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20집 발매 기념 조용필&위대한 탄생 Concert-서울>

by juyeoneee

2024.12.01.SUN 6PM @KSPO DOME

조용필 <20집 발매 기념 조용필&위대한 탄생 Concert-서울>

기가 막힌 서두로 글을 시작하고 싶지만 그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 글자도 쓰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결국 ‘감히’라는 단어를 뻔하게 골라본다. '감히' 조용필이 아니고서야 가왕이라는 타이틀을 감당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또 있을까. 1969년 공식 데뷔, 1975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솔로 데뷔, 1979년 지금의 '위대한 탄생' 그룹 결성, 1980년 '창밖의 여자'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 시작. 이후 2024년 대망의 정규 20집 [20]을 발매하기까지의 디스코그라피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가히 그를 가왕이라 칭할 수밖에.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에 대한 기술적인 평은 전문가의 몫으로 남겨두려고 한다.(도망) 공연 내내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단연 그의 라이브(=체력)였다. 전국 투어의 시작이었던 서울 공연에서의 셋째 날. 2시간 남짓 되는 러닝타임 중 절반 가까이 흐르고 나서야 감기약 때문에 입이 마른다며 물 한 모금 꼴깍. 무대 위에서의 큰 움직임은 없지만 라이브와 함께 간간이 곁들여지는 기타 연주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퍽 클 것인데도 숨찬 기색 하나 없이 두세 곡을 연달아 부른다. 곡이 끝나고 나면 짧은 멘트 타임이 이어지는데 노련하게 선보이는 팬 서비스, 그리고 구전되어 내려오는 탄생 설화 같은 히트곡 비하인드로 막간 웃음까지 선사한다. 곧이어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명곡의 향연. 50년 넘는 활동 기간 동안 꾸준히 라이브를 해오며 유지한 그의 호흡과 체력이야말로 가왕의 그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라이브만큼이나 궁금했던 건 원조 '오빠부대'의 현재였는데 올림픽 공원에 도착함과 동시에 생경한 모습을 마주했다. 그동안 많은 공연과 페스티벌을 다녔지만 이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관객이 함께하는 공연은 처음이었다. 소녀들은 오빠와 함께 나이 들어 지금을 맞이했고, 그 시절을 공유한 친구 또는 지금의 파트너 또는 자녀와 손주들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았다. 그들은 '용필 오빠' 사진이 프린트된 핀 버튼을 가슴팍에 달고 한 손에는 그를 응원하는 슬로건을 꼭 쥔 채로 포토존이며 MD 부스며 바쁘게 돌아다니며 그를 향한 마음을 실컷 뽐내기에 한창이었다. 공연이 열리는 날, 이 하루는 취향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전혀 다른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힘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를 연대하게 만드는 힘-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그 어떤 집단보다도 단단하게-을 갖는다. 그가 없었다면 한 공간에 모일 이유도, 비슷한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이들과 한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진동을 느꼈다. 12월이 시작되었고, 첫 추위가 익숙하지 않을 법도 한데 이곳의 모두는 오히려 온몸과 마음에 온기가 도는 듯 생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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