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난 왜 택배를 시작했을까

2022년 여름, 땀과 빚 사이에서 (택배를 시작한 지 4개월 차)

by 주택야독

(이 글은 저의 일기인 '나의 기록' 中, 2022년 6월 24일 자 내용을 다듬은 내용입니다.)


5개월 만의 기록이다.

그동안 나의 삶에는 무슨 변화가 있었나?


우선, 꿈이고 희망이었던 유튜브를 그만두었다. 물론 완전 그만둔 건 아니다. 구독자들에게도 언젠가는 꼭 돌아오겠다고 한 후, 영상 업로드를 멈췄다. 전업유튜버로 부자가 되는 일확천금의 달콤한 꿈을 꾸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나에겐 내 사업이라는 사장 마인드가 없었고, 수동적이었고 줏대도 없었다.

투자했던 돈과 시간들이 아깝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해 봐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잖은가. 대신 꼭 이 실패를 통해 배우자. 더 발전하고 나아지자.


둘째, 택배기사가 되었다. 어머니의 천만 원(3년 전 독립하며 빌렸던 보증금이다)을 결국 다 썼다. 아니, 오히려 오버했다… 빚이 불고 카드값 연체의 위기에 처했다. 인생의 밑바닥을 뚫고 지하로 파고드는 기분이었다. 씁쓸했고 처량했다. 한마디로 '평생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몇 백을 버는 고수익의 일자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택배를 시작했다. 아이러니한 게,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지고 말았다. 무려 1410만 원이라는 빚을 지고 트럭을 샀다. 택배차 강매 사기도 당할 뻔했다. 처음 2개월은 야간 생수택배를 했다. 양쪽에 12kg짜리 생수 묶음을 2개씩, 총 4묶음(48kg)을 들고 계단을 올랐다. 양쪽 팔에 하나씩, 양쪽 옆구리에 하나씩 꼈다. 어금니가 부러질 듯, 목 핏줄이 터져나갈 듯 힘을 주고 계단 5층을 올랐다.

'아, 이런..'

하필이면 4층이 있는 5층이었다.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러던 중, 다니던 물류 업체에서 쿠팡 로켓배송(퀵플렉스)에 진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형님들(4-50대 아저씨들이지만 형님이라 불렀다)과 함께 쿠팡으로 옮기며, 그렇게 내 택배인생은 흘러갔다.

어리바리한 택배 청년.png


수도권 4년제 공대의 전액 장학생이었던 내가 택배기사가 되었다.

그동안 난 무얼 느꼈나?

택배는 정말 단순노동이었다. 트럭과 건장한 몸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한마디로 진입장벽이 낮았다. 나름 남들이 알아주는 4년제 공대를 다니던 나로선 자존감이 낮아질 때도 있었고, 인생의 의미를 잃고 방황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난 참 직업의 귀천을 많이 따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한편, 낮은 위치에 서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돈 벌기가 참 어려우면서도 쉽다는 것이다. 어떤 직업이든지 각자의 고생이 있고, 백수만 아니라면 무슨 일로든 돈은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내 생각으로 봤을 때, 어떤 일을 하든 중요한 건 '현재 그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가'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택배기사라는 직업이 참 슬프다.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기분이다. 학벌을 쌓고 스펙을 쌓아 더욱 나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에 단순노동으로 당장의 돈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다. 벗어나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건조한 허탈감이 내 인생의 빛깔들을 빠지게 한다. 점점 인생이 흑백사진이 되는 듯하다. 욕구가 점점 없어지고, 무기력해진다.



이상하게도 '글'에 집착이 생겼다. 마치 글만이 나의 유일한 피난처인 마냥..

몸은 박스를 나르고 있었지만, 마음은 문장을 나르고 있었다. 퇴근 후엔 노트북을 켰다.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들이 하루 종일 묵직하던 마음을 조금씩 가볍게 했다.

내가 글에 정말 재능과 흥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인생역전을 위해 작가를 꿈꾸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다. 이제는 누군가의 꿈을 좇는 대신,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다.

무기력한 택배 청년.png



4개월 간 택배를 하며 힘들었던 것.


택배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사람’이었다. 내 성격이 너무 소심한가 싶다. 이것저것이 다 신경 쓰인다.

같은 택배기사들의 눈치가 보이고 사소한 행동, 말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좋은 구역을 받아서 그러는지(택배는 구역빨이 심하다), 지원 가길 싫어해서 그런 건지(쿠팡은 아무리 일찍 끝나도 늦게 끝날 것 같은 팀원이 있으면 도우러 가야 한다), 성격이 싹싹하지 못해서 그런 건지…

혼자 겉도는 기분이 든다. 스스로 너무 바보 같다. 마음 편한 상태와 안정된 심신으로 일을 하고 싶다. 배송이 끝나 퇴근하면 거기서 끝내고, 집에 와선 잘 쉬고 싶다. 왜 그게 안되는지 모르겠다. 일단은 카톡방을 잘 안 보려 한다. 신경을 덜 쓰려한다. 뭐라 하면 뭐라 들으련다. 내 워라밸은 내가 지켜야 한다.



2025년, 29살의 나는 여전히 빚을 갚고 있고, 택배를 나른다.

하지만 이제는 문장도 함께 나른다.

그게 내 삶의 균형이고, 작은 희망이다.



(첨가된 사진은 AI를 이용해 생성한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