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원 Mar 12. 2023

SVB 사태 살펴보기

이번주 전세계를 강타한 악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SVB(Silicon Valley Bank)의 파산입니다. 개인적으로 학부 시절 가장 마지막으로 수강한 전공과목이 '화폐금융론'인데, 그 때 배운 은행의 역할론과 뱅크런을 이렇게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SVB에 대하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벤처기업을 위한 상업은행입니다. 본사 또한 산타클라라로, 실리콘밸리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총자산만 $2,000억 이상으로 '22년 12월 기준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고 역대 은행 파산 중 규모로는 2위라고 합니다. (참고로 1위는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워싱턴뮤츄얼로, 당시 자산은 $3,070억 규모였습니다.)


SVB그룹의 수익모델은 예대마진, 벤처기업 지분투자 수익, 수탁 수수료, 투자은행(IB) 수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이번에 파산한 SVB 은행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무담보로 대출을 해주거나, 임직원들의 예・적금을 수취합니다. 스타트업 대상 예금 서비스는 non-interest bearing deposits을 기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즉, 이자를 거의 안 줘도 되는 체크 계좌 비중이 매우 높았습니다. 실제로 JP모건, BoA 등 주요 상업은행에 비해 그 비중이 2배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의 주요 VC/PE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SVB 은행의 총대출금의 57%는 VC/PE 대상 대출로 스타트업 대출(21%)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였습니다. 또한 계열사인 SVB캐피탈은 $75억 규모의 재간접펀드(FoF, Fund of Funds)를 운용하며 Sequoia 등 대형 VC의 주요 LP로 참여하거나, 직접 스타트업에 지분투자를 단행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벤처펀드를 위한 수탁 서비스도 제공하였습니다. 


요약하면, 결국 스타트업, 투자사와의 운명공동체를 자처하는 벤처특화 상업은행으로 미국의 벤처생태계에 큰 기여를 한 모델입니다. 실제로 지난 1월까지만 하더라도 대전시에서 이 모델을 차용하고자 SVB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SVB는 어떻게 파산하였는가


2020년 팬데믹으로 유동성이 크게 늘었습니다. 현금이 귀하지 않았습니다. 이자율이 0에 가깝다보니 벤처펀드에 돈이 몰립니다. VC도 돈이 많고, 스타트업도 돈이 많아집니다. SVB 은행 대출 포트폴리오의 78%를 차지하는 두 고객이 이탈합니다. 수익을 창출할 수단이 줄어든 SVB 은행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합니다. 이 부분은 SVB에서 10년 이상 근무하였던 Samir Kaji의 트위터 스레드에 저의 생각을 담아 정리하였습니다.


1. 대출 대비 예금이 급증하여 SVB는 수익 창출을 위해 중장기 채권에 투자함


2. 듀레이션 3.6년의 채권을 $21B 규모로 보유했으나 평균수익률이 1.79%에 불과. 매도시 $1.8B 손해 

(*듀레이션: 채권 원리금의 잔존 만기 평균 - 다 회수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금리 변화에 대한 변동성 지표)


3. 원래 매도하지 않으면 미실현손익으로 I/S상에 기록되지 않아 큰 문제는 아니었음 (재고자산이 아니므로)


4. 본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스타트업의 예금 인출 or 고금리 갈아타기 현상이 발생하며 SVB의 예치금이 감소


5. $1.8B의 손해를 감수하고 $21B 규모의 AFS(Available for Sale, 매도가능금융자산)을 매각 & 주식 발행을 통한 $2.25B 규모의 펀드레이징 계획을 담은 주주서한 발송


6. $1.8B의 손해가 지급능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으나, VC를 포함한 주주들은 앞다투어 예치금을 인출하기 시작함(뱅크런)


SVB 앞에 모인 사람들


SVB의 파산원인


앞서 설명했듯 SVB의 수익모델이 불건전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금리 인상이 뱅크런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일반적인 상업은행에게 금리 인상은 이런 기사가 나올 정도로 호재에 가깝습니다. 결국 SVB의 파산은 벤처생태계의 특수성으로 촉발된 사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1. 금리 변동성에 취약한 고객층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은 기준금리에 따라 분위기가 확확 바뀝니다. '22년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를 스타트업 씬에서 겪어본 분들은 모두 체감하실 겁니다. 이는 두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벤처캐피탈은 외부 LP로 펀드를 조성하는데, GP(운용사)는 펀드총액의 10% 전후만을 출자합니다. 스타트업 또한 매우 적은 자기자본 투입으로 창업하여 수많은 외부 자금을 수혈합니다. 두 번의 레버리지가 작용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외부 변수에 매우 취약합니다. SVB의 임직원이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장기채 수익률 감소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을 것이고, 결국 전통적인 자본시장 대비 너무나 빨리 외부 변수에 반응한 것을 따라가지 못했을 겁니다.


2. 고객 풀이 너무 좁음

SVB 은행의 총예금 중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이 90%를 차지합니다. FDIC의 예금보호 한도가 $25만임을 고려하면, 대략 단위고객 당 $250만(약 33억원) 정도 예금했다고 상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주요고객이 VC, PE, 스타트업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스타트업/VC 종사자라면 잘 아시겠지만 업계가 참 좁습니다. 소문도 굉장히 빠릅니다. 뱅크런이 발생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입니다. 


정리하면 SVB는 특수한 목적을 가진 상업은행이기 때문에 고객풀이 매우 한정적이며 금리변동에 취약하다는 선제적 요인, 또한 장기채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금리 인상을 헷지하지 못했다는 사후적 요인에 의해 파산을 맞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by 제임스 토빈


SVB 파산의 영향


1. 무보험 예금을 되찾기 어려워진다

앞서 설명했듯이 FDIC가 보호하는 예금은 $25만 까지입니다. (참고로 한국은 예금보호공사가 5천만원까지 보호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급여나 대금 지급이 상당 기일 연기될 수 있습니다. 


2. 현금 창출을 위해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영이 불가피해진다

SVB에 돈이 묶여 당장 현금이 없는 기업은 아래 이미지와 같이 40% 할인을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합니다. 단순히 일시적인 마진율 감소라면 상관없지만 근본적인 기업 브랜딩을 까먹는 미봉책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20년째 폐업 중인 S모 브랜드처럼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식의 할인은 고객의 지불용의 자체를 감소시킵니다.

PROMO CODE: BANK RUN, Never Planned. (camp.com)


3. USDC 디페깅


USDC는 $1의 가치에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USDT(테더) 다음가는 2대장 스테이블코인이니 흔히 말하는 잡코인도 아닙니다. 그런데 USDC 발행사인 서클에서 '준비금의 8%가 SVB에 있다'고 발표하며 USDC가 작성 시점에 0.9달러 전후를 맴돌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금 보유량이 줄어들면 해당 국가의 화폐가치는 급락합니다. 화폐는 그냥 합의일 뿐 사실상 그 가치는 금에 연동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또한 발행사의 달러 보유량(=준비금)이 충분치 못하다면 그 가치가 급락합니다. 이로 인해 USDC를 담보로 발행되는 위믹스달러(by 위메이드) 또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4. FOMC 금리인상 제동?


원래 오는 21일 FOMC를 통해 파월이 50bp의 금리인상(=빅스텝)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급격한 금리인상이 SVB 파산의 원인이니만큼 다른 중소은행으로의 뱅크런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인상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긴축으로 빠르게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파월의 기조를 지키면 제2, 제3의 SVB가 나온다는 겁니다. 그런데, 또 정책 기조를 자꾸 바꾸게 되면 정책의 효과가 줄어듭니다. 통화정책은 대중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줄이고, 이것이 실제 인플레이션 감소로 이루어지는 기대경로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더 궁금하시다면, 한국은행 자료를 참고해주세요). 그 어느때보다 이번 FOMC의 결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VC동향] 국내 벤처투자조합 톺아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