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 예순

곯은 수박

by 주원

-요즘 어때?

-요즘... 출근하고 일하고 주어진 일은 그럭저럭 해내고 있어. 그런데 말이지.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아. 어딘가 조금씩 망가져 는 것 같아. 뭔가 또렷하지 않다고 해야 하나? 흐리멍텅? 의욕, 흥미, 동기, 재미 그런 종류의 에너지가 사라졌어. 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 카페라도 나갈까? 하는 가벼운 결심조차 안 하게 됐어. 멍해. 좋고, 싫고, 이러면 안 되고, 저래야 한다는 생각도 이제는 투명할 정도로 옅어. 그냥 멍해. 그래서 나는 내가 꼭 겉은 멀쩡한데 속은 곯아가는 수박 같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백 오십 아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