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 예순 셋

놀이기구의 순기능

by 주원

놀이기구를 탔습니다. 열차가 U자 형태의 레일을 앞뒤로 왕복하는 하는 형태인데 높이와 속도가 아찔합니다. 처음에 하늘로 솟은 레일을 봤을 때는 탈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람들을 태운 열차가 레일 끝에 수직으로 매달렸다가 눈 깜짝할 속도로 떨어질 때,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어질 듯 사람들의 비명 소리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그 풍경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용기를 낸 사람들이 대단하다 싶고, 극한의 경험, 두려움을 이겨내면 달라지는 게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자꾸 보다 보니 놀이기구가 한 번에 작동되는 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져서 종국에 그럼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금방 끝날테니까 해볼 만하지 않을까? 에 다 달아 자발적으로 걸어가 대기줄에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놀이기구는 한 번에 20명 정도 탑승하고, 열차는 앞뒤로 5번을 왕복했습니다. 시작은 총높이의 절반정도에서 시작해 2번째부터 가속이 붙어 열차는 곧바로 최고 높이에 다 달았습니다. 그때부터는 눈으로 본 것이 없습니다. 무서움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고, 최고 지점에서 낙하할 때 잠깐동안 느껴지는 공중에 붕 떠버린 듯한 낯설고 소름 돋는 감각에 누구보다 큰 비명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밖에서 볼 때는 순식간, 안에서 경험할 땐 슬로우 모션이었습니다. 열차가 멈추고서야 요란하게 소리쳤던 게 멋쩍어 웃음이 났습니다. 이렇게 감정을 표출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두려움을 이겨내면 달라질까?라는 호기심에 용기를 냈지만 무서운 건 이겨내지지 않았고 대신 두텁게 눌러있던 감정이 고함과 발동동으로 표출되며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습니다.


놀이기구의 새로운 순기능을 발견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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