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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Feb 04. 2021

아이와 타로카드

물건에 관해 위로가 되는 추억

나는 아이가 방학기간이라서 심심할 것 같아 타로 책과 카드를 구입했다. 아이가 타로에 관심을 가져서 그리고 나도 20대 때는 동생과 장난 삼아서 타로점을 보았던 기억이 나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책과 카드를 세트로 판매를 하기에 결제를 했고 아이가 기다린 보람 있게 명절 시즌이라 배송이 지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루 만에 왔다. 아이는 기뻐했고 나와 함께 개봉을 해 보았는데 도무지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나는 오래전에 타로카드를 해보아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았고 우리는 급한 마음에 카드를 마구 섞어 버리고 책을 펼쳐서 우선 운세를 한번 보려고 했더니 카드를 그렇게 섞으면 안 되는 거였다. 카드가 종류별로 분류가 되어있었고 내가 점칠 타로에 따라서 카드를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라는 걸 책을 읽고 알게 되어서 다시 카드를 종류별로 분류했다.





아이가 카드를 분류하고 타로 책을 읽으면서 하는 방법을 금방 알아내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아이는 본인의 오늘 운세를 시험 삼아 보았고 자신감을 가진 아이가 나의 운세도 봐주었다. 카드가 생각처럼 잘 펴지지 않고 뒤엉켰지만 우리는 그러한 상황이 더 재미있어서 웃음이 났다. 둘이 마주 보고 깔깔 웃다가 다시 진지하게 내가 카드를 골랐고 아이는 나의 운세를 읽어주었다. 아이와 나는 몇 번씩 궁금한 것에 관해서 타로점을 보았다.


마치 나와 내 동생이 20대 초반일 때처럼 서로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서 마주 보고 앉아 타로점을 보고, 이야기하면서 웃었고 또 그 꿈에 대해 "다 잘 될 거야! 해낼 수 있어!"라고 말해주었던 추억의 한 조각이 지금 나와 내 아이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앞으로 아이와 나는 타로 책을 읽으면서 하루에 한두 번은 타로점을 보기로 했다. 운세를 믿는다기보다는 사춘기 아이와 놀면서 시간을 보내기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타로 책을 더 읽으면서 공부한 다음에 나에게 가르쳐 주기로 했다. 아이는 요새 타로에 관심이 있었다면서 내가 구입해 준 타로 책과 카드를 너무 좋아했다. 밖에 외출도 못하고, 겨울마다 여행을 다녔던 우리는 답답했는데 타로점을 보면서 아이와 재미있게 놀수 있게 되었다.


아이와 타로점을 보던 중에 나는 문득 타로와 관련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아이가 세 살 정도 되었던 추석 명절이었다. 아이는 친정집에 두고 나와 신랑은 데이트하러 시내로 나왔다. 친정 부모님은 첫 손주라서 아이만 예뻐했고 우리가 외출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손주만 본인들 옆에 있으면 된다고 어서 나가서 놀라고 엄마가 말을 해서 우리는 마음 가볍게 외출 했다. 명절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려고 신랑과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고 둘만의 데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길을 걸어가다가 타로점을 보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호기심이 생겨서 신랑과 함께 타로점을 보러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타로와 관련된 인테리어로 잘 꾸며져 있었고 신비한 느낌도 나서 보는 눈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  art-of-joanphotography, 출처 pixabay



나와 신랑은 타로점을 봐주는 사람 앞에 앉았다. 그녀는 우리에게 어떤 에 관해서 타로점을 보고 싶냐고 말했고 나는 그녀에게 현재 나의 직업이 나에게 맞는지 물었다. 그녀는 타로카드를 꺼내서 손으로 작업을 하고 나에게 고르게 한 후 그 점괘를 나에게 말해 주었다. 나에게는 직업이 바뀔 운이 있어서 지금 배우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직업을 선택해도 좋다고 말을 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나와 신랑이 부부 사이라고 말하지 않았고 우리 둘의 애정관계 대해서 궁금하다고 다시 문의를 하였다. 그녀는 나와 신랑에게 카드를 골라보라고 해서 우리는 카드를 골라서 주었다. 그녀는 그 카드를 한참 보니 혹시 두 분이 애인 사이가 아니고 부부 사이냐고 물어서 우리는 깜짝 놀랐다. 타로카드에서 그런 것도 나오냐고 내가 웃으면서 그녀에게 질문을 하였고 그녀는 우리에게 타로카드에서 나온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해 주다가 본인이 사주도 볼 줄 안다고 자기가 궁금해서 그러하니 우리들의 생년월일을 알려달라고 말을 하였다. 추가 비용은 받지 않고 그냥 봐주겠다고 그녀가 말을 하였다. 우리는 그녀에게 우리들의 생년월일을 알려주었고 그녀는 한참 어떤 것을 한자로 써 내려가더니 우리들의 사주와 궁합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독일에 있을 때 어학원에서 알게 되었던 관상과 사주를 잘 보고, 관상으로 다른 사람의 과거의 일을 잘 맞추던 오빠가 말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내가 오빠에게 내가 미래에 만날 남자 친구에 대해 계속 물어보았지만 오빠는 가까운 사람 것은 봐주는 게 아니라고 우기면서 봐주지 않다가 서로 대학이 확정되고 지역 이동이 있어서 헤어지게 되었을 때 나에게 말을 해주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오빠가 나에게 봐준 것과 타로점을 봐주는 그녀가 우리에게 타로와 사주에 관해 이야기해준 것이 대부분 일치해서 신기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와 나는 새로 도착한 타로 책과 카드로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두 시간 정도 재미있게 놀았다. 아이도 엄마, 아빠의 타로점과 사주에 관한 이야기를 이미 여러 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타로카드를 더 궁금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춘기인 아이는 미래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을 것이고 또 어떤 고민거리도 많을 거라고 내가 그 시기를 지나왔기에 미루어 짐작을 할 수 있다. 나는 아이에게 타로카드에서 나오는 점괘가 미래를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을 하였고 나쁘게 나오는 것은 잊어버리고 좋게 나오는 것만 믿으라고 말해주었다. 다만 아이와 타로를 함께 하면서 느낀 점은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웃을 수 있었고 설명되어 나오는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타로카드에 얽힌 여러 가지 추억의 조각들이 있다. 내 동생과의 추억, 신랑과의 추억 그리고 지금은 아이와의 추억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누구에나 어떤 물건에 관해 위로가 되는 추억이 있다. 일상에서 조금은 지칠 때 그러한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는 것은 어떨까.








대표 사진 출처

©  Gleglephotography,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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