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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녀 Jun 12. 2024

나를 비워야겠다고 생각한 계기..

화병으로 새벽에 벌떡벌떡 일어나게 되는 기억들..

갑자기 새벽에 눈에 번쩍 떠졌다.

아니 요즘 계속 그러고 있는 중이다.

분명 수면약을 먹고 자는 데도 불구하고... 

귀신같이 눈이 떠지면 1시 반.. 2시.. 

원래 수면제가 3시간밖에 유지가 안돼? 약 빨 떨어지면 잠에서 깨는 게 맞는 거야?


근데 그냥 잠이 깨면 모르겠는데 속에서 화가 올라와서 잠을 못 이뤄.

수년이 흐른 일이지만 울컥울컥 해.


그래, 내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고 그다음 날 갔지. 하늘로.

나 고생하지 말라고 병투병도 안 하고, 인사할 여지도 주지 않고

응급실에서 응급실로 그렇게 갔지.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렸지. 그때 내 나이 33살.


눈앞에서 아빠가 기우뚱 쓰러지는 걸 지켜보던 6살 내 아들.

할미집에서 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6개월 내 딸.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어.

무슨 정신이었는지도 몰라.


심장은 뛰되 죽은 듯한 사람을 태우고 앰뷸런스를 타고 전라도에서 부산까지 갔어.

제정신으로 서 있을 수도 없었지. 아직도 꿈같아.

그렇게 제정신으로 있을 수도 없는데.. 다른 가족들은 아직 도착도 안 한 상태였는데.

앰뷸런스 기사가 나를 찾아 세우더니 돈을 달래. 덮었던 담요값까지 알뜰하게 청구하더라.

현금도 없고, 카드도 안 돼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이체시켰어. 참 지독한 현실이더라고.


장례를 치르기 전에 병원비를 내는데.. 아주버님이 부의금 대신이라고,

정신 못 차리는 나 대신에 병원비를 다 지급해 주셨어. 그게 90만 원이었나.... 


토요일이라 가정산이라고 했던 것 같아.

그리고 한두 달.. 병원에서는 본정산하라고 메시지가 오는데 그 병원을 못 갔어.

부산에서 제일 큰 병원이었는데.. 아직도 그 병원 근처를 못 가.


무슨 정신으로 장례를 치르고, 어쩐 일이냐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그냥 쓰러졌어요.. 그냥 쓰러졌어요... "


그리고 3개월 만에 병원에 가서 정산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돈이 너무 없었거든. 

순식간에 기초수급자가 돼버릴 정도로 바닥이었거든.


그래서 원무과를 찾았는데... 글쎄.. 뭐라는 줄 알아?

그날 이후 3일 후에 정산해서 가셨대..

누가? 시댁에서.. 아주버님이...


아주버님. 부의금 대신이라면서요.

바로 밑에 동생이 죽었는데... 부의금 백만 원이 아까우셔서.

60만 원이나 정산해 가셨어요? 꼭 그러셔야 했어요?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지. 오빠를 보낸 게 내 탓 같았으니까.


갑자기 자다가 벌떡. 이런저런 생각이 끊임없이 괴롭혀.


이렇게 하나둘, 나를 비워가는 작업을 할 거야.

그래서 내 이야기는 두서가 없어.

그런데.. 그게 지금의 내 혼란이고 내 상태인걸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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