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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왓유원트 Dec 17. 2022

2022년 기억들

2022년의 단어들

어느덧 미국에 이주한 지 8개월 즈음이 지났다. 그리고 직장을 잡고 캘리포니아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3개월이 다 되어간다. 올해는 참 많은 일들을 있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뭐니 뭐니 해도 한국에서 14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이건 올해 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를 봐서도 손꼽히는 큰 변화일 것이다.


그중 가장 큰 기억들을 잠시 되짚어 보고 싶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떠나오기 전, 공항에서 가족들과의 인사는 너무나 슬폈다. 부모님의 딸이자 누나인 내가 한 이 결정을 다른 가족들은 걱정과 함께 존중해주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서로 볼 수 있음으로 위로하지만, 단번에 달려갈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슬퍼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순간들이  생각보다 아주 가끔이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너무 적어서 놀라기도 한다. 아마도 그동안 처리할 일들이 너무 많아 여유가 없었을 지도... 캘리포니아에 자리를 잡자마자 가족들이 비행기를 타고 바로 날라왔기 때문일지도... ㅎㅎㅎ 2022년 연말과 2023년 연초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사람들도 나이스하고 무엇보다도 팀 분위기가 좋아서 적응하기 수월했다. 아직 3개월 밖에 안되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무난히 잘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가진 첫 직장이라 애정도 많지만, 비교적 편안한 사람들과의 관계와 직장 생활이 내가 미국에서 커리어를 쌓고 온전히 자립할 수 있게끔 해주어서 감사하다. 이 곳을 미국에서의 첫 직장으로 고른 것은 아주 적절하고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첫 월급을 탔을 때는 자랑스럽고 짜릿했다. 아주 달콤하게 짜릿했다.


생애 첫 차를 샀다. 아파트 보러다니는 게 제일 힘든 줄 알았더니만, 차 구매는 그 이상이었다. 한국에서는 아버지의 차를 가끔 가지고 다닌게 전부였다. 대부분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미국에 오니,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자동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더라. 운전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차알못'이 운전하며 살아야하는 강제적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정말 선택지가 없더라. 그래서 차를 사기위한 대대적 과정에 돌입했다. 뭐가 뭔지;;; 우여곡절 끝에 어찌,어찌하고 이러,저러한 후, 작은 SUV를 첫 차로 가지게 되었다. 나중에서야 100만정도 바가지 쓴 것을 알고 몹시 분하였지만, 그냥 될대로 되라지. 최대한 평온하려 애썼다. 어쩔 수 없이 지난간 일이니 뭐 어쩌겠나. 또 차를 사고도 등록하는 과정은 왜이리 많고 생소한지... 보험은 또 뭐 이리 어려운지... 여튼, 어떻게든 되더라. 라는 말을 다시 한번 느끼며 당당히 첫 차 주인이 되었다. 의기양양이다.


그리고 곧 다시 의기소침해졌다. 우리나라 고속도록같은 '프리웨이'라고 불리는 도로에서 운전하는 게 왜이렇게 무서운지 말이다. 안그래도 운전할 때 찌질이인데, 우리나라 저리가라 너무 빨리 달린다. 너무 쌩쌩 달린다. 특히 밤에 프리웨이를 운전할 때는 극도로 긴장하며 운전했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이제는 나도 슈퍼 쌩쌩이다. 그래도 아침에 출근할 때, 밤에 퇴근할 때, 어디를 놀러갈 때, 장을 보러 갈때 등등. 매일매일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오늘도 무사히 귀가한 것에 감사한다. 본격적으로 운전을 하기 시작한 첫 차 주인으로서 느낀 점은 '운전'이라는 것을 하고 돌아다니며 아무일 없이,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는 것이 '기적'과도 같이 느껴진다. 매일매일 기적과도 같은 무사 귀환, 무탈 귀환에 늘 감사하며 산다.


결혼식에 참석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미국 결혼식을 처음 가보았다. 무언가 이곳에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잘 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달까? ㅎㅎ 꽃으로 풍성하게 여기저기 장식한 결혼식이 아름다웠다. 신부와 신랑이 즐기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뻤다. 잘 살아라.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결혼식은 나하고 잘 안맞는듯 싶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하루 종일 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내 기준에 결혼식에 오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감사해야할 사람들이다.


쇼핑, 또 쇼핑. 살 것들 천지였다. 이전에는 쇼핑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아니요'라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다. 부엌 살림부터 가구까지, 심지어 차까지 쇼핑 또 쇼핑이었다. 돈이 넘쳐나면 좋겠지만 허락된 budget 안에서 맘에 드는 물건을 찾는 과정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왜 부자들이 퍼스널 Shopper가 있는 지 이해가는 중이다. 돈을 써야 하는 것도 싫증날 때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놀랍기도 하지. 이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아직도 적응 중이고 앞으로도 알아야 할 것들이 많지만, 늘 해오듯 하면 잘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늘 그렇듯 실수도 하면서 깨닫고 요령도 생기는 거지 뭐.




2022년

미국, 한국, 공항에서 슬픈 기억, 새 직장, 첫 월급, 이사, 영어, 뉴저지, 캘리포니아, 새로운 사람들, 정착, 생애 첫 차, 프리웨이 찌질이, 새로운 사람들, 정착, 미쿡 결혼식, 추가예정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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