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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일 May 15. 2021

X됐다. 과를 잘못 왔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중3 때 꿈이 애니메이션 감독이었지만, 이 과를 들어오고 나서 내가 하고 싶었던 걸 정확히 알게 됐다.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애니메이션 감독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 기획’이었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1. 프리 프로덕션 (Pre-production) : 시나리오, 디자인, 스토리보드, 사전 녹음, 애니메틱
2. 메인 프로덕션 (Main-production) : (애니메틱으로) 레이아웃, 애니메이션, 시뮬레이션, 라이팅
3. 포스트 프로덕션 (Post-production) : (완성된 화면으로) 편집, 음향

△내가 배웠던 내용들과 유사하고 가장 간단히 정리된 내용의 블로그 글을 토대로 작성했다. 누르면 링크 이동.

 

 나는 저 중에서 프리 프로덕션을 하고 싶었다. 특히 스토리 쪽에 관심이 더 많았다. 강철의 연금술사가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라 말했지만,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라이온 킹》은 내 인생 영화고, 드래곤 길들이기월-E는 내 최애 영화다. 디즈니, 픽사, 드림워커 등의 작품을 좋아한 데는 스토리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는 게 대단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니까.


 특히 나는 픽사의 앤드류 스탠튼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가 감독과 각본을 맡은 작품은 《벅스 라이프》 (1998년), 《니모를 찾아서》 (2003년), 《월-E》 (2008년), 《도리를 찾아서》 (2016년)와 디즈니의 실사 액션 영화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2012년) 등이 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 세 편과 《몬스터 주식회사》 (2001년)은 공동으로 각본을 집필하기도 했다. 내가 이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 학교에 들어와서 알았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들을 생각하는지. 나도 이런 스토리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입학해서 보니 애니메이션 기획에 관한 수업이 턱 없이 부족했다(지금은 수업들이 훨씬 개편되었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우리 학교는 만화과와 애니메이션과가 따로 나뉘어 있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애니메이션 과목 수가 적다고 느껴졌다. 스토리에 관한 수업은 2학년의 내러티브 워크숍이라는 과목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이럴 거면 연영과나 문창과 준비할 걸.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애니메이션 각본은 감독이 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정확히 내가 졸업하고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길이 보이겠지. 폭탄 같은 과제들을 하자. 이 친구들 사이에서 평균 B 이상만 유지하자. 내 목표는 4년 내내 국가장학금을 타고 무사히 졸업하는 것. 그렇게만 생각하기로 했다. 확실히 4학년 나이에 다시 1학년을 다니니까, 진짜 새내기 때와는 마음 가짐이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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