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이것만큼 슬픈 문장을 본 일이 없다.
물결치는 수면 아래로 햇살이 들어오는 투명한 파란 바다가 그려진다. 그 속에서 일정한 박자로 몸을 움츠렸다 펴면서 유유히 춤추듯 떠도는 해파리. 심장도 내장도 없는 해파리. 바닷속엔 자신들이 심장이 없다는 것도 모르는 해파리가 그득하다. 그 사실을 모르는 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서로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유영한다. 심지어 그렇게 영원을 사는 해파리. 영원히 영원히. 둥둥. 그 모습이 꼭 나 같다. 나는 무신경하고 무관심한 나를 싫어한다. 그 모습은 아빠를 닮았다. 동생도 마찬가지다. 섬뜩할 정도로 타인에게 무관심한 모습. 하지만 어쩔 땐 나만 그런가, 우리만 그런가 싶어서 억울하기도 하다. 요즘 세상을 봐. 모든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어릴 때 엄마는 자주 그런 말을 했다. 너는 어쩜 그렇게 애가 이기적이니. 너는 도대체 가족이 뭐라고 생각하니. 하지만 아파서 변기를 붙잡고 위액을 토해내던 엄마는 다른 말을 했다. 너도! 너도! 너도! 다 필요 없어! 엄마도 똑같으면서.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지. 내가 여태까지 수없이 들어주고 받아주었던 엄마의 얘기들, 감정들은 다 뭐지. 엄마를 사랑했던 시간들은 다 뭐지. 아빠를 그래도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나는 뭐지. 동생을 웃게 해주고 싶었던 나는 뭐지. 결국, 세상은 혼자 왔다 혼자 죽는 거 아닌가. 하지만 내가 저 문장을 보고 슬펐다는 건,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반증인 것 같다. 심장이 없는 비정(非情)한 동물, 인간은 ‘주여, 저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오늘도 그렇게 기도할 뿐이다. 저에게 사랑을 부어주세요. 주님이 저를 용서하신 것처럼, 저도 용서하게 해주세요. 사랑하게 해주세요. 아마도 비정하고 무정한 나는 평생을 그렇게 기도하겠지.
이런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생각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 안의 깊은 심해에서 나와 함께 자라 온 것들이다. 내게 씌워진 비진리(非眞理)의 프레임.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나는 해파리가 아니고 인간이라는 걸. 나는 끝내 변태할 것이다. 새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게 동경해 마지않던 그분처럼 이 세상을 살아갈 거라고.
2021. 04. 21. AM 0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