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

어쩌면 착한아이 콤플렉스, 어쩌면 위선, 어쩌면 사랑

by 신주영
복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죄인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우리가 감히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 팀 켈러


오늘은 나의 최근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이해를 짚어보려 한다.

기도손을 모으며, 배웅해준 국군포천병원 친구들

나는 얼마 전 전역했다.

나는 1년 6개월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진짜 사랑이 뭔지 알것만 같았고, 내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물론 20대 남자 특유의 시니컬한 맛이 조금은 전염 되기도 하였다. 나는 군생활동안 헌신적이며, 바보같다고 불리는 사랑이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사랑이며, 우리 그리스도인이 보여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1년 6개월의 군생활은 그런점에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 의무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그들을 배척하거나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전역복(군복)안에 적어준 편지들을 읽으며, 전역전 마지막 날을 1시까지 자지 않고 보냈었다.

물론 그냥 전역한 것은 아니고, 복학 할 때 부총학생회장을 맡기로 하며 전역하였다.

주변에선 다들 뜯어말렸다. 제안을 받기도 전 만난 준혁이형에게는 내가 학교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하기도 했었다. 내가 평소에 신뢰하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았을 때, 내가 이 부총학생회장 직을 맡을 이유는 단 한개도 없없다. 굳이 찾자면, 장학금으로 주는 돈으로 인해 알바는 안해도 된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맡기로 했다. 어쩌면, 기숙사 입사를 위해 돈이 필요했던 것일 수도 있고, 나의 소개에 아신대학교 부총학생회장이라는 스펙을 쌓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 또 늘 다른 사람의 시선에 흔들리며 살아왔던 사람인지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사람들과 대화할 때, 늘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리스도로 부터 받은 사랑이 있다. 또 선배들로부터 받은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을 실천하고 싶다."

이 이야기가 부총학생회장 직을 수락한 이유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렇게 이야기 하고 다녔던 이유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다. 진짜 사랑을 하는 사람 말이다.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어느정도냐면, 우리 엄마가 내 모든 친구의 이름과 이야기를 알고 있을 정도이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관계는 모두 24년 4월 이후의 나의 선택들로 인해 이루어진 사람들이다. 기껏 해봐야 7명 정도 있으며, 이중 내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실 다른사람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도 없다).

또 나는 사랑이 쉬운 사람이 아니다. 정이 많은 사람도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다. 내 안에는 수많은 혐오들이 있다. 잘 사는 사람을 만났을때에는 계급적인 거리감을 느끼며 인생의 무언가 허점이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또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지능이 낮아서 깊이있는 사유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방심하여 그리스도의 은혜에게서 멀어지면, 내 안에는 이러한 교만과 미움이 올라온다.

마지막으로 나는 말로만 사랑하는 사람이다. 내 안에 미움이 가득할 때에도 나는 사랑을 말한다. 또 '저 사람은 사랑이 없어!, 이 교회(공동체)는 사랑이 없어'라고 이야기 하며, 사랑이라는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게는 복음이 필요했고, 그 사랑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요했다.

신앙수련회를 진행하며, 체력적인 소모가 참 많았다. 그렇기에 주변에 짜증도 내고 무너지는 모습도 보였다.

진짜 사랑은 무엇인가? 다른사람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인가? 호기심과 궁금증이 따라오는 관심의 감정인가? 내 주변의 모든 이를 사랑하는 것이 사랑인가? 모든 이라면, 사상적으로 다른 사람, 윤리적으로 잘못된 사람, 잘못 된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헛된 말을 하고 있는 사람, 혐오와 미움을 조장하며 다른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사유하기를 고의적으로 미루는 사람도 포함인가? 나는 아직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모르겠다.


연약한 자의 친구 되어주는 것, 이것이 사랑인것 같지만, 연약한 자의 기준이 모두에게 같지 않다는 점은 나의 고민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신앙수련회 특송 중 밝게 웃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나는 모든 이를 사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성소수자이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든, 다른 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성경의 말씀을 전하는 듯 하지만 일개 개인의 이성에서 비롯된 주장을 하는 사람도... 모두 사랑 하고 싶다.


당연히 그들이 가진 생각과 고민들은 나와 맞지 않지만, 그럼에도 모든 사람을 사람 그 자체로 사랑하고 싶으며, 그들이 폭력과 인간됨 그 자체가 무너지는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타협한다, 줏대가 없다, 잘못 배웠다라는 말을 듣더라도 전혀 무너지지 않고 완고하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사랑은 세리와 창녀들과 어울리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하는 비난의 내용이 결국 너를 위한 사랑이 아니냐라는 말이라면, 할 말이 없어진다.

결국 더 인정받기 위한 노력으로서의 사랑, 사랑을 할 때 그리스도가 아닌 내가 높아지는 사랑. "너 이런 사랑하고 있는거야"라는 말은 내게 너무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나는 아직도 내 의를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채플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장센이다.

지금까지 내가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한 고민은 여기까지이다. 어디까지 하는 것이 사랑인가? 정말 사랑 말고 다른 것을 택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무조건 적인 사랑은 결국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지키지 못하는 것인가?...


'사랑이 없는 내가, 사랑해야만 하는 자리에 있을 때. 그때가 지금이다'

그리고 난 지금 진짜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우고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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