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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원 Jun 02. 2024

달토끼의 도시락

동화

밤하늘은 유난히 맑고 투명했다. 별들이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빛나고, 보름달은 은은한 달빛으로 세상을 감쌌다.

도윤이는 낡은 아파트 베란다에 기대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풀벌레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오고, 멀리서 들려오는 기차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도윤이의 마음은 복잡했다.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지후와 크게 다투고 말았다. 축구 시합 중 작은 실수로 지후에게 패스를 잘못했고, 지후는 도윤이에게 화를 내며 심한 말을 했다. 도윤이는 지후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지후는 듣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 본 받아쓰기 시험도 엉망이었다. 틀린 글자가 너무 많아 짝꿍인 수진이에게 놀림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엄마는 도윤이가 공부를 게을리한다고 생각하고, 늘 지후와 비교하며 도윤이를 꾸짖었다.


도윤이는 답답한 마음에 베개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그때, 창문 밖으로 환한 달빛이 스며들었다. 도윤이는 달빛에 이끌리듯 창가로 다가갔다. 달 속에서 떡방아를 찧는 토끼의 모습이 보였다.


"저기, 토끼야! 나 좀 도와줘..."


토끼는 깜짝 놀란 듯 떡방아를 멈추고 도윤이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도윤이는 신기한 마음에 눈을 깜빡였다. 그 순간,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지더니 몸이 둥둥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도윤이는 몽실몽실 구름 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달토끼가 푸짐한 도시락을 들고 서 있었다.


"안녕, 도윤아. 난 달토끼라고 해. 네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도시락을 싸 왔어."


달토끼는 싱긋 웃으며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도시락 안에는 알록달록 예쁜 색깔의 떡과 과일, 그리고 따끈한 수프가 담겨 있었다. 먼저 보자기로 정성스레 싼 알록달록 예쁜 색깔의 떡을 꺼내며 말했다.


"이 떡은 화해의 떡이야. 네 마음을 진정시키고 친구와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다음으로는 반짝이는 물방울이 맺힌 싱싱한 과일을 꺼내 도윤이에게 건넸다.


"이 과일은 용기의 과일이야. 네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용기를 줄 거고."


마지막으로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보온병에서 수프를 따라 도윤이에게 내밀었다.


"이 수프는 위로의 수프야. 네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거야."


도윤이는 달토끼의 말에 따라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떡은 쫀득하고 달콤했고, 과일은 상큼하고 시원했다. 수프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맛있다..."


도윤이는 눈을 감고 맛을 음미했다. 신기하게도 음식을 먹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따뜻한 수프가 몸속으로 퍼지자 왠지 모를 용기가 솟아났다.


"고마워, 토끼야. 덕분에 기분이 훨씬 좋아졌어."


"다음에 또 힘들 때면 언제든지 불러줘. 내가 맛있는 도시락을 싸 들고 갈게."


달토끼는 도윤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떡방아를 찧기 위해 달 속으로 사라졌다. 도윤이는 구름 위에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도윤이는 밝은 햇살에 눈을 떴다. 어젯밤 꿈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도윤이는 왠지 모를 힘이 솟는 것을 느꼈다.


"달토끼야, 고마워!"


도윤이는 창문을 열고 밝은 햇살을 맞으며 외쳤다. 그리고는 씩씩하게 학교로 향했다. 지후에게 먼저 사과하고, 받아쓰기 시험도 다시 열심히 준비기로 했다. 엄마에게도 짜증을 내지 않고, 웃는 얼굴로 대했다.


학교에 도착한 도윤이는 쭈뼛거리며 지후에게 다가갔다.


"지후야, 어제 내가 잘못했어. 화 풀어..."


지후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환하게 웃으며 도윤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도윤아! 나도 너무 심하게 말했어."


두 친구는 서로를 껴안고 화해했다.


받아쓰기 시험 시간이 다가왔다. 도윤이는 긴장했지만, 달토끼가 준 용기의 과일 덕분인지 자신감이 생겼다. 집중해서 시험을 본 결과, 100점을 받았다. 수진이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도윤이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도윤아, 어떻게 100점을 받았어? 깜짝 놀랐잖아!"


집으로 돌아온 도윤이는 엄마에게 100점 받은 받아쓰기 시험지를 보여주었다. 엄마는 깜짝 놀라며 도윤이를 꼭 안아주었다.


"우리 도윤이, 정말 잘했어! 엄마가 너무 몰아붙였지? 미안해."


엄마의 따뜻한 포옹과 진심 어린 사과에 도윤이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달토끼가 준 위로의 수프가 엄마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녹인 것 같았다.


그날 밤, 도윤이는 다시 꿈속에서 달토끼를 만났다. 달토끼는 도윤이의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윤아, 정말 잘했어! 네가 용기를 내서 친구와 화해하고,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모습이 정말 멋져."


달토끼는 도윤이에게 또 다른 도시락을 건넸다.


"이건 꿈을 이루는 도시락이야. 네가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줄 거야."


도시락 안에는 반짝이는 별 모양 쿠키와 달콤한 솜사탕, 그리고 따뜻한 우유가 담겨 있었다.


도윤이는 달토끼의 도시락을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토끼야. 난 꼭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될 거야!"


도윤이는 달토끼와 함께 밤하늘을 날며 꿈을 이야기했다. 달토끼는 도윤이의 꿈을 응원하며 언제나 곁에서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음 날 아침, 도윤이는 힘차게 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축구를 하는 도윤이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도윤이는 달토끼의 도시락 덕분에 매일 밤 꿈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었고,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어느 날 밤, 도윤이는 꿈속에서 달토끼에게 물었다.


"토끼야, 넌 왜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


달토끼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난 달에서 떡방아를 찧으며 지구의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어. 너처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 그래서 내가 만든 마법의 음식으로 아이들을 돕고 싶어."


도윤이는 달토끼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다.


"나도 커서 달토끼처럼 다른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될 거야."


도윤이는 달토끼와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와 희망을 얻었다. 꿈을 향한 도전은 쉽지 않았지만, 달토끼의 도시락은 도윤이에게 끊임없이 용기와 위로를 주었다.


시간이 흘러 도윤이는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다. 축구 실력은 나날이 향상되었고,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꿈을 향한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고, 라이벌 선수의 등장으로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힘든 순간마다 도윤이는 달토끼를 떠올렸다. 그리고 어린 시절 꿈속에서 먹었던 마법의 도시락을 기억하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어느 날 밤, 도윤이는 오랜만에 꿈속에서 달토끼를 만났다. 달토끼는 훌륭하게 성장한 도윤이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도윤아, 네가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성장한 걸 보니 정말 기쁘구나."


"토끼야, 네 덕분이야. 네가 준 도시락 덕분에 난 꿈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달토끼는 도윤이에게 마지막 도시락을 건넸다.


"이건 희망을 전하는 도시락이야. 네가 꿈을 이루고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도시락 안에는 따뜻한 햇살처럼 빛나는 노란색 볶음밥과 알록달록한 채소 샐러드, 그리고 달콤한 꿀차가 담겨 있었다.


도윤이는 달토끼의 도시락을 먹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굳게 다짐했다.


"토끼야, 난 꼭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되어서 너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될 거야."


달토끼는 도윤이의 손을 잡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어떤 길을 걷든 난 항상 네 곁에서 응원할게."


다음 날 아침, 도윤이는 꿈에서 깨어나 벅찬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꿈을 향해 달려갈 힘을 얻었다.


시간이 흘러 도윤이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프로 축구 선수가 되었다. 그는 뛰어난 실력과 따뜻한 인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도윤이는 경기가 끝날 때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희망을 준 달토끼를 떠올렸다. 그리고 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를 전하며 달토끼와의 약속을 지켰다.


도윤이는 은퇴 후에도 축구 꿈나무들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봉사 활동에 참여하며 달토끼처럼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삶을 살았다.


도윤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달토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토끼야, 고마워. 네 덕분에 난 꿈을 이루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어."


달빛 아래 희미하게 미소 짓는 달토끼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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