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3.
꽃비가 우수수수
봄의 절정이다.
내 머리 위에 떨어지는 꽃잎을
잡아보려 손을 뻗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찬란한 빗방울.
꽃비가 멈추면
아카시아 향이 진동하는 오월이
찾아오겠지
대학교 캠퍼스에서
시공간이 순간 멈춘듯
전율을 느낀적이 있다.
오월의 어느 늦은 밤,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기숙사로 가던 길
몰래 좋아하던 선배가
함께 가자며 나란히 걸었다.
코 끝에 진동하는 아카시아꽃 향기에
시간도 공기도 모두 멈춘듯
아득해졌다.
이전에도 함께 걸었던 길이었는데
그날 따라
나와 선배를 제외한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황홀한 순간이었다.
오월이 되면 바람에 실려
아카시아꽃 향기가 코끝에 닿으면
그 순간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의 얼굴도 목소리도 거의
잊혀졌지만
그 장소와 분위기, 시공간을 가득 채운
아카시아꽃향기만은
아련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