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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May 30. 2021

노년의 어느 오월

출처 pixabay


나는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 내 부모님은 서울에서 동해로 주거지를 몇 년 전에 옮기셨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꽃과 나무를 가꾸고 마당 한쪽에 큰 화분들을 두고 채소도 키우면서 노년의 삶을 즐긴다.


나의 엄마는 계절의 여왕인 오월은 아침에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고 새들이 나무에 앉아서 지저귀면 그 풍경을 가만히 내다보고 있어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감이 밀려온다고 한다. 그러면 아빠는 아침에 먹을 빵과 차를 준비하고 엄마는 풍경을 즐긴다고 한다. 따로 음악을 틀어놓을 필요도 없이 새소리가 아름다운 음악을 대신해 준다고 엄마는 너무 좋아한다.


© palacioerickphotography, 출처 pixabay


정원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꽃들로 아빠가 정성껏 가꾸고 있다. 나의 엄마는 손에 흙을 묻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보는 것을 좋아한다. 전형적인 도시 여인이다. 내가 아빠를 닮았는지 화초나 채소를 심고 가꾸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아빠는 엄마가 말하는 대로 움직이면서 정원을 정성껏 가꾼다.


집안을 청소하고 설거지며 정원을 가꾸는 모든 일이 나의 아빠의 일이다. 한동네에 사는 내 여동생의 말에 의하면 아빠는 엄마를 아기를 돌보듯이 정성껏 챙겨준다고 한다. 이건 우리 집안의 내력이다. 내 친가는 남자들이 주로 집 청소와 요리를 잘한다. 큰 아버지께서는 출근하기 전에 이른 아침에 집 청소를 다 하고 빨래를 돌려서 널고 출근을 하였다. 나의 사촌 오빠들은 전업주부인 언니가 아이 돌보느라 힘들다고 이른 아침에 집안 청소를 다 하고 빨래를 돌려서 널고 출근을 했다. 지금은 그 아이들이 독립하거나 결혼을 해서 신혼처럼 부부만 사는데도 여전히 살림의 대부분은 사촌 오빠들이 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대학교 여름방학 때 큰아버지 댁에 놀러 갔을 때 잠을 자다가 큰아버지가 청소기 돌리고 있는데 큰엄마가 우리 프라하의 별이 잠을 자는데 시끄럽게 청소기를 돌린다고 큰아버지를 혼내는 소리에 잠을 깬 적이 있다. 내가 잠을 깬 것을 티를 내지 않고 잠을 자는 척을 하니 큰아버지는 청소기 사용을 하지 못하고 빗자루로 빗질을 하였다. 나는 큰아버지가 큰엄마에게 혼나고 계시는데 차마 거실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외출하신 큰엄마가 전화로 저녁을 준비해야 하니 쌀을 씻어서 전기밥솥에 앉혀 놓으라고 큰 아버지에게 말을 하여서 내가 하려고 하니 큰아버지가 못하게 하였다. 정원이 예쁜 큰아버지 댁에서 나는 며칠간 정말 푹 쉬고 온 기억이 난다.


내 아빠도 큰 아버지를 닮았고 사촌 오빠들도 마찬가지이다. 내 신랑이 나와 결혼하기 전에 큰아버지 댁에 인사하러 갔을 때 사촌 오빠들과 큰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은 "집안일은 힘쓰는 일이 많아서 남자가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다. 우리 프라하의 별은 몸이 매우 약하니 00가 집안일 대부분을 해야 한다."라는 주로 이런 이야기였다. 집안일에 대한 세부항목과 요령까지 무슨 비법을 전수하는 것처럼 자랑스럽게 내 신랑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서 나는 속으로 조금은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의 아빠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 매우 익숙하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하실 때는 살림해 주는 이모님이 집에 있어서 아빠가 살림하는 것을 잘 보지 못했지만 내 교복은 항상 아빠가 다림질을 해 주었다. 동생은 교복을 입지 않아서 아빠가 다림질을 안 해준 것이 지금까지 서운하다고 한다. 어쨌든 동해에서 엄마 아빠가 알콩달콩 신혼부부처럼 살고 계시는 모습을 동생을 통해서 전해 들으면 나도 노년에 우리 엄마 아빠처럼 그렇게 살게 될 것 같은 상상을 가끔 해본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나의 노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는 독립할 마음이 없다고 강조를 해서 나중에 성인이 되어 직장을 가지게 되면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내가 말을 돌렸다.

아이는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아빠의 음식을 계속 먹어야 해서 독립해 나가 살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아이에게 성인이 되면 "자유"를 원해서 독립이 하고 싶어질 거라고 말을 해 주었다.


아이는 독립을 하고 나와 신랑이 마당이 있는 작은 집에서 우리 둘만의 느긋한 아침을 맞이하고 마당에서는 따스한 햇살과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출처 pixabay


날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오월로 바람이 부는 느낌을 즐기면서 신랑과 나는 즐겁게 브런치를 즐기고 마당에는 꽃들도 피어있고 채소도 작은 화분에 조금씩 키우는 작은 정원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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