 평하면서 정작 내 스스로를 너무 혼내고 있었다.


이제는 그러지말자. 내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렇게 혼날일 아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다. 앞으로 그러지 않으면 되지. 이걸로 많이 배웠으니 이미 넌 성숙해졋다. 암만, 그럼. 교훈을 얻고 깨달음을 얻었으니 넌 한층 성숙한 인간이 되어버린것이여. 발전이 있자네.


혼나기만 하면 주눅들어 잘하던 일도 못하게 되어버린다. 아주 옳지않다. 그리고 그것은 안된다. 이제 더이상 나 스스로를 혼내지 말자. 아주아주 진짜진짜 많이많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면, 칭찬을 많이 해주자. 많이 많이 칭찬받고 살자. 다른 사람으로부터가 아닌 나 스스로에게.

오늘, 밥& 비타민 잘 챙겨먹었으니 나는 나를 칭찬한다. 아까 낮에 오랫동안 미루던 가계부와 은행계좌를 정리한 것을 칭찬한다. 1년 계획을 돌아보고 점검한 것을 칭찬한다. 깨끗이 손톱, 발톱 정리한 것을 칭찬한다. 넷플릭스의 유혹을 뿌리치고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쓰는 나를 칭찬한다. 아무튼 나는 계속 나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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