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경력단절은 없다.
호주에서 나이는 그저 숫자 일뿐.
Photo by Thien Dang on Unsplash아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된 후 만 4년 만에 겨우 결정을 했다.
앞으로 3년간 둘째 아이까지 학교에 갈 때까지
아마 난 일을 하지 않고 육아만 하기로 결정했다.
이 4년 동안 진짜 고민이 많았다.
간호사 일이 싫었으면 고민도 없이 그만둘 텐데 그게 아니어서 더 고민이었다.
그동안 해왔던 일이라 경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일하러 가서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고,
시급도 높고, 사람을 도와주는 직업이기에 간호사로서 자부심도 있었다.
간호사라는 직업으로 영주권도 받고 집도 샀으니 그렇게 많이 아깝지는 않지만,
그래도 확 버리기 좀 아까워서 고민이었다.
그렇게 버리지도 못하고 확실히 갖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다가
일단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4년을 육아랑 일을 병행했다.
일을 안 해도 일 생각, 일을 해도 일 생각을 했던 지난 4년이었다.
데이케어 안 보내고 일하니까 첫째 때는 낮에 육아하고 밤 근무하고 와서
또 다음날 육아해서 36시간 동안 깨어있던 적도 있었다.
이제는 애가 둘이 돼서 그런지 내가 더 늙어서 그런지
애 둘 육아하고 밤 근무는 도대체 엄두가 안 나서 주말에만 일을 했다.
주말에 함께 보내는 가족시간이 줄어드니까
도대체 내가 이러려고 호주에 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주말에 일을 하는 주에는 내가 부담이 돼서 육아할 때
신경도 예민해지고 아이들한테 더 못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앞으로 3년간 아무 생각 없이 육아만 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을 하니까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가 애들 육아도 더 편해지고 덜 피곤하다.
진즉에 그만두고 태평하게 애들 키울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만두고 찬찬히 내 상황을 살펴보니
다행히 난 호주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호주로 이민을 온 것이 진짜 내 인생의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든다.
호주에서 사는 가장 좋은 장점은
나이가 숫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살았다면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호주는 할 일이 많다.
나이를 보고 사람을 뽑는 것이 불법인 것도 있고,
상하관계가 없는 언어인 영어를 쓰기 때문에
나이를 그렇게 다들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다.
아이들 다 키워놓고 의사가 되고 싶어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 60대 인턴,
신규 간호사로 일을 시작한 50대 간호사,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다시 회사로 들어간 60대 IT 프로그래머 등등
호주에 와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브리즈번에 QUT에 널싱 공부를 시작했을 때 내가 너무 나이가 많을까 봐 걱정이 많았다.
공부하면서 30대 학생들이 꽤 있었고, 일을 시작하면서는 30대~40대들 간호사들이 많아서
간호사 세계에서는 나도 젊은 축에 속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일을 잠시 하지 않아도
그렇게 걱정이 안 된다.
3년 후에 간호사를 다시 하고 싶은데
내 면허가 문제가 되면 교육 다시 받아서
다시 받으면 되고,
아니면 간호사 면허가 유효하니까
그냥 간호사 일 구해서 다시 하면 된다.
3년 후에 간호사가 아니라
다른 일을 하고 싶으면 다른 일을 하면 되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하다.
어쨌든 호주에서 진정한 경력단절은 없기에
일을 그만둬도 두렵지 않다.
3년 동안 그리고 3년 후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이 3년이 내 인생의 다음 쳅터를 여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아이들이 내 엄마 에너지에 푹 빠지고 담가져서
사랑고파병 없이 평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나한테 어떤 다른 일보다 가장 중요한 일이다.
고무공처럼 손에서 떨어뜨리면 얼마든지 다시 튀어서
주울 수 있는 별 것 아닌 것이 일이다.
그래서 이 중요한 일을 위해 별것 아닌 '일'쯤은
잠시 손에서 놓을 수 있다.
첫째 아이가 2살이 안되었을 때 내 책을 써서
출판했던 것처럼
앞으로 3년 동안 책을 한 권 더 쓰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이 3년의 휴직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난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이제는 못 먹어도 GO!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