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가 부여해 준 저마다의 달란트가 세상에서는 등급이 되고 행불행의 기초가 되어 버려 적개심과 비애감 패배감과 열등감의 빛깔로 사람들을 근사하게 포장도 하고 임의적인 생명의 단축을 안겨 주는 최고의 단서가 되기도 해 조물주가 인간에게 선사한 '자유의지'는 결국 무한한 선택의 열쇠를 쥐어 준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을 최대한 끌어올려 조물주를 저울에 매달아 놓은 채 희롱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쁨의 상당한 분량은 가난하고 힘이 없는 이웃들의 선행과 고혈의 결실입니다. 이유 없이 비천하다고 업신여기며 방임하는 부르주아의 배설물에 이웃들의 인생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우리는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말고 겸손하게 지랄합니다. 당신이 잠을 자고 휘청거리며 세상 가득 토악질을 하는 시간에도 땅 밑 터널 안에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우리의 아침을 위해서 우유를 배달하고 농산물을 경작하며 세상을 준비하는 많은 손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냄새나고 추악한 사람들보다는 낮은 자리에서 바닥을 쓸며 성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세상은 만찬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