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년오름 모니터링
작년에 비해 용눈이오름의 산자고의 출석 체크가 더딥니다. 가지 끝에서 새순을 길게 올린 곰솔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두룩하거늘, 꽃대를 올린 산자고는 딱 한 송이밖에 만나지 못했습니다. 지난겨울은 눈보다 비가 많았던지라 봄꽃들을 많이 만나겠다 싶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기대 이하네요.
오름 입구의 안내판은 몇 달째 휑하고 휴식년이 해제된 후부터 탐방로는 갈수록 넓어지고, 단단해지고, 너덜너덜해집니다. 올해부터는 작년에 누군가에 의해 변경되었던 조사 방형구를 새로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원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첫 번째 방형구는 꾸준히 유입식물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그대로 두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방형구는 탐방객의 이동에 따른 탐방로 훼손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방형구를 철거했습니다. 물론 조사 지점 표시는 그대로 남겨두었고, 오름 안내판이 있는 정상 동쪽 구간과 알오름 등 육안 조사 구간을 늘렸습니다.
탐방로를 보호한답시고 수시로 깔고, 덮는(그리고 묻혀가는) 야자 매트가 오름 보호에 적정한 방법인지, 탐방객 제한 없이 이대로 오름을 개방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작년 말, 개방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부터 야자 매트 훼손과 비탐방로 출입을 확인해오던 터라, 옆에 오름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오는 탐방객에게 친절하게 답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언제나 늘 불편합니다.
오는 10월에는 오름 훼손 관리지표 개발, 휴식년제 시행 지침, 오름의 지질 특성에 맞는 친환경 이용시설 설치 지침, 오름 보전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오름 보전·이용 및 관리지침’이 수립된다고 합니다. 오름은 오늘도 넓어지고, 단단해지고, 너덜너덜해지고 있는데...... 그래도...... 10월까지 기다려야하겠지요.