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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Feb 09. 2021

노후의 삶에서 친구의 의미는?

그녀들의 청춘을 그리워 하며

오랜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하였던 나의 엄마는 학창 시절의 친구와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 엄마의 친구들이 종종 놀러 와서 며칠씩 있다가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였다. 내가 엄마의 친구들을 "이모" 라고 불렀고 나는 이모가 너무 많아서 헷갈릴 정도였다. 전업주부로 지내는 이모들도 있었고 사회에서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이모들도 있었다. 그녀들의 삶은 고단한 일이 가끔 생겼고 그러면 나의 엄마에게 놀러 와서 잠시 마음을 쉬다가 가곤 했다. 그녀들이 나의 엄마에게 힘든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늘 들어주었고, 힘이 되는 말을 해주었고, 맛있는 것도 챙겨서 대접을 하였다. 이모들이 방문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매번 용돈을 나와 동생에게 두둑이 주어서 나는 이모들이 우리 집에 오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엄마 친구인 "이모" 들의 축하 전화 와 축하금이 쏟아졌다. 그 용돈은 나에게 전해 주라며 엄마 통장으로 입금이 되었지만 나의 엄마는 나에게 주지 않고 입학금에 쓸려고 했던 것 같다. 이모들 중에 정비소와 주유소를 함께 운영하는 이모가 있었다. 우리 집에 놀러 와서 한참 지내다가 다시 돌아갈 때 나와 동생에게 항상 용돈을 너무 많이 주어서 매번 놀라면서 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어느날 나는 그 이모의 전화를 받았는데 이모가 확인 전화를 한 것이라고 했다. 내가 엄마로부터 이모가 이체한 용돈을 잘 받았는지 궁금해서 연락을 하였다고 말을 했다. 나는 돈을 못 받았다고 말을 하니 이모가 일하는 곳으로 나를 불러내어서 다시 한번 용돈을 주고 그 돈으로 예쁜 옷을 사라고 말을 해 주었다. 용돈을 받은 나는 동생과 함께 쇼핑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엄마와 이모들이 50대 후반이 되었을 때 그녀들은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동남아와 서유럽 그리고 동유럽과 북유럽까지 여행을 다니는 그녀들이 이해가 잘 안되었다. 그녀들은 여행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마치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 것처럼 부지런히 다녔다. 쉬엄쉬엄 다녀도 될 텐데 그녀들은 마음이 바빴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그녀들이 이해가 잘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녀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자식들이 대학을 졸업해서 직장을 다니거나 결혼을 해서 마음이 가벼웠을 것이고 그녀들의 남은 인생에서 그 시점이 가장 건강하고 젊은 날이었기에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이모들은 여행 출발하는 하루 전날 우리 집으로 모여 수다를 떨면서 밤을 보내고 함께 공항으로 가곤 했다. 우리 집에 모였을 때 이모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이모들이 집에 없을 때 홀로 밥을 챙겨서 먹어야 하는 이모들의 남편을 위해서 "곰탕" 을 한 솥 가득 끓여 놓고 왔다는 것이다. 보통 여행 기간이 10일~15일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김치와 곰탕만 반찬으로 먹으면 질리지 않냐고 내가 물으면 이모들은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러면 나가서 사 먹겠지!" 라고 말했다. 그녀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함께 다니면서 그녀들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그 순간에 친구들과의 우정을 더 돈독히 쌓았다.



내 부모님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동생이 자리를 잡은 동해로 이사를 갔다. 노년의 삶을 조용하고 한적하게 보내기 위해서 결정한 것이다. 나는 부모님이 서울에서 살다가, 동생의 가족이 그곳에 있지만, 친구가 없는 동해로 이사 가면 외로울 것 같아서 걱정을 하였는데 그건 나의 기우에 불과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모들은 서로 번갈아 가면서 동해에 있는 부모님댁에 종종 놀러 왔다. 이모들은 마치 산타처럼 나의 엄마가 평소 필요하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서 쇼핑한 물품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일주일씩 엄마 집에 머무르면서 이야기도 하고 놀다가 돌아가곤 했다. 나는 아빠에게 이모들이 오래 머무르면 불편하지 않냐고 물은 적이 있다. 아빠는 엄마의 오랜 친구라서 아빠에게도 친구 같다고 말했다. 엄마가 그녀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노는 동안 아빠는 자유롭게 낚시하러 나갈 수 있어서 더 좋다고 했다.



나는 나의 엄마와 이모들을 보면서 노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친구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노후에는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노후의 삶이 안정적이고 여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건강하고 돈이 있어서 여유가 있어도 외롭다면 삶이 무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는 친구들이 있어서 또 그 친구들이 아빠에게도 친구가 되어서 노년의 삶에서 활력이 되는 것 같다.



노후의 삶에서 친구의 의미는 가족 이외에 내 편을 들어주고 나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대표 사진 출처

©  StockSnapphotography,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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