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릴 때 밖에 나가면 걸어 다니지 않으려고 하고 종종 나에게 업어달라고 떼를 부렸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 때는 잘 뛰어다니면서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되면 나에게 업어 달라고 해 나는 아이를 업고 자전거를 한 손으로 끌고 집으로 겨우 들어가곤 했다. 그런 일들이 늘 반복이 되었고 나는 허리가 자주 아팠지만 아이를 키우면 당연히 허리도 아프겠지 하고 무심히 넘겼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꼬부랑 할머니처럼 허리가 안 펴지는 일이 발생하였다. 너무 놀란 나는 신랑과 함께 정형외과 병원에 갔다. 허리를 촬영하고 의사 선생님께 척추 4번, 5번이 일반 사람과 조금 다르게 생겼다는 설명을 들었다. 절대 무거운 것을 들면 안 되고 허리를 아껴서 사용하라는 말을 듣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그 후 나는 약 처방을 받으려고 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었다.
계산을 다 마친 신랑과 함께 병원을 나오려고 나는 아이 손을 잡고 병원 문을 걸어서 통과하고 있었다. 병원 문은 미닫이로 움직이는 자동 슬라이드 문이었는데 두 개의 문 사이에 폭이 14cm 정도 되어 보였다. 분명 아이는 내 손을 잡고 있었는데 걸어가면서 호기심이 생긴 아이가 머리를 그 슬라이드 문의 안쪽 공간으로 넣었고 갑자기 아이는 회오리바람에 끌려가듯이 그 공간 안에 갇혔다.
느닷없이 발생한 사고였다. 아이는 양쪽에서 움직이고 있는 슬라이드 문 사이 14cm 되는 공간에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 그때 아이는 4살이었고 도저히 움직이는 두 개의 문 사이 공간에 있기 힘든 체격이었는데 아이는 그 공간에 눌리듯이 갇혔다.
나와 신랑은 너무 놀라 소리 지르면서 그 슬라이드 문이 못 움직이게 손으로 잡고 있는 힘껏 밀었다. 그 문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아이가 어떻게 다칠지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나는 울면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고 슬라이드 문을 손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밀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아이가 갇혔어요!!! 구해주세요!!!"
나의 울먹이는 비명 소리를 듣고 병원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뛰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전부 나와 함께 슬라이드 문을 잡고 버티었다.
누군가는 119에 신고해 달라고 소리쳤고 누군가는 문이 움직이지 못하게 전원을 꺼달라고 소리를 쳤다. 나와 신랑은 제발 아이를 살려달라고 울먹이면서 그 슬라이드 문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었다.
조금만 문이 움직여도 부푼 풍선이 눌려서 들어간 모양을 하고 있는 아이는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이가 내 눈앞에 보이는데 꺼내 줄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 비극적이고 절망스러웠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문을 내 손으로 때려 부숴서 당장 아이를 꺼내고 싶었다. 아이는 비좁은 틈에서 얼굴과 몸이 눌려 조그마한 소리조차 못 내고 전혀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 버티고 있는 시간들이 너무나 길고 무섭게 느껴졌다.
누군가 자동 슬라이드 문이 못 움직이게 전원을 껐고 그 상황에서도 아이는 울음소리조차도 못 내고 얼굴과 몸이 두 문 사이에 밀착이 되어 있었다. 119 소방대원이 왔고 문을 아이가 다치지 않게 절단하고 나서야 아이는 나올 수 있었다.
그 병원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아이를 안고 X-ray 실로 뛰어갔다. 아이가 다친 곳이 있는지 정밀하게 검사를 했고 나와 신랑은 의사로부터 다행히 아이가 다친 곳은 한 군데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나와 신랑은 아이가 다치지 않은 것이 너무나 감사했고 도와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을 했다. 병원 안의 모든 의사들과 간호사들도 전부 다행이라고 말을 하면서 안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가 위험했을 때 달려와서 문이 움직이지 못하게 도와준 사람들은 대부분 그 자리에 없었고 본인 일을 마치고 돌아간 것 같았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한 사실이 너무 미안했다. 그때는 아이가 잘못될까 봐 겁이 났고 또 아이가 검사받는 동안에도 마음을 졸여서 아이를 구해준 사실에 감사하다고 인사조차도 제대로 못했다. 그곳 병원에 있던 사람들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이를 위해 협력해 주었던 것이다.
아이 검사 비용과 병원 슬라이드 문을 변상하려고 신랑이 수납과에 문의를 하였다. 그 수납과 직원은 병원 원장님이 아이가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아무런 비용을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우리에게 말해 주었다. 나와 신랑은 직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는 아이를 데리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를 도와준 사람들은 내 아이가 자동 슬라이드 문 사이에 갇혀있을 때 우리와 같은 시간에 동일한 공간에 있었다는 그 이유 만으로 아이를 위험에서 구하기 위한 따뜻한 마음으로 달려와 주었다. 그 이전과 이후에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우리 가족이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얼굴도 모르는 분들께 큰 도움을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