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생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한한 영광입니다

by 한보통

주말 근무를 하러 간 날이었다.

바쁘게 일하고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폰을 확인하니 남편이 둘째 아이의 모습을 보내주었다.


둘째 아이가 드디어 혼자서 바나나를 잡고 먹었다.

그전에는 우리가 잘라서 줘야지 먹을 수 있었는데

처음으로 혼자서 잡고 먹었다고 신나 하는 모습이었다.


아! 내가 있었어야 했는데.

저 귀여운 모습을 봐야 했는데.

저 작고 하찮아 보이지만 즐거운 저 순간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일을 했던지라

밤 근무와 주말 근무로 몸이 너무 힘들고,

육아도 일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건강, 육아, 일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바나나 사건 이후로 점점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


그렇게 아이들 옆에 있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우리 아이들이 자전거를 혼자서 타기 시작한 순간과

첫째가 처음으로 긴 소설책을 혼자서 다 읽고 뿌듯해하게 자랑했던 순간과

둘째가 한글버스로 갑자기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그 순간과

셋째가 훌쩍 커서 높은 미끄럼틀에 혼자 올라가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봤다.


한 사람의 인생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라는 말을

언젠가 읽은 적이었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그 말이 배우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눈도 못 뜨는 작은 아이로 태어나서 말을 하고 걷고

이제는 소년과 소녀가 된 우리 아이들의 인생을

온전히 5년 동안 전부 보았다.


너무나도 소중한 순간들이 많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나에게 주어졌다는 것이

정말 기쁘고 영광스럽다.


앞으로 아이가 크면서

점점 아이의 인생에서 내가 모르는 순간들이 많아지겠지만

5년 동안 아이가 성장하는 순간을 전부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만 5년!

아깝지 않았다.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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