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이를 감싸줄 가까운 어른이 반드시 있기를 기도한다.
브리즈번은 요즘 춥다.
작년에 내 기억으로 브리즈번 초겨울이 정말 추웠다.
그리고 나머지 겨울은 따뜻했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두꺼운 옷들을 꺼내놓고 안 입어서 일찍 정리했었으니까.
올해 겨울도 비슷할까 모르겠지만 요즘 정말 바람도 많이 불고 춥다.
물론 이른 아침과 밤에만 그렇다.
낮에는 여전히 해가 건조하고 쨍하게 내려쬔다.
건조하고 일교차가 큰 날씨 덕분에 아이들이 기침하고 콧물 나고 난리다.
학교에서 그러니 당연히 우리 첫째도 감기에 걸렸다.
그 감기가 온 가족에게 다 전염이 되어서 이번 주는 다들 골골거렸다.
감기 덕분에 첫째 학교에 월요일과 화요일에 안 보냈다.
코로나 이후로 아프면 학교에 오지 말라는 분위기가 있기도 하고
나도 애가 가서 감기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니며 민폐 끼치는 것은 싫기도 해서
보내지 않았다.
수요일에 가보니 첫째 반의 폭군 그리고 문제아 인 A 가 없었다.
A가 누구인가 하니.
부모가 한 번도 픽업을 오거나 애를 데리고 온 적이 없다.
할머니는 몇 번 봤는데 그것도 학기 초에 몇 번 오고 끝.
학기 초에도 반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울고 난리였는데
선생님들이 겨우 달래서 데리고 들어갔다.
아이들 눈 앞에 가위를 들이밀고 식겁하게 하고
아이들을 때리고 밀쳐서
오피스에도 벌써 몇 번을 갔다 왔다.
(아이의 행동이 심해지면 교실에서 분리되어 오피스로 보내진다.
오피스에서 뭐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첫째의 귀에 작은 상처가 생겨서 첫째에게 물어보니까
A가 그랬다고 했다.
A가 머리를 밀어서 엎어졌다고 했다.
선생님은 뭐하셨냐고 하니까
선생님이 말리려고 했는데 너무 늦었다고 말해서
나도 달리 메일을 보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담임선생님들께서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아는 지라
큰 상처도 아니고 첫째도 울지 않았다고 하니까
그냥 넘어갔다.
그 A가 학교에 안 왔다.
감기에 걸려서 안 왔나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A가 정학을 맞았다.
프렙 아이가 정학이라니!
그래서 이틀 동안 학교에 못 나오는 것이었다.
첫째가 학교에 안 간 화요일에 A가 아이들 5명을 때렸는데
그중 한 아이는 심하게 얼굴에 긁힌 상처가 났다.
다른 아이 한 명은 A 때문에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학교에서 심각성을 인지하고 A에게 피해를 본 아이들의 엄마들에게
다 개별적으로 알려주고 A는 정학조치를 했다고 엄마들이 말해줬다.
엄마들도 A를 그렇게 원망하지는 않는데, 그것도 그럴 것이
우리가 봐도 아이가 정말 너무 안되었다.
아침에 보면 아이가 뭔가 슬프고 화가 나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다 자리에 앉아서 아침 과제를 하는데
A는 매일 주어지는 책을 읽지도 않고 아침을 혼자 먹는다.
도대체 아이의 부모는 뭘 하고 어떤 환경에서 아이가 자라기에
저렇게 슬프고 화가 난 표정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할머니도 이제 다시 A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것 같고
첫째에게 물어보니 A도 다시 아이들을 때리거나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지금은 지켜보고 있다.
혹시나 A한테 공격을 당하면 첫째한테 어떻게 하라고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우리 아들과 친한 L의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이 엄마는 자기 아들한테 숨거나 도망가라고 하고
선생님께 바로 말씀드리라고 가르쳤다고 했다.
그래서 A를 같이 때리라고 하기에는 우리 첫째가 못 할 것 같아서
A한테 첫째가 공격을 당하거나 하면,
A가 그렇게 하거나 너한테 오면 무조건 도망가거나 숨거나
또는 선생님 옆에 딱 붙어있으라고 했더니
첫째가 알았다고 했다.
학교가 이런 일에 기민하게 반응한다니 다행이면서도
만 5살짜리 아이가 이렇게 공격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그 아이의 분노와 좌절을 감싸 줄 가까운 어른이 곧 나타나기를.
그래서 그 아이도 우리 아이도 평탄한 프렙을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