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회사에 입사해서 업무를 지시받을 때였다. 그녀는 실장님이었고 그녀가 나보다 나이는 많았지만, 그녀와 나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지금의 회사에 취업해서 일을 잘해 진급이 빨랐다고 한다. 업무가 다른 나는 웹디자이너였지만 그녀가 나를 담당하게 되었다.
중소기업이었지만 직원들의 복지는 매우 좋았다. 예를 들어 그때는 산후 휴가나 육아휴직의 개념이 잘 없던 시대인데 회사에서 근로기준법에 맞추어서 더 배려를 해주었다. 그리고 어학원을 등록해서 공부를 할 때 출석률이 70%가 넘으면 회사에서 수강료 50% 를 지원해 주었고 헬스클럽에 가입해서 운동을 할 때도 체중 감량 목표를 제출해서 그 지점까지 내려가면 전액을 지급해 주었다. 이건 남녀가 동일하였다. 하지만 헬스클럽에 보조해 주는 돈을 받아 가는 직원은 없다며 사장님이 한탄을 했다.
실장인 그녀는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회사 업무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재테크에도 뛰어났다. 그녀는 돈을 모을 때는 무섭게 모은다고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나에게 다른 윗분들과 직원들이 종종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녀는 저녁 식사로 회사 앞에 나가서 500원짜리 어묵꼬치 하나를 사 먹고 야근을 하다가 그 사실을 들켜서 윗분들에게 혼이 났다고 한다. 점심 식대는 당연히 회사에서 나오고 야근을 할 경우는 야근 비용과 저녁 식사비용도 회사에서 지급을 하는데 그녀는 그 돈을 모으려고 식사를 간단히 하다가 들켜버렸던 것이다.
사장님이 그 사실을 알게 되어서 야근을 할 때 근로의 비용과 식사 비용은 그대로 지급함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저녁식사를 하도록 회사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치킨이나 다른 먹거리들을 사서 오거나 배달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입사했을 때는 야근할 때마다 저녁에 파티하는 것처럼 먹거리들이 들어와서 입이 짧은 나는 고생스러웠다.
그녀는 알뜰하게 돈을 모아 20대 후반이었는데 서울에 아파트 두 채를 가지고 있었다. 전적으로 그녀의 능력이었다. 일찍 결혼을 한 그녀는 맞벌이를 하면서 알뜰하게 돈을 모았고 대출을 받아 아파트 두 채를 매수했다. 아파트 한 채는 본인이 거주하고 한 채는 전세를 주었다고 한다.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방법을 나는 그녀를 통해 배웠다.
어느 날 911 사태가 발발하였고 그때 그녀는 알뜰하게 돈을 모아놓아서 주식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총알(현금)"이 많았다. 삼성전자 주식 가격이 1주에 20만 원 후반 대였는데 12만 원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여직원들에게 삼성전자 주식을 지금 사놓으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말을 했다. 나는 그때 돈이 없어서 못 샀지만 근무했던 여직원들은 예금을 중도해지해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 그 이후 삼성전자 가격은 다시 올라갔고 남자 직원들도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던 사람들은 행복해하면서 회사를 다녔다. 나는 너무 부러웠지만 결혼 준비로 정말 현금이 없었다. 내가 대출을해서라도 투자를 하고 싶다고 말을 하니 그녀는 집을 사는 것도 아니고 주식은 본인이 가지고 있고 당장 사용하지 않는 여윳돈으로 하는 것이라고 나를 말렸다.
알뜰한 그녀는 본인 돈만 아끼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물품도 매우 심하게 아꼈다. 볼펜을 새로 하나 받으려면 다 쓴 것을 가지고 가서 그녀에게 주어야 새로 받을 수 있었고 그 원칙은 부장님들과 사장님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점심시간에는 보통 한 끼에 6,000원 정도 했었는데 그녀는 3,500원짜리 백반집을 알아내어서 여직원들을 데리고 그곳에 항상 갔다. 그 백반집은 반찬이 10가지가 넘었고 항상 생선이나 고기를 구워서 차려내는 곳이었다. 잘 먹으면서도 점심값에 큰돈을 들이면 안 된다는 것이 그녀의 이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