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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an 15. 2021

배움에 쓸데없음이 있을까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시절을 그리워 하며

중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 중에 무용 시간이 있었다. 무용 시간에 우리 학교는 발레와 왈츠를 가르쳤다. 이미 중학생인 나는 몸이 굳어서 발레가 어려웠다. 클래식 음악은 5살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피아노를 배워서 친숙했고 또 좋아해서 음악을 듣는 재미는 있었지만 발레는 힘이 들었다. 무용 시간에 발레뿐만 아니라 왈츠도 함께 배웠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는 암기 위주의 수업을 하던 시대라 도무지 왜 쓸데없이 발레와 왈츠를 배워야 하는지 어렸던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레보다는 왈츠가 더 재미있었다. 몸에 가해지는 고통이 없어서 왈츠가 더 편했던 것 같다. 발레는 안 되는 동작을 열심히 흉내라도 내야 해서 몸에 근육통이 왔었다.




한 교실에 60명씩 모여서 계속 공부만 하다가 무용 시간에 체육관에 모이면 확 트인 공간으로부터 오는 자유가 있었다. 무용선생님이 미리 틀어놓은 클래식 음악은 나를 아름다운 멜로디로 어디론가 초대하는 느낌을 받곤 했다. 체육관 안에 창문으로 보이는 햇살과 초록 잎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싱그러운 느낌을 주며 행복한 마음이 들게 했다. 아이들과 힘겹게 발레를 배우면서 "이건 우리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거야!" 라고 투덜거렸고 왈츠를 배울 때는 "우리가 파티 갈 일이 어디 있어, 어디서 왈츠를 춘다고 왜 배워야 해!" 라고 불평을 하였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면서 배우는 그 시간이 클래식 음악을 듣는 그 수업이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고등학교 때도 무용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는 한국무용을 배웠다. 무용 수업이 있는 날은 무용실로 가서 수업을 받았는데 무용실에는 한쪽 벽이 전부 거울이었다. 거울을 보면서 우리는 무용 자세를 고쳐야 했다. 한국 무용은 팔을 계속 들고 있고 손가락을 많이 써서 고통이 더 심했다. 다리를 내려놓을 때도 발바닥이 바닥에 닿은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많이 혼나곤 했다. 중학교 때 배웠던 발레나 왈츠를 이어서 고등학교 때 배웠으면 더 편했을 텐데 나에게는 텔레비전에서만 가끔 보던, 그것도 즐겨 보지 않았던 전통 한국무용을 그 춤사위를 따라 해야 하는 건 몸이 잘 따라 주지 않아서, 또 나에게는 클래식보다 한국 전통음악은 더 낯설어서 힘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1학년 때만 무용 수업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독일로 유학을 가서 그곳에서 자주 페스티벌을 보았다. 계절별로 또는 어떤 의미가 있는 날은 페스티벌이 열렸고 거리에 전통복장을 하고 행진을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독일에서 별로 놀 거리가 없었던 친구들과 나는 페스티벌이 있을 때마다 그 장소에 반드시 있었고 내 친구들은 유럽 곳곳에서 온 아이들이라 기본적으로 왈츠를 출 줄 알아서 구시가지에서 사람들이 연주에 맞춰서 춤을 추면 망설이지 않고 나가서 춤을 추었다. 나는 왈츠를 배운 지 너무 오래되어서 망설였는데 그런 나를 스페인 친구가 손을 잡고 데리고 나갔다. 연주되는 음악에 맞추어 내 발과 몸은 예전에 배운 왈츠를 기억해 내어 나도 모르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도시를 가득 찬 멜로디와 사람들의 함성과 박수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나는 몸을 돌면서 파트너를 이동해 갈 때 나의 시선에 구시가지 광장의 풍경이 들어왔고 내가 영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숙사 친구들을 따라 유럽 곳곳의 페스티벌을 구경하러 가는 것도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어떤 페스티벌은 가면을 쓰고 중세 유럽 복장을 하고 거리에 나와서 춤을 추었다. 나는 옷과 가면을 마련하지 못해서 친구의 것을 빌려 그 페스티벌에 참석하였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날이었고 해가 어둑어둑해지는 무렵에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콘트라베이스 등 여러 현악기들과 피아노의 연주 소리가 건물과 거리 사이사이에 퍼지고 나와 친구들은 그 거리에서 춤을 추었다. 베네치아 가면 페스티벌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나를 마치 중세 유럽의 어디론가로 끌고 가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한바탕 춤을 추고 카페에 앉아서 맥주를 마셨던 그 청춘시절의 봄날, 어느 기억의 한 조각을 나는 기분 좋게 꺼내어 본다.




©  clarencealfordphotography, 출처 pixabay



동양인 친구가 없었던 나의 유럽 친구들은 나에게 동양의 춤에 대해서 물었고 나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때 배웠던 한국무용을 그들 앞에서 선을 보였다. 내 친구들과 사람들은 신기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한국무용 음악의 박자를 알려주어서 클래식 악기로 연주하는 그 반주에 맞추어 잠깐 한국무용을 선보인 적이 있다. 아마도 엄청 엉터리 자세로 춤을 추었을 거라 생각이 되지만 그때는 내가 젊어서 무모하게 겁도 없이 "이것이 한국 무용이다!" 라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추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창피하지만 그때는 페스티벌 분위기에 취해서 나도 모르는 용기가 어디선가 나왔다 보다. 어쨌든 나는 동양 무용에 익숙하지 않은 내 친구들과 그 작은 도시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나의 중고등학교 때 정말 쓸데없는 거라고 생각하며 배웠던 왈츠와 한국무용은 유럽에 잠시 살면서 반짝반짝 빛나게 잘 활용을 하였다. 발레를 배웠던 경험은 발레 공연을 볼 때 더 편안하게 발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때 음악을 듣거나 왈츠나 발레 공연을 보면 나의 청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음악은 마치 어떤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내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그 시절로 나를 데려다 놓곤 한다.




우리가 지구별을 여행하는 동안에 많은 경험하고 배우는 것들 중에서 과연 쓸데없음이 있을까...








대표 사진 출처

©  HVesnaphotography,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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